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국 80명의 하루 식사 기록한 출간남녀 4명 1일 식단 통해 '한국판 칼로리 플래닛' 재구성

페르낭 브로델이란 역사가가 있다. 그는 인간의 일상에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읽어낸다. 마르크스가 방대한 철학적 지식으로 18세기 자본주의 시대를 분석했다면 그는 산업화 이전 시대인 15~18세기의 유럽의 시장을 통해 자본주의 맹아를 살핀다.

밀가루 1컵, 면직물 1장 거래가 같은 시시콜콜한 내용을 수천 페이지에 걸쳐 기록한 책을 읽다보면 이 작자, 분명 소심하고 꼼꼼한 '트리플 A'일거란 확신이 든다.

그의 역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줄거리다. 이렇게 미세한 관찰이 모이면, 신기하게도 세상이 모자이크처럼 엮여 설명된다. 일상은 사소하지만 거대한 것이다.

이 일상을 음식으로 관찰하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은 동물적 본능과 인간적 허상 사이에 있는 것이니까. "먹고 싶다"는 욕망과 "먹어야 산다"는 강박과 "내가 먹는 것이 나다"는 허영심 사이에서 우리는 매 끼니의 식사를 선택한다.

이 작업을 맨 먼저 한 사람이 저널리스트 피터 멘젤과 페이스 달뤼시오다. 이 부부는 세계 24개국의 30가족이 일주일동안 무얼 먹었는지는 기록한 책 <헝그리 플래닛: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를 썼고, 이 책이 출간될 무렵 다시 30개국 80명의 하루 식사를 기록한 책을 쓰러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지난 주 책 <칼로리 플래닛: 당신은 오늘 얼마나 먹었나요?>는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 800칼로리 식단부터 1만 2300칼로리 식단까지 80명의 일상이 콜라주처럼 엮여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과 칼로리 자체는 우리 삶의 숨겨진 틈을 결코 말해주지 않는다. 이 틈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음식을 먹게 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 음식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고, 어떤 조리과정을 거치는지를 알아야 하고, 언제 누구와 이 칼로리를 섭취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요컨대 각 음식의 칼로리 수치는 그 사람의 삶을 통해 이해돼야 한다.

본지는 이 프로젝트의 국내판을 준비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남녀 4명의 일상을 하루 식단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직장인, 주부부터 골드미스와 88만원 세대까지 사람들이 먹은 음식에는 그들의 입맛과 취향과 만나는 사람들이 녹아 있다. 이들의 밥상에 기록된 일상을 들여다본다.

일상은, 사소하지만 거대한 것이니까.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