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6월 26일까지탈루 L.N. 개인전 'Chromatophbia: The Fear of Money'

'Chromatophobia', 2010
"주머니에서 동전을 하나 꺼내십시오. 망치를 손에 들고 숨을 깊이 들이쉰 후, 모든 걱정, 추한 생각 그리고 나쁜 행동을 몰아내십시오. 망치를 사용해 동전을 '소원 나무'에 박으십시오. 산뜻해진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며칠 후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도 출신 작가 탈루 L.N.의 전시장에는 동전이 총총 박힌 나무가 있다. 관객들이 안내문을 따라 소원을 빈 흔적이다. 설마 돈 심은 데 돈 나리라는 확신으로 망치질을 한 이가 있을까.

동전을 두드린 것은 반쯤은 호기심, 반쯤은 정월대보름에 부럼 깨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중엔 망치질 그 자체가 더 중요해졌을지도 모른다. 단순 노동만큼 잡념을 몰아내는 것도 없으므로, 작업을 끝낸 관객들은 자신의 소원이 무엇인지도 잊고 개운하게 나무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이 과정을 통해 동전은 화폐가치를 잃는다. 구멍 나고 구부러진 채 나무에 박힌 동전들로는 더이상 껌 하나도 살 수 없다. 이 시대의 가장 막강하고 주요한 원리인 돈의 기능을 관객이 자발적으로 망가뜨리는 의례, 이것이 바로 탈루 L.N.의 미술 작품이다. 제목은 'Chromatophbia', 즉 '돈 공포증'이다. 돈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기며 비이성적 불안에 시달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또 다른 작품 'Apocalypse', 즉 '세계 종말'도 역시 돈의 위력을 거스른다. 쇠우리 안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오락이 시작되는 것도, 콜라캔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라 동전이 갈린다. 마침내 본래 형체를 잃고 반들반들하게 연마된 동전. 관객의 손에 남는 것은 장난감처럼 헛된 돈의 가치다.

'Ex[prt Desogn', 2008
이들 작품에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작가가 본 세계의 모습이 녹아 있다. 끝없는 번영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약속은 한 순간 물거품이 되었고, 추상화된 돈의 가치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작가는 이 혼란상을 일종의 병적 증상으로 진단했고, 자신의 해석을 작품으로 옮겼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Chromatophobia: The Fear of Money'에는 숭고하고도 덧없는 돈에 대한 성찰이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이밖에도 기름을 뒤집어 쓴 쓰레기 더미 같은 'E=mc2 Part 2',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주제로 한 'Genetically Modified Landscape' 등의 작품에서도 작가의 사회적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전시는 6월26일까지 열린다. 041-551-5100~1.


'Apocalypse', 2010
'E-mc2 Part 2', 2009
'Genetically Modified Landscape'. 2010
'Lamp(Deepa Sundari)', 201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