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생방송 전환 서바이벌 경쟁

"자, 당신의 선택은?"

2011년 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을 자처하며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에서 경쟁하듯 전파를 소모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지역 예선을 펼치고, 또 마지막은 생방송으로 장식한다. 마치 그 모든 절차를 짜고 치듯이.

상황이 이렇게 되자 3월 30일 KBS <뉴스라인>은 'TV 공개 경쟁프로 문제없나?'를 주제로 오디션 열풍을 조명했다. tvN <슈퍼스타 K 2>의 장재인은 이날 뉴스에 출연해 "진정성이 느껴져 대중이 열광한다"고 말했다.

이어 31일에는 MBC가 <100분 토론>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했던 박칼린, 김태원, 신해철이 패널로 출연했다. 박칼린은 "감동과 진정성"을, 김태원은 "그 날, 그 무대의 느낌"을 오디션의 평가 기준으로 내세웠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지금, 시청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시청자, 즉 대중의 손에 의해 선발되니까.

대중의 손가락, 실시간으로 한 표를 던지다?

대중문화에서 2011년 4월은 어떻게 기억될까?

4월은 TV와 시청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대중의 심리가 고스란히 미디어에 전달되는, 나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작이 될 것이니까.

최근 방송되고 있는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과 tvN <오페라스타 2011>이 생방송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생방송으로의 전환은 이제부터 시청자들이 참여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최후의 승자를 대중에게 맡겼다.

4월과 5월에 <위대한 탄생>과 <오페라스타>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면서 서바이벌의 숨 막히는 현장이 펼쳐질 것이다. <위대한 탄생>은 가수 지망생들의 경연이, <오페라스타>는 실력파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기가 주제다. 대중은 이제 도전자들의 재능과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두 프로그램이 포문을 열면, 6월에는 KBS <도전자>(가제), SBS <기적의 오디션>과 tvN <코리아 갓 탤런트>가 전파를 타며 역시 7월과 8월에도 생방송 모드가 이어진다. 이후 MBC <위대한 탄생> 시즌 2와 tvN <슈퍼스타 K> 시즌 3도 8월에 방송을 시작해 9월에는 역시 시청자들이 평가를 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심사위원단 평가와 생방송 시청자 투표를 결합해 승자를 뽑는 형식이다. 결국 말미에는 시청자, 즉 대중이 ARS의 전화나 휴대폰 문자투표를 통해 결론이 지어진다. 대중이 심사위원이 되는 것이다.

먼저 <위대한 탄생>의 경우 4월 8일부터 진행되는 생방송에서 ARS로만 실시간 투표를 받는다. 온라인 투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온라인 이용자의 연령대가 편중돼 시청자의 참여비율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로지 전화로만 대국민 심사를 거치겠다는 의견이다.

이미 잠정중단을 선언한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를 통해 실시간 전화투표를 실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방송 당시 ARS로 '1위 맞추기' 투표를 시도해 <위대한 탄생> 제작진에게 참고사례가 됐을 터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단 평가와 시청자 투표의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협의 중이다.

<오페라스타>는 4월 2일부터 문자메시지 투표를 실시했다. 시청자의 실시간 문자투표를 통해 최하위로 2명이 선정되면, 전문 심사위원이 평가해 최종 탈락자를 가린다.

특히 '시간차 투표 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다. 가수들의 도전 순서가 실시간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 시청자들의 공정한 심사를 위해 현재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에 한해 투표가 가능하며, 모든 도전자들의 노래가 끝난 뒤 전체 가수 투표가 이어진다. 재도전의 기회는 없다.

<기적의 오디션>도 생방송으로 전환되면서 시청자들의 투표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방송사들이 심사위원에만 의존해 배우를 선발하던 방식에서 탈피한 것. 시청자는 노래를 듣는 귀뿐만 아니라 연기능력까지 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코리아 갓 탤런트>는 7월 16일 생방송을 시작해 6회 동안 시청자 투표를 받는다. 심사위원단과 생방송 시청자 투표를 합산해 최종 우승 1팀을 선발하게 된다.

<슈퍼스타 K> 시즌 3 역시 대중의 의견 수렴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즌 1에선 심사위원 점수 10%, 사전인터넷투표 20%, 시청자모바일투표가 70%였다. 시즌 2는 심사위원 점수 30%, 사전인터넷투표 10%, 시청자모바일투표가 60%. 대중의 평가가 80%를 차지한 셈이다.

시즌 2에선 문자투표 참가자만 평균 7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종 결선에선 문자가 130만 개가 집계됐다. 시즌 3에서도 대중의 투표 결과는 기막힌 반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은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브리튼즈 갓 탤런트> 등을 통해 10여 년간 실시간 시청자 투표 방송을 해왔다. 그 결과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시즌 2에서만 총 2400만 표에 달하는 수치가 기록됐다. 문자 메시지 투표는 700만 표에 달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휴대폰 문자 메시지 이용이 미약했던 미국이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문자를 이용하는 방법과 그 쓰임새를 새롭게 익혔다는 사실이다.

SBS ETV 김경남 PD는 "시청자들은 TV만 시청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데 적극적이다.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해 그 결과를 지켜본다. 이것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실현이다"고 말했다.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까? - 똑같은 포맷, 중복 출연자

"지원자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

4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간 시청자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이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시청자들이 7개월 동안 쉬지 않고 손가락의 힘을 이어갈 수 있을까?

4월부터 두 프로그램씩 맞물려 진행되면서 <위대한 탄생>과 <오페라스타>의 경우 금요일과 토요일에 연이어 방영된다. 관심 있는 시청자는 이틀 연속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고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다. 11월까지 잠깐의 휴식기를 갖긴 하겠지만 각 방송사들은 말미에는 생방송 실시간 투표방식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대나 날짜가 겹치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은 혼선을 겪을 것이다.

<코리아 갓 탤런트>나 <기적의 오디션>, <도전자>, <슈퍼스타 K 3> 할 것 없이 실시간 투표에 염증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트렌드에 극도로 민감한 시청자가 과연 방송사의 의도대로 친절하면서도 섬세하게 전화기 버튼을 누르거나, 휴대폰 키패드를 두드릴까.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에 오히려 싫증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또 다른 문제는 출연자에 대한 허용 범위의 기준이다. <코리아 갓 탤런트>의 경우 8월 방송 예정인 <슈퍼스타 K 3>에 출연하는 도전자들에게도 '중복 출연'을 허용했다. 도전의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tvN 이덕재 국장은 겹치기 출연에 대해 "<코리아 갓 탤런트>의 경우 노래 이외에 코미디, 액션 등 포괄적인 재능을 보는 오디션이기 때문에 겹치기 부분은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프로그램들이 나이, 성별, 학력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있으며, 일일이 중복 출연자들을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만약 노래나 연기 등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지닌 한 명의 도전자가 모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출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본선 무대에 오르지 말란 법도 없다. 같은 인물을 동시에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폴 포츠나 허각 같은 드라마틱한 인생의 역전극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신이라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또한 비슷한 사연과 캐릭터를 지닌 도전자들의 출연도 달가울 리 없다. 박칼린 뮤지컬 감독은 "많은 재능 있는 한국 사람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중복 출연과 비슷한 포맷은 질타를 받기에 충분하다. '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람은 중복 출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를 지원서에 첨부하기도 볼썽사나운 일 아닌가. 대중이 이런 걸 극복하고 심사위원으로서 손가락을 움직일 것이란 보장이 있을까.

그러나 반복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정적 측면과 함께 긍정적 요소도 있다. 이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집단지성과 젊은 시청자들이 보다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네트워크화 된 미디어 소비로 바뀌는 측면도 있다.

한 지상파 방송 예능PD는 "오디션 프로그램 쏠림 현상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도 상당한 혼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실시간 투표에 대한 참여 방법까지도 말이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다음 번에는 정비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올 것이다. 과도기라는 점을 대중도 감안해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참고서적 : <컨버전스 컬처>(헨리 젠킨스·비즈앤비즈)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