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도병규 개인전 'Fetishrama II' 표갤러리사우스 7월 2일까지

'Fifteen Babies'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의 권능을 흉내낸 가장 상징적인 물건은 인형이다.

인형에 영혼을 투사하고 그것들로 인간의 일을 재현하는 행위는 유희를 넘어, 주술적인 의미를 지녔다. 죽은 이의 황천길에 동행하라고 흙 인형을 함께 묻었고, 미운 이에 대한 저주를 인형에 대신 퍼붓기도 했다.

이런 내력 때문인지, 인형은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스럽다가도, 해가 지면 살아날 것 같은 섬뜩함을 느낀다. 천진난만한 유년의 기호인 한편, 인간이 폭력적이고 성적인 욕망들을 해소해 온 음험한 도구. 인형과의 애증의 역사는 길다.

도병규는 인형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아기 인형들은 정확하고도 기이하게 재현되어 있다. 아기 인형의 피부를 뚫고 나오는 미세한 아기 인형들, 작은 아기 인형을 혀처럼 뱉어내는 아기 인형들은 실재일리가 없는데도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사실과 모사, 생명과 인공 사이의 불온한 긴장감이 시선을 붙든다.

도병규 개인전 'Fatishrama II'는 7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표갤러리사우스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마음이 담긴 물건'을 뜻하는 'Fetish'와 '극적인 사건'을 뜻하는 'drama'의 합성어다. 02-511-5295

'Birdge'

'Pacifier'
'Ocean Without a Shore'
'Pacifier 2'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