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6월 26일까지탈루 L.N. 개인전 'Chromatophbia: The Fear of Money'
인도 출신 작가 탈루 L.N.의 전시장에는 동전이 총총 박힌 나무가 있다. 관객들이 안내문을 따라 소원을 빈 흔적이다. 설마 돈 심은 데 돈 나리라는 확신으로 망치질을 한 이가 있을까.
동전을 두드린 것은 반쯤은 호기심, 반쯤은 정월대보름에 부럼 깨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중엔 망치질 그 자체가 더 중요해졌을지도 모른다. 단순 노동만큼 잡념을 몰아내는 것도 없으므로, 작업을 끝낸 관객들은 자신의 소원이 무엇인지도 잊고 개운하게 나무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이 과정을 통해 동전은 화폐가치를 잃는다. 구멍 나고 구부러진 채 나무에 박힌 동전들로는 더이상 껌 하나도 살 수 없다. 이 시대의 가장 막강하고 주요한 원리인 돈의 기능을 관객이 자발적으로 망가뜨리는 의례, 이것이 바로 탈루 L.N.의 미술 작품이다. 제목은 'Chromatophbia', 즉 '돈 공포증'이다. 돈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기며 비이성적 불안에 시달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또 다른 작품 'Apocalypse', 즉 '세계 종말'도 역시 돈의 위력을 거스른다. 쇠우리 안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오락이 시작되는 것도, 콜라캔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라 동전이 갈린다. 마침내 본래 형체를 잃고 반들반들하게 연마된 동전. 관객의 손에 남는 것은 장난감처럼 헛된 돈의 가치다.
작가는 이 혼란상을 일종의 병적 증상으로 진단했고, 자신의 해석을 작품으로 옮겼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Chromatophobia: The Fear of Money'에는 숭고하고도 덧없는 돈에 대한 성찰이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이밖에도 기름을 뒤집어 쓴 쓰레기 더미 같은 'E=mc2 Part 2',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주제로 한 'Genetically Modified Landscape' 등의 작품에서도 작가의 사회적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전시는 6월26일까지 열린다. 041-551-5100~1.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