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휴가와 생산성 큰 관계없어… 자본, 노동, 시민 유기적 공조 필요

한국의 직장인은 왜 마음 편히 쉬지 못할까. 굳이 전문가의 혜안을 빌리지 않고도 이에 대한 대답은 직장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휴가를 다 '찾아 먹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일주일 이상의 연속된 휴가를 쓰는 이는 더더욱 없다. 눈치 보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김영선 교수는 <잃어버린 10일>에서 한국인들이 왜 서구 선진국에 비해 휴가를 죄악시하게 됐는지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 휴가에 대한 이런 인식이 근로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작업장 환경이나 정책의 무용(無用)성 등과 결합된 구조적인 문제임을 밝혀냈다.

특히 강제성 없는 휴가 제도에 대한 지적이 신랄하다. 김 교수는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15일 연속 휴가를 쓰게 하는 법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게 없어서 기업들이 이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상에서 '법적으로 강제하는 조항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푸념들도 다수 발견했다는 그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휴가 촉진 조항 같은 것도 현실적으로는 있으나마나 한 법"이라고 비판한다. 사실상 '페이퍼 휴가'에 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처럼 사회 전반적인 불황이 이어질 때, 역사적으로 개인과 기업 모두 움츠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휴가를 못쓰는 요인 중 하나다.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 자신도 '일할 수 있을 때 일하자'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 김 교수는 이를 "실직자도 많은 이런 때 일하는 것은 힘들지 않다고 힘든 상황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기업의 생산성 논리도 있다. '생산성'이란 말은 요즘에는 '경쟁력'으로 대체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휴가 같은 한가한 행위를 할 틈이 없다'는 식으로 활용된다.

또 비슷한 맥락에서 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휴테크(休-tech)'와 같은 근무의 연장선처럼 규정된다. 김 교수는 "사실 휴가를 사용하는 것과 경쟁력은 큰 관계가 없음에도 기업은 이런 논리로 노동자들을 압박한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휴가가 많아지고 있는 것처럼 오도되는 분위기다. 최근 다양한 포상휴가나 기업연수, 배낭여행 휴가 등 특별 형태의 휴가들이 많아지면서 마치 전체 휴가의 총량이 늘어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김교수는 "이는 사실 소수의 핵심인재들에게만 집중된 것으로 대안적인 차원의 휴가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대체휴일제'도 복지 차원에서 중요한 안건이다.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때 다음날을 쉬게 하는 이 제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에게 환영받는 정책이지만, 기업이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여러 측면에서 혁명적인 제도인 만큼, 기업에서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기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에 부딪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가 노동계나 시민사회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형태 위주로만 접근하는 노동계는 '자유시간 확보'에의 이슈 파이팅이 아쉽고, 시민사회 역시 '휴가문화' 운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휴가의 민주화는 자본, 노동, 시민 등 많은 분야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각계가 유기적인 공조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노동 환경에서 휴가 문제는 결코 덜 중요한 문제가 아닌 만큼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