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진 신비주의… 공인에 대한 논쟁… 사생활 공개에 대한 다양한 시각

이혼설에 휘말린 서태지-이지아
지난 4월 21일 '희대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시대의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던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가 55억 원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두 사람은 올 초 두 차례 공판을 진행했으며, 5월에 또 한 번의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열애도 결혼도 이혼 소식도 아니었다. 이들은 이미 1997년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에는 이지아가 이혼신청서를 제출했고, 3년 후에 이혼의 효력이 발생했다는 것.

대중이 받은 충격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도 데뷔 이래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서태지가 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또한 과거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지아가 결국 서태지의 숨겨진 '전 부인'이었다는 사실도 그렇다.

언론들은 앞 다투어 '사건'이나 '사태'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다. 종합일간지조차도 1면과 3면과 주요기사로 다루었다. 심지어 정치적 현안을 물타기하려는 음모라는 말까지 떠돌 정도였다.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보도에서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메가톤급 '대접'을 받았다. 아주 드문 일이다. 이어 이 사건은 한 연예인의 숨겨진 이면이라는 본질 외에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논란과 논쟁을 뜨겁게 제기했다.

'서진요닷컴'
공인에 대한 해석-연예인은 공인인가?

서태지는 1992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해 국내 가요계에 새로운 장르를 심어놓은 인물이다. 그로부터 4년 후 은퇴하기까지 그는 가요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대중문화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그 후 복귀하긴 했지만 그는 20여 년간 활동을 하면서 사생활이 밝혀지지 않은 신비주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대중이 받은 1차 충격은 서태지가 그토록 고수했던 신비주의 전력이 깨졌다는 것이죠. 2차 충격은 이지아라는 배우의 실체가 공개된 점이고요. 그녀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든 말이죠. 여기에 3차 충격은 이런 사생활들을 과연 서태지가 밝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요. 대중은 그가 과연 공인인가 아닌가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이번 사건을 3차 충격으로 정리했다. 대중은 이들이 어떻게 만났으며, 어떤 결혼생활을 했고, 왜 헤어졌는에 대한 명확한 답을 원했고, 네티즌들은 이들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었다. 서태지나 이지아가 그들의 사생활을 풀어놓아야 마땅한 것인가라는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심지어 학계의 학자들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언론칼럼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언급했다. 우리는 보통 공인(公人)을 두고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MBC <스페셜-타블로, 스탠포드에 가다>
대개는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또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런데 연예인을 공인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흔히 널리 알려져 인지도가 있는 사람을 통틀어 공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기도 한다. 이는 의사소통의 편리함을 위해 쓰는 표현이지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연예인을 두고 공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그러했다. 그러면서 이런 스캔들에 집요하리 만큼 집착하는 우리 사회와 대중의 심리를 분석하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정덕현 씨는 "우리 사회는 가족주의 사상이 뿌리 깊이 박혀있다. 그만큼 자기 사생활 보호에 민감하다"며 "하지만 거꾸로 타인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이 드러났을 때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억압된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신의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극단적 심리가 타인의 사생활에는 깊게 관여하고 싶어하는 욕구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대중은 '연예인은 당연히 사생활을 다 공개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고수하며 공인의 논리를 들먹인다. 대중매체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드러낼 때는 어찌된 것인지 그들을 '공인화'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운다.

할리우드의 언론들은 우리의 실정과는 다르다. 파파라치가 촬영한 연예인들의 사진은 돈과 연결된다. 그런데 언론들은 고민한다. 연예인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고소를 할 경우를 대비한 벌금과 사진을 게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상업적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선 연예인들이 사생활 침해에 대해 법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이러한 개념이 자리잡지 못했다.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문화평론가들은 서태지와 이지아가 사생활에 대해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인터넷 문화가 키운 마녀사냥

지난해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는 학력논란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됐고, 타블로에 대한 학력논란은 그칠 줄 몰랐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논란을 잠재우는 길을 택했다. MBC는 지난해 10월 <스페셜-타블로, 스탠포드에 가다>를 방영하며 그의 발자취를 따랐다. 타블로는 수년 동안 뒤따르던 루머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타블로가 사건을 키운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지울 수 없다. 그는 학력논란이 인터넷에 불거졌던 초반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도 어쩌면 서태지처럼 사생활의 노출을 꺼려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관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타블로가 뒤늦게 사실을 말해도 그것을 토대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타블로의 전례가 어쩐지 서태지의 이번 사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서태지가 공인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먼저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가 신비주의를 고집할 수 있었던 건 TV와 라디오 등이 아날로그적 기능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이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태지가 신비주의 전략으로 고수했던 '침묵'은 예전의 방식이다. 사건이나 사고가 터졌을 때 과거와 같이 가만히 있겠다고 해서 잊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루머들만 쌓이고 확산될 뿐이다.

서태지와 이지아의 소송이 세간이 알려진 후 이들의 혼인신고 문서들도 속속들이 파헤쳐졌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살았던 미국의 집과 이지아의 신상명세, 그녀의 가족관계 등이 지체 없이 방송과 신문, 인터넷에 게재되고 있다.

심지어 배우 구혜선, 한예슬까지 서태지와의 관련설이 나돌면서 걷잡을 수 없는 루머들이 양산되는 실정이다. 만약 서태지가 대처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스토리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이지아닷컴'이나 '서진요(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등의 홈페이지가 개설되기까지 했다. 서태지가 타블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신비주의를 버리고 대중 앞에 나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덕현 씨는 "침묵을 지키는 일이 현시대와는 맞지 않는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은 회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중과 마주서서 설명해야 하는 시대"라면서도 " 하지만 서태지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사생활을 노출할 필요가 없다. 그게 서태지의 방식이라면 이제는 대중도 인정해주고 안아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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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