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연 스트리트H 편집장마이너 정서와 인간미 숨 쉬며, 끊임없는 움직임 속 저항적 성격 특징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른 동네에는 일상의 터전을 돌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가꾸는 데 열심인 이들을 만나 그 의미를 물었다. 동네는 현실이자 고향이고, 꿈의 무대이기도 했다.
박우진 기자 / 사진 임재범 기자

"'홍대는 끝났다'라는 말까지 들려오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전 썩은 물 속 플랑크톤이라도 되겠어요.(웃음)"

홍대 앞 문화와 지리를 전하는 독립잡지 '스트리트H'의 정지연 편집장을 사로잡은 이 동네의 매력은 문화의 최전방이라는 점이었다. 상업화로 가난하고 저항적인 예술가들의 기지라는 오래된 정체성이 흐려진 요즘 홍대 앞에 대해서도 그는 애정을 잃지 않았다. 마음이 깊으면 이해도 깊은 법이다. 정지연 편집장은 홍대 앞의 역동성을 기억하고, 새로운 경계를 가리켜 보였다.

"전투 중 승패와 전략에 따라 계속 움직이는 최전방처럼 이곳도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에선 임대료 상승과 막개발이 숨통을 죄지만, 한편으론 '홍대 앞'이라는 동네가 창천동과 당인리까지 퍼져나가고 있거든요. 이런 끊임없는 움직임, 그 안의 저항적 성격이야말로 홍대 앞의 특징이죠."

정지연 편집장이 확신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그래도, 발 빼지 않고 '플랑크톤'이라도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지난 2년간 스트리트H를 만들며 만난 홍대 앞 사람들만도 500명 정도라니 믿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클럽과 카페인 홍대 앞이 누군가에게는 제2의 고향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카페 aA의 김명환 대표님은 홍대 앞이 '짠하다'고 하세요. 강남에 가면 서로를 잠재적 경쟁자로 대하는 게 느껴지는데 홍대 앞은 그렇지 않다고요. 이 동네에는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분들이 많이 살아서인지 외지인을 푸근히 안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다들 그 처지에 공감하는 거죠."

홍대 앞에 드나든 지는 15년, 산지는 10년이 넘은 정지연 편집장의 꿈은 이곳에 오래 뿌리 내려 '동네 어른'이 되는 것이다. 아름드리 나무처럼 젊은 세대에게 영감도, 깨달음도 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김명환 대표를 비롯한, 홍대 앞에서 맺은 인연이 낳은 꿈이다.

"홍대 앞에는 마이너 정서와 인간미가 있어요. 가난한 이들도 많지만 자신의 삶에 당당하죠. 아직까지는, 어떤 동네보다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그것이 그가 다른 동네 친구들이 놀러올 때마다 새로운 맛집으로 안내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클럽데이'에는 외출을 삼가면서도 홍대 앞을 지켜온 이유일 것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