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3200칼로리 음식 속 동시대 이웃들의 삶 관찰

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먹을까?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식사를 기록하다 보면 그 사람의 하루가 보인다. 세상의 변화가 우리 개개인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오늘 하루 먹은 음식을 식탁에 차려보는 것만으로도 족히 알 수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것이니까.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의 <칼로리 플래닛>(윌북 펴냄)은 그 단면을 소개한 책이다. 책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이웃들의 삶을 한 컷의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하루 동안 먹고 마신 음식을 쌓아둔 사진이다. 그 중 칼로리의 불균형을 통해 일상과 식습관, 시대상을 보여주는 몇 명을 소개한다.

900칼로리, 보츠와나 간병인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사는 간병인 마블 모아히가 먹는 음식은 하루 900칼로리가 고작이다. 2005년 HIV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지역 진료소에서 무료로 약을 지급 받고 있지만, 적절한 영양소를 섭취할 여력이 못된다.

대부분의 끼니를 옥수수가루나 사탕수수로 만든 묽은 죽, 모토고로 때운다. 한 달에 한 번 마블의 오빠가 고기를 갖다 주는데 그때면 고기를 마돔비(찐 밀가루로 만든 만두)와 함께 먹는다. 가족 4명 중 조카가 정부에 받는 원조 AIDS 고아에게 제공하는 식품 배급이 동이 나는 월말이면 문제가 한 층 더 복잡해진다.

조카가 받아오는 콩, 곡식, 고기통조림, 식용유, 설탕, 사과로 4명이 나눠먹고 이 음식들이 떨어질 때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이 같은 사이클이 반복된다. 그녀의 키는 165.1cm 몸무게는 41.7kg. 지구 반대편에서는 넘쳐나는 칼로리를 걱정하지만 그녀에게 이런 걱정은 호사다.

1일 식단, 칼로리 900

아침 모토고 320g
점심 마돔비 170g, 쇠고기 82g, '크노록스'쇠고기 육수 6g, '크노리' 미네스트로네 수프 믹스 0.5작은술
저녁 모토고 283g
기타 음식 HIV/AIDS 항 레트로 바이러스 약, 물 1.5L

1800칼로리, 방글라데시 재봉공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아직 대부분 농업에 조사하지만, 이 나라의 경제 발전에 의류 산업이 큰 공헌을 하고 있다. 20살의 루마 아크테르 역시 '사회역군' 중 한 명. 그녀는 재봉공으로 일한다.

그녀가 맡은 일은 미국 의류 체인에 납품될 대규모 오더의 일부분. 그녀의 가족은 렌틸콩, 항마 등을 키우던 농촌을 떠나 다카로 왔고, 그녀는 지금 금속판으로 지은 3평짜리 방에 산다. 이 방은 밤에는 침식, 낮에는 거실, 밥을 먹을 때면 식당으로 변한다. 여자들이 주로 요리를 하고 카레, 쌀 등이 주식이다.

루마의 어머니는 하루 한 번 요리해 뚜껑이 있는 냄비에 넣어 방에 보관한다. 요리는 매일 비슷하다. 감자 삶아 으깬 것, 양파, 마늘, 생강으로 요리한 달, 쌀밥. 루마의 가족 모두 고기를 좋아하지만, 너무 비싸 자주 먹지는 못한다.

1일 식단, 칼로리 1800

아침 감자, 깍지콩, 당근 167g, 알루 보르타 51g(양파와 매운 고추로 버무린 으깬 감자), 흰쌀밥 261g
점심 양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로 낸 국물 162g, 완숙달걀 57g, 삶은 감자 125g, 흰쌀밥 261g
저녁 감자, 깍지콩, 당근 159g, 마수르 달 159g(분홍 렌틸콩을 양파, 마늘, 매운 고추, 생강, 강황으로 요리한 것), 흰쌀밥 261g
기타 음식 물 4.9L

2400칼로리, 미국 모델

23살 매리얼 부스는 칼로리 강박에 시달린다. 176.5cm, 61.2kg의 그녀는 모델로 일하기에 이제 너무 나이가 많고 뚱뚱하다. 그녀는 자신이 건강이 좋은 음식을 먹지만 너무 많이 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체중이 건강한 체중이라는 사실과 0사이즈 옷을 입을 수 없는 체중이란 사실을 융화시키려 애쓴다.

"이게 정말 짜증나는 거예요. 내 몸무게는 딱 좋은데, 옷 사이즈는 '4와 2분의 1'이거든요. 모델에게는 정말 안 좋은 사이즈죠."

십대시절 폭식증을 겪고서, 매리얼은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업계의 풍토가 모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녀도 완벽한 몸을 갖고 싶은 열망 때문에 괴롭지만, 스스로를 굶길 정도는 아니다. 그녀의 식단은 계속 수정된다. 대체로 채식이지만 때로 고기를 먹기도 하고, 유행하는 건강식에 민감해 자주 휩쓸린다.

1일 식단, 칼로리 2400

아침 과일샐러드 264g, '블루 다이아몬드 아몬드 브리즈' 아몬드 우유 254ml, 두유라떼 473ml
점심 '딘 앤 델루카' 채식주의자용 현미스시 198g, '콤부차 원더 드링크' 발효차 251ml, '지코' 코코넛 음료 331ml
저녁 참치 샐러드, '프로그레소 베지터블 클래식스' 수프 371ml, 혼합곡물 롤빵 77g, 화이트와인 183ml
기타 음식 '365 에브리데이 밸류' 피타칩 54g, '토푸티 커티스' 비유제품 아이스크림 샌드 45g, '요기' 차와 '누미' 무카페인 차 4잔 1.2L, '피지' 생수 3L

3200칼로리, 미국 레스토랑 주인

시카고에 사는 루데스 알바레즈는 남편과 멕시코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타코벨'을 개조한 부스는 점심시간이면 동네 사람들로 가득찬다. 루데스의 주 종목은 디저트다. 여러 단으로 된 결혼 케이크를 만들고 퀸세네라스(남미 문화권에서 15세 생일을 맞은 소녀를 축하하는 행사)에 쓰일 사탕 과자도 만든다.

그녀가 밥을 먹는 곳은 주로 일터. 집에는 열 살짜리 딸아이의 아침 식사를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이 있다. 주스, 달걀 몇 개, 아침 밀크쉐이크를 만들 과일 약간 정도다.

딸을 낳고 그녀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만성 질병을 앓고 있는데 병의 증상 중 하나로 체중이 증가했다. 158.8cm 키의 그녀는 몸무게가 86.2kg나 나간다. 그녀는 말한다. "줄여먹고 운동해도 몸무게가 줄지 않아요."

하지만 그녀가 먹은 음식은 평균 남자 권장량 2400칼로리를 800칼로리나 웃돈다.

1일 식단, 칼로리 3200

아침 스크램블 에그 232g, 토르티야 34g, 집에서 만든 핀토콩 볶음 139g, 아보카도 119g, 살사 소스 74g, '폴저스' 커피
점심 스테이크 샐러드, '자메이카' 히비스커스 음료 497ml
저녁 채식주이자용 소프트타코
기타 음식 'M&M's' 48g, 바나나 130g, 다이어트 펩시 473ml, 아이스마운틴 생수 710ml, 영양보조제와 약품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