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자비에 베이앙 개인전 'Spacing'전

'Le Carosse', 2011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에 'Le Carosse마차'가 설치됐다. 바람을 가르는 말의 역동성, 공기 중에 번지는 속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경쾌하고도 압도적이다. 길이만 9m에 달하는 마차 행렬이 빌딩숲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의 개인전 ' Spacing'이 열리고 있다. 그는 제프 쿤스에 이어 베르사유궁에서 전시를 가진 두 번째 작가다. 표현 대상의 알맹이만 뽑아내는 미니멀리즘의 정공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단련된 근육처럼 군더더기 없고, 명료한 존재감으로 주변을 사로잡는다.

현대 건축가를 모델로 한 인물상들은 이들의 건축 세계와 연결해보면 더 흥미롭다. 작가는 건축의 외양이 아닌, 그 안의 인간과 삶에 초점을 맞춘 건축가들을 선별했다. 노먼 포스터, 안도 타다오, 리차드 로저스 등이 포함됐다. 표정을 섬세히 살린 인물이 있는가 하면,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처럼 간결히 표현된 인물도 있다.

균형감과 리듬감이 조화를 이루는 'Stabile'과 'Mobile'은 가시화된 음악 같다. 언뜻 단순하지만 매우 섬세한 구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들뜨게도 한다. 질서와 위트가 공존한다.

'Richard Rogers', 2011
퐁피두센터에 사람보다 훨씬 크고 공간을 한껏 메우는 'The Big Mobile'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을 때 작가는 이 구 형태의 작품들이 "관객의 생각이 담긴 말풍선"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의 작품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시키고 사람과 공간 간 관계를 신선하게 바꾼다.

'Spacing ' 전은 흥국생명빌딩 내 일주&선화갤러리에서 8월18일까지 열린다. 02-2002-7777.


'Claude Parent', 2009
'Norman Foster', 2009
'Stabile n˚2, 2010
'Philippe Bona', 2009
'Drumbell', 2003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