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남 (사)사람과마을 운영위원장 어린이집 만들고, 성인식, 마을축제… 새로운 유형의 토착민화 눈길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린이집을 차리고 축제를 여는 곳. 이웃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인식을 마련해주고, '각종문제 하소연대회'를 통해 마을일을 의논하는 곳. 성미산마을이 도시 내 공동체의 모범사례로 알려지면서 가장 분주해진 사람은 위성남 씨다. 성미산마을 공동의 일을 담당하는 (사)사람과마을 운영위원장으로서 쏟아지는 질문에 응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이후 부쩍 사회적 관심이 늘었어요. 방문객도 많아졌고요.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도대체 이 마을이 우리에게 뭐였지, 하고요.(웃음)"

우연히 성미산마을로 이사 온 위성남 운영위원장이 이곳의 문화에 눈을 뜬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 구립어린이집에 보냈다가 아이를 하루 종일 방에 가두어 놓는 것을 보고 4달 만에 그만 뒀다.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고 이미 운영되고 있던 동네 어린이집을 찾아갔지만 대가 많아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같은 처지의 부모를 모아 함께 어린이집을 차렸다. 이 과정에서 자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성미산마을의 구성원들은 토착민은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좇아 다니는 유목민에 가깝죠.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만들어진 이곳의 교육, 문화적 인프라 때문에 이사 오고, 오랫동안 살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새로운 유형의 토착민화랄까요."

그렇게 새로운 동네문화가 자라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성인식은 상징적이다. 이곳에 처음 생긴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하나둘 어른이 되고 있다.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간 아이들은 차츰 자신이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자신이 자란 곳을 거리 두고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하다못해 집에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다 아는 동네가 다른 데에는 없잖아요. 이런 경험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겠죠."

위성남 운영위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을일은 바로 성미산마을축제다. 성미산마을에서 산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이 컨셉트 잡기부터 비용 조달, 공연과 부스 진행까지 도맡아 하는 이 축제는 2001년부터 매년 5월 혹은 6월에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차전놀이를 시도했다.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는 사람들 간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울의 동네들에는 광장 역할을 하는 공간이 별로 없어요. 저희 동네도 마찬가지고요.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성미산마을은 장소나 시설이라기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 그 자체거든요."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