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종선 개인전 갤러리 류가헌 5월 3일부터 15일까지

'고양이와 소년'
닮았다. 동네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할 것 같은 소년의 몸과 바람 속에서 단련된 듯한 고양이의 몸. 앉은 자세까지 잘 맞추어진 시의 운처럼 비슷하다.

웃는 소녀의 뒤에선 염소도 빙그레한 표정이다. 눈들은 어찌나 맑은지. 쌍둥이 소녀들 옆에 쌍둥이 개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해지는 장면들이다.

어린이와 동물은 항상 축복이 된다. 참, 생명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작가 이종선의 길고 외로운 여정을 동행해준 것도 이들이었다. 10년간 떠돈 인도에서 그는 이국적인 풍광 대신 어린이와 동물을 찍었다. 절로 그렇게 되었다.

"늘 혼자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여러 동물들과 전에 없던 관계 맺기가 이루어졌어요. 동물들을 들여다보는 친근한 시선이 생겼고, 그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였지요. 언제부턴가 그들을 찍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염소와 소녀'
사진들이 유난히 따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에는 유머와 천진난만에 끌리지만, 들여다볼수록 사람과 동물이 어울려 사는 삶이 보인다. 소설가 공선옥은 이 사진들에서 소와 돼지, 염소와 토끼, 개와 닭, 그리고 생쥐들과 한 집에 살았던 어린 시절을 불러낸다.

"가을이었습니다. 토끼에게 먹일 마른 잎을 따러 가을 뽕밭에 갔습니다. 뽕잎을 따다가 그만 '땡끼벌' 집을 잘못 건드려 죽을 뻔했습니다. 내가 죽을 뻔하면서 따온 마른 뽕잎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토끼를 바라보면서도 나는 토끼가 하나도 밉지 않습니다. 식구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니었고 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립다.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본 적이 없는데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참,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길이길이 널리널리 기억하게 하는 기록의 기술이었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종선 작가의 개인전 <너는 나에게로 와서>는 5월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02-720-2010


'꽃냄새 고양이'
'쌍둥이 개와 쌍둥이 소녀'
'앵무새'
'개와 아이들'
'닭과 소녀'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