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Beyond the Blue' 갤러리현대 신관 7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남관, 내 마음에 비친 일그러진 상들, 1981
북극해에 기대어 사는 이누이트족에게는 흰색에 대한 표현이 많다. 그 수백 개의 목록이 곧 그들의 역사다. 시각과 기후에 따라, 상황과 정서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눈의 모습을 헤아린 사회적 관습이다. 그래서 색은 문화다. 한 사회의 시간과 마음과 생각이 담긴.

한국에서 특별한 색은 무엇일까. 지리적 기원을 따져 보면 푸른색이 가장 민감한 색 중 하나가 아닐까. 천혜의 환경이 허락한 하늘과 바다, 식물의 색은 그 자체가 삶의 터전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푸른색들로 마음을 돌아보고, 내일을 예측하고, 섭리를 깨달으며 살아 왔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방색 중 푸른색에 해당하는 '남'은 생명을 뜻한다. 식물의 성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새벽하늘의 색인 '청천'은 한국인들이 유난히 사랑한 색이었다. 푸른색을 가리키는 한글 '파랑'은 그 소리와 생김부터 봄에 새싹이 나는 풍경이다. 토속신앙에서 파랑은 번식을 기원하는 색이었다.

한국의 삶에 스며든 푸른색을 펼쳐 보이는 전시가 마련된다. 7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푸른색을 모티프로 한 미술 작품을 모은 '靑-Beyond the Blue'전이 열리고 있다. 자연이 낳은 색부터 생활에서 우러나온 색까지 푸름의 지평이 넓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남관, 김환기, 장욱진, 이우환, 강익중 등의 작품에는 전통과 자연에 가까운 푸른색이 배어 있다. 강형구, 김동유, 홍경택, 권기수, 민성식 등의 작품에서는 생성과 발원이라는 푸른색의 의미가 읽힌다.

정상화, '무제 07-02-05', 2007
김소월의 '파아란 풀 그림자', 윤동주의 '창공' 등 푸른색을 다룬 시도 곁들여져 전시장이 더욱 풍성하다. 02-2287-3500


유영국, 'WORK', 1979
강익중, 'Happy Moon Jar', 2011
김종학, '달밤의 들꽃', 2005
박서보, 'Ecriture(描法) 060220', 2006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