21세기 패션의 키워드는 '생태'… 패스트 패션에 대한 반기자연스런 개성과 아름다움, 유행보다 자신의 가치추구

지난 1월 암스테르담 패션위크 그린 패션 어워즈에서 2등을 수상한 OAT슈즈의 더 버진 컬렉션
"올 여름 이후 싸고 질 좋은 면 티셔츠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윤리적 패션 브랜드 오르그닷의 김진화 대표는 얼마 전 유기농 면 때문에 궁지에 빠졌다. 공급이 부족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 납품할 티셔츠를 못 만들고 있다. 시장에서 유기농 면은 사라졌고, 일반 면의 가격도 천정부지다.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오른 면 가격은 커피 두 잔 값이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티셔츠의 종말을 예고한다. 세계적 이상기후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면 경작지가 급격히 줄었고, 인도 정부는 아예 면 수출을 제한했다.

의류업계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마이크 파커 회장은 "제조 원가가 상승해 의류업체들이 마진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에서 1년 전에 소재를 마련해 놓은 대형 의류업체를 제외한 중소업체들은 당장 티셔츠를 만들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통조림처럼, 티셔츠도 사재기해두어야 하는 시대가 온 걸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김진화 대표의 진단은 날카롭다. 이번 사태가 많은 석유제품과 물을 소비하는 면 경작의 한계, 식량위기로 인한 경작지 감소 등의 구조적 문제와 닿아있다는 것이다.

프라이탁의 가방
그렇다면 해결책은 티셔츠 사재기가 아니라 대안찾기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팔마다 쇼핑백을 걸고 SPA(디자인부터 생산, 판매까지 한 업체가 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매장을 순례하는 천진난만한 쇼핑을 계속하다간, 우리는 천문학적인 티셔츠 가격에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현기증 나는 유행의 속도는 환경을 더욱 망가뜨릴 것이다. 패션산업과 문화라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트럭 덮개 가방, 사탕 포장지 핸드백이 불티 나게 팔린 사연

지속 가능한 패션의 주창자들은 내키는 대로 사고,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가 지구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소비와 환경 간 관계에 대한 무지와 둔감이 이상기후와 식량위기를 불렀고, 그것이 다시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션에 윤리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간은 문화의 한 형태로 옷 입고, 치장하고, 가꾸는 행위를 즐길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삶을 갉아먹으면 안 된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균형잡기다. 환경을 돕는 자선 활동이 아니라, 지구의 일부인 인간과 사회의 연속성을 위해 어떻게 패션을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이 기승을 부린 만큼, 그 폐해에 대한 각성도 늘었고 따라서 지속 가능한 패션의 세력도 커져 왔다. 특히 저렴한 합성섬유가 통풍을 막고 피부를 자극해 피부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든가, 옷의 생산 과정에서 제3세계 노동자들이 터무니 없는 저임금에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는 패스트 패션의 불편한 진실은 옷의 가격표가 아닌 뒷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윤리적 소비자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스피도와 프롬섬웨어가 협업한 헌 수영복 드레스
2007년 막스앤스펜서와 캠브리지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소비자 중 78%가 옷의 제조 과정과 제조 상황,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설문 응답자 중 3분의 1은 이런 기준에 따라 옷 구입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서구에서는 이런 추세에 부응한 다양한 친환경,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가 호응을 얻었다. 작년 WGSN 어워즈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꼽힌 피플트리는 일본에서 시작되어 유럽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다. 2006년 영국의 SPA 브랜드 톱숍의 매장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해, 공정무역 패션도 트렌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버려지는 소재를 근사한 디자인으로 살려내는 업사이클링 패션도 한 축을 차지한다. 트럭 덮개로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 가방은 스위스 젊은이들의 필수품이라고 불릴 정도고, 미국의 에코이스트는 사탕 포장지, 음료수 라벨 핸드백으로 카메론 디아즈, 킴 캐트럴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헌 옷을 소재 삼은 정키스타일링은 영국 뒷골목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해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가 즐겨 찾는 패션 브랜드가 됐다.

디자이너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동물 가죽과 털을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중세적이고 야만적인, 낡은 패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브랜드 피플트리와 협업한 영국 배우 엠마 왓슨
그의 식물성 인조 가죽 부츠와 가짜 털 코트는 수많은 유명인들을 추종자로 거느리고 있다. 크리스토퍼 래빈은 2011년 가을/겨울 시즌 뉴욕패션위크에서 스위스 군용 물자들을 패션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명 '맥가이버 칼'인 스위스 군용 칼로 유명한 빅토리녹스를 위한 이 프로젝트 '리메이드 인 스위스'에서 침낭, 낙하산, 담요 등이 코트와 재킷, 머플러로 탈바꿈했다.

"공예에 대한 찬가이자 패스트 패션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라는 이 콜렉션은 멋질 뿐 아니라 매우 견고하다. 명분과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셈이다. 홈페이지(www.remadeinswitzerland.com)에는 제작 과정이 재치 있는 동영상으로 공개되어 있어 패션의 기쁨을 더한다.

뉴욕에선 패션모델이 히피처럼 산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더 이상 명분에 대한 거창하고 지루한 갑론을박에 매여있지 않다. 그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윤리와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패션 피플에게 멍석을 깔아 주었다. '지속 가능한 패션=친환경 패션=유기농 면 소재의 심심한 옷=개량한복'으로 이어지는 한국적 편견의 연쇄 구조는 낡은 상식일 뿐이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패션에 대한 반기가 아니라, 패션의 한 범주로 진화하고 있다. 주류 패션계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모티프들을 건강하고 현명한 삶의 방식의 표상으로 받아들인다.

에코이스트의 핸드백
기존 브랜드들도 하나둘 새로운 흐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올해 1월 한정판으로 출시한 '프리미엄 프린트 팩'은 잡지를 꿰매어 만든 신개념 스니커즈.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없어지는 잡지의 현란한 색과 무늬를 디자인적 요소로 담아낸 업사이클링 패션 아이템이다.

스포츠 브랜드 스피도는 공정무역 브랜드 프롬섬웨어와 협업해 헌 수영복을 소재로 한 드레스 라인을 런칭했다. 한때 수영복이었던 과거보다는 우아한 러플, 정교한 패턴, 과감한 커팅 등으로 먼저 시선을 끄는 이 드레스들은 라피도 브랜드에 창의적인 이미지를 더하는 데 한몫 했다.

지속 가능한 패션에 앞장서는 패셔니스타들은 일반 소비자에게 좋은 선례를 보여준다. 친환경적 삶을 통해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에코시크(Eco Chic)', '에코칙(Eco Chick)'이라는 조어가 보편화되었을 정도다.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 뒤뜰 텃밭에 쓸 퇴비를 직접 만든다는 기네스 팰트로, 영국 기후변화 캠페인인 글로벌 쿨의 홍보대사이자 탄소중립의류브랜드 트웬티8트웰브를 직접 런칭한 시에나 밀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록그룹 U2의 보노는 아프리카에 공정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로 패션 브랜드 이든을 운영하고 있고, 배우 엠마 왓슨은 피플트리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라인을 만들었다. "나 같은 젊은이들이 패스트 패션에 휘말리지 않고 인류애와 환경을 자각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그의 언급은 전세계 팬들에게 퍼져 나갔다.

헌 옷을 가방으로 만드는 리블 랭크의 클로젯 프로젝트(after)
<지속 가능하게 섹시하게>의 저자 권수현 에코라이프스타일리스트는 뉴욕에서 거주할 때 패션계의 중심인물들이 오히려 평소에는 더 소박하게 사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웃들 중 모델이 있었는데 패션쇼나 TV에 나오는 모습과 달리 거의 히피처럼 살더군요. 하지만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어요. 그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외모는 건강한 생활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오래오래 섹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 말이에요. 한국에도 그런 유명인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쉬나 마데이큰은 패션이 유행 따라 새 물건을 구입하는 물량 공세가 아님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단 한 벌의 블랙 미니 드레스에 기부받거나 중고로 구입한 액세서리를 매치해 매일 다른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생활 실험 '유니폼 프로젝트(www.theuniformproject.com)'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선보이는 블랙 미니 드레스의 무한 변신은 패션이 반드시 소비를 통해서만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오해는 줄고 이해는 깊어진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친환경 소재 물건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소비자가 아무리 자연분해되는 옷을 산다고 해도, 그 대가가 생산자에게 적절히 돌아가지 않거나 소비자의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친환경적 소비는 소비자 자신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데 그칠 것이다. 패션의 사회적 관계를 성찰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품 판타지>의 저자 김윤성은 "21세기 패션산업의 키워드는 생태"라고 강조한다.

패션의 기본인 소재와, 인간의 창의력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환경을 피폐하게 하는 패스트 패션의 파괴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암스테르담 패션위크의 그린 패션 어워즈 수상 결과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2등을 수상한 OAT슈즈의 더버진컬렉션의 친환경성은 이해하기 쉽다. 자연분해되는 소재로 만든 이 운동화는 낡으면 쓰레기통 대신 양지 바른 땅에 묻어줄 수 있다.

하지만 1등을 수상한 디자이너 엘시엔 그링휴스의 콜렉션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겉으로만 보아서는 어디가 친환경적인지 알 수 없다. 이 옷이 유기농 대나무, 울 등의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힌트다. 소재는 물론 공정까지 지속 가능한지가 심사 기준이었던 것이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만큼이나 긍정적 파급 효과를 발생시키는 사업 계획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2년 전 에코백은 어디로 갔나

그런데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잠잠한 걸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2~3년 전쯤 반짝 하고 사라진 '에코 패션' 논의 이후 진전이 없다.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공적 지원이 없다는 것이 한 원인이다. '패션'과 '디자인'을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지자체의 공약은 지속 가능한 패션까지 미치지 못했다. 서울패션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에코 패션의 흐름은 한 차례 지나가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이야말로 공적 영역의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의 이미영 대표의 지적대로 "지속 가능한 패션은 노동자의 인권에서부터 넓은 사회경제적 이슈를 아울러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기본 취지가 상업성이 아닌 만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윤리적 패션 브랜드 오르그닷의 김진화 대표도 시장에서 장기적 안목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외국에서도 학계의 연구에 기업의 동참이 맞물리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 담론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런던패션대학의 '지속 가능한 패션 센터'가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학문적 연구는 물론 효율적인 사업 모델과 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원 프로젝트를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큰 기업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간단하고 생색 내기 좋은 '에코 백'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패션 브랜드들이 복잡하고 골치 아픈 지속 가능한 패션에는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 리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리블랭크의 이주연 기획팀장은 "작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큰 기업의 움직임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 취향이 다양하지 않은 소비문화도 걸림돌이다.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정재우 교수는 "결국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소비자의 다양성이 지속 가능한 패션을 뒷받침했습니다. 획일적인 유행을 쫓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소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인식도 높고요."

이미영 대표는 화려한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미적 기준이 친환경 소재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평가절하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 세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한국은 인위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취향이 확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화 대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낙관했다. "바로 이때 시장이 다양한 선택지를 준다면 지속 가능한 패션이 생활화되지 않을까요?"

명분 있고, 자연스런 지속 가능한 패션 피플

한국의 지속 가능한 패션은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틈틈이 꽃피고 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리블랭크, 오르그닷 등의 활동은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패션 생활에 영감을 준다.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을 내세운 그루는 작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올해 봄/여름 시즌까지 디자이너 임선옥과의 협업으로 런칭한 '임선옥 For g:ru' 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임선옥 디자이너의 감각과 그루의 친환경 소재가 만나 편안한 코트와 재킷, 팬츠 등이 탄생했다. 서울 안국동과 신사동, 평창동 등의 매장과 홈페이지(www.fairtradegru.com)에서 판매한다.

리블랭크는 버려지는 옷이나 현수막 등으로 새로운 옷과 가방, 소품을 만들어내는 리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다. 리블랭크는 '다시'라는 뜻의 접두사 're'와 '공백'을 뜻하는 'blank'가 합쳐진 이름. 2008년 생긴 후 다양한 디자인 전시와 서울패션위크 신진디자이너 패션쇼 참가로 이름을 알렸다.

채수경 대표는 작년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카르티에가 주최한 '여성 창업 어워즈' 1차 선발자 15인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포함됐다.

윤리적인 패션은 얌전해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하는 독창적 디자인은 리블랭크(www.reblank.com)의 명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여러 벌의 다른 소재, 다른 색과 무늬의 옷을 해체한 후 패치워크하듯 재조립한 재킷과 코트들은 믹스매치의 아이러니와 재치를 한 벌 안에 담아낸다. 물물교환을 독려하는 '스위싱Swishing' 행사, 안 입는 옷을 가방으로 만들어주는 '클로젯 프로젝트Closet Project' 등으로 발상의 전환을 돕는다.

유기농 원단은 물론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폴리에스테르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기업의 단체복, 록페스티벌의 기념품, 가방 등 소품을 제작해 인지도를 높여온 윤리적 패션 브랜드 오르그닷은 올해 아예 시장의 룰을 바꿔볼 작정이다.

오는 5월 독립 디자이너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접촉하고, 수요에 맞춰 디자인을 공급하는 오픈 마켓을 여는 것. '클라우드 소싱'을 접목한 플랫폼 형식의 사업 모델은 럭셔리 브랜드로부터 전파되는 일방적 패션 흐름을 거스른다.

IT기업 출신의 김진화 대표가 공유와 상생, 수평적 네트워킹 같은 인터넷 문화를 패션산업에 접목해 구상한 모델. 패션의 윤리성에 목마른 착한 소비자는 물론 패션의 다양성에 목마른 줏대 있는 소비자의 귀까지 번쩍 뜨이게 할 소식이다.

이 와중에 어떤 기발하고, 민주적이며, 유행에 동떨어진 디자인이 나올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시도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인터넷 쇼핑몰의 싸구려 옷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거나, 티셔츠를 사재기하러 유니클로에 뛰어가는 것보다는 더 패셔너블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가격 비교하는 정성으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명분과 스타일, 실속까지 두루 챙기며 사는 지속 가능한 패션 피플의 길이 열리고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