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은 기본이고 감성전달과 대중성, 진정성 갖춰야최고의 가수는 한대수, 조용필, 이승철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박정현
"내가 본 최고의 가수는 김연우!"

국내 유명 뮤지션 유희열이 주저 없이 내뱉은 말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KBS라디오 <라디오 천국>에서 김연우에 대해 "절제의 미학을 가진 가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김연우의 최대 매력은 리듬감이다. 리듬감이 없으면 차분하게 불렀을 때 감동을 줄 수 없다. 그가 조금 찡그린다면 그건 음역이 아주 높은 거고, 조금 더 몸을 뒤로 젖힌다면 일반인들은 절대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뜻하는 것"이라며 김연우의 가창력을 높이 평가했다.

유희열이 김연우를 두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김연우가 노래를 부를 때 감정 없이 딱딱하게 부른다'는 일반의 반응에 대한 나름의 의견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노래의 감흥은 다르다는 뜻이다.

'나는 가수다'의 폭풍이 브라운관을 떠나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과 이소라, 등 평소에 TV 출연을 하지 않던 가수들을 끌어들였다.

임재범
김건모의 첫 탈락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나는 가수다'는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스포일러와 전쟁을 치르고 있고, 출연 가수들의 개인적 스토리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소위 '노래 잘한다'하는 가수들이 총출연한다는 점이다. 누가 떨어지냐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사람들은 최고의 가수들이 부르는 최고의 무대를 감동적으로 즐기고 있다.

왜 이제서야 '가수'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진정한 가수'의 조건은 무엇이며,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그럼 누가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대중음악평론가 겸 대중음악 SOUND 발행인·편집인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주영훈,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박성일 등 6인에게 설문을 돌렸다.

진정한 가수의 조건이란 ?

BMK
"가창력 이외에 뮤지션으로서의 역할과 무대 장악력도 중요하다."

가수들은 모두 노래를 잘한다. '노래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앨범을 내고 무대에 선다. 물론 그렇지 못한 가수들도 더러 있긴 하다. 1990년대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기 전, 가수는 무조건 노래를 잘해야만 했다. 아니 그래야만 인정받았다.

아이돌 가수들에게 '3초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이들의 등장으로 가수의 정의는 바뀌었다. 노래뿐만 아니라 비주얼, 퍼포먼스가 뛰어난 사람들도 가수로서 인정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중음악 전문가 6인은 '진정한 가수'의 조건에 대해 가창력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가수에게 가창력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노래만을 읊조리는 사람이 아니라 작곡이나 작사 능력을 겸비하거나 좋은 창작곡을 고르는 안목, 곡의 해석 능력 등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무대 위에서 그만의 퍼포먼스까지 겸비하고 그 속에서 대중과의 소통과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대수 'MBC제공'
대중음악·문화평론가 4인은 '가창력+뮤지션'으로서의 조건을,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2인은 '가창력(창법)+퍼포먼스'에 비중을 두었다.

가수에게 가창력은 의심할 바 없이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지만 '진정한 가수'란 음악적인 능력과 함께 대중성까지 두루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고난 음악적인 능력과 잠재성, 그리고 대중성과 진정성 등을 겸비해야 탁월한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준흠은 "뛰어난 가수는 좋은 창작곡을 부르는 사람"이라며 "창작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좋은 창작곡을 고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했다.

최규성은 "가수는 단순히 노래만 하는 가수와 창작하고 연주하고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나뉜다. 고로 진정한 가수의 조건은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열정과 혼신을 다해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진정성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영훈은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이 합쳐질 때 청중들은 더욱 즐겁다. 진정한 가수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타고난 자신만의 창법과 음악, 그리고 퍼포먼스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티스트다"고 대답했다.

조용필(사진=인사이트 제공)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감정전달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으랴!"

'나는 가수다'는 청중평가단의 감흥 정도에 따라 등수와 탈락자가 정해진다. '나는 가수다'의 기본 모토는 '최고의 가수들이 꾸미는 최고의 무대'이다. 그래서 청중평가단이 느끼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들은 가수들이 노래를 하면 따라 부르는가 하면, 눈물까지 흘리며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한다. "의도적인 연출은 없다"고 강조하는 제작진의 말을 이해할 만하다.

청중평가단은 10대부터 50대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수와 교감하고 이내 감동에 빠져든다. 눈은 무대에 고정하고 입을 벌린 채 무방비상태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한 남성 평가단은 "여섯 번의 떨림과 한 번의 소름이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문가 6인은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잘한다는 건, 노래를 통해 감성과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계처럼 고음처리를 한다거나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말이다. 노래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승철(KBS제공)
정덕현은 "노래는 감정과 생각을 담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어떤 것이든 노래의 형식을 갖고 효과적으로 전달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우진은 "단지 가창을 잘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어떤 노래의 정서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노래를 못 불러도, 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과 수준을 잘 드러낸다면 노래를 잘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규성도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명곡들을 부른 가수들 중에는 가창력과는 거리가 먼 가수들도 적지 않다. 김민기와 조동진은 탁월한 가창력을 담보한 보컬리스트가 아님에도 폭넓은 대중에게 긴 여운과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며 "결국 자신만의 음악색채를 담보하고 진지함과 열정을 다해 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는? - 한대수, 조용필, 이승철

"뛰어난 창작과 그만의 감성, 독창성" (박준흠)

"그만의 독창적인 음색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진정성" (최규성)

"노래는 물론이고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도 시대를 넘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이들" (정덕현)

"음정, 박자, 감성 모두 국내 최고다.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 (주영훈)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를 꼽으라면 누구를 뽑겠는가? 만약 누군가를 뽑았다면 그 기준이 있는가?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앞서 질문했던 '진정한 가수의 조건'과 '노래를 잘 한다는 것'에 충족하는 최고의 가수도 선택했다. 이들 6인에게 3명 이하의 대한민국 최고 가수를 선정해 달라고 했다. 1명을 제외한 5명이 총 15명의 가수를 선정했다.

그 결과 '한국 모던 록의 창시자'로 불리는 한대수와 '가왕(歌王)'으로 칭송되는 조용필, '가창력 좋은 가수'로 꼽히는 이승철이 꼽혔다. 이들은 모두 2표씩을 얻어 대중음악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았다. 이들은 독보적인 가창력과 함께 감정전달, 표현력,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과의 소통능력 등이 크게 평가됐다.

한대수(63)는 1960년대 한국에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해 당시 통기타 음악계에도 충격을 준 가수이다. 음악카페 '세시봉'의 원년 멤버이며, 당시 번안곡이 유행이었던 통기타 가수들 사이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 <행복의 나라로>, <바람과 나> 등을 부르며 한국 포크 록에 새로운 시대를 연 가수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시대를 넘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조용필(61)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는 원래 기타리스트로 데뷔했지만 1970년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가수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 MBC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에서 불려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그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

최규성은 조용필에 대해 "1968년 데뷔부터 록, 포크, 트로트, 디스코, 민요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을 섭렵했다. 이는 폭넓고 깊은 음악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폭넓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노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획득했고, 그가 창작한 수많은 노래들은 세대를 초월한 대중으로부터 '이건 나를 위한 노래'라는 공감대를 형성시켰다"고 말했다.

이승철(45)도 대한민국에서 가창력 하면 빠지지 않는 가수다. 1985년 록 밴드 부활의 보컬로 데뷔해 1989년부터 솔로로 활동했다. <마지막 콘서트>, <소녀시대>,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등을 히트하면서 애절한 발라드와 록 팝,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최규성은 "이승철은 록 밴드의 리드보컬로 활동하다 솔로로 나서며 솔(soul)과 팝 발라드까지 넘나들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별한 감성으로 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는 기교와 음정, 성량 등 삼박자를 갖춘 가수다"고 평했다.

이들 세 사람 외에 전문가들이 선정한 가수는 신중현, 김창완, , 김범수, 박정현, 나얼, 김민규(델리스파이스), 린애 등이다.

차우진은 "가수에 한정짓더라도 결국 음악은 악곡의 편성과 뉘앙스, 구성과 보컬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가수 혼자 그 모든 걸 아우를 수는 없을 듯하다"며 가수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전체적인 음악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