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부당해고서 반값 등록금까지 SNS 통해 이슈화 앞장

1999년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슐츠는 논문 '벤투라와 새로운 세계의 폴리테이너'에서 '폴리테이너(politainer)'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당시 미네소타주 주지사 선거에 프로레슬러이자 배우 벤투라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폴리테이너는 '폴리틱스(politic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친 말로, 정치적 소신을 갖고 직접 선거에 참여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행위를 하는 연예인, 유명인을 지칭한다.

슐츠는 당시 폴리테이너를 두고 대중문화산업이 성장하면서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TV나 영화의 발전과 함께 파급력이 커진 것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사람들은 연예인의 이미지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선이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폴리테이너의 영향력은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탄생시켰다. 2003년에는 액션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 만들었다. 우리도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손숙, 이창동, 이순재, 고 이주일 씨 등이 정치에 참여했다.

그런데 최근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폴리테이너가 아닌 '소셜테이너'다. '소셜테이너'는 '소셜(social)'이나 '소사이어티(society)'가 '엔터테이너'와 합쳐진 신조어다. 공식적인 단어는 아니나 공공연하게 언론에 의해 쓰이고 있다.

폴리테이너가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반면 소셜테이너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 직접 선거에 나서거나 정당 활동은 하지 않지만 사회적 소신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이다.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 문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값 시위 등은 소셜테이너들의 참여로 더욱 유명해진 이슈들이다. 최근 배우 김여진, 방송인 김제동, 가수 박혜경 등은 이런 문제에 앞장서며 시민들에게 혹은 언론에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특히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민단체와의 연계도, 정치적 노선 및 색깔도 없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회문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연예인이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트위터 등 이른바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들의 언행을 바로 대중에 알리며, 이슈를 만들고, 동조자들을 모으는 데 일조한다.

지난 5월 29일 MBC '시사매거진2580'은 '소셜테이너가 간다'를 방영하며 이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13분 동안 전파를 탄 이 코너에서 세 사람은 홀로 현장에 가서 직접 몸을 부딪치며 사회적 문제 현상을 접했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이 했던 일과 앞으로 할 일에 대해 팔로워들과 공유했다.

마치 '1인 기동대'처럼 동분서주했다. 이들은 때로 진보주의적 성향이 도드라지고 이슈 메이커로 세간에 오르내리면서 보수세력이나 연예인의 행동을 평가절하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역으로 그만큼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방송인 김제동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람들에게 얻은 힘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에게 쓰여야 된다고 봅니다.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봐요. 스파이더맨이 벽을 잘 타고 거미줄 쏘는 능력이 있는데 노래방에서 자기 혼자 벽 타면 그거 뭐 별로 의미 없지 않습니까!"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