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불명예 씻고 운동ㆍ취미 생활ㆍ치료의 도구로 인기 상승커플댄스로 금슬 다지고, 위기의 부부들에 해결책 제시도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했던 탤런트 김영철과 댄스스포츠 선수 이채원
화려한 춤을 추는 걸그룹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준다. 그들뿐 아니라 몸으로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사람은 본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기 마련이다. 능동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춤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풀어주어 몸의 유연성을 길러준다. 체질량 지수를 감소시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다리를 많이 움직이니 하체 근력이 특히 발달하게 된다.

여기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스트레스 감소와 우울증 완화, 그리고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인지 건강을 위해 춤을 배우려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과거 '일탈'을 연상시키던 댄스스포츠의 활약은 눈부시다.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고 800만 명의 동호인을 헤아리며 많은 이들의 운동 프로그램이자 취미생활로 자리 잡아왔다.

몸, 마음을 말하다

영화 <쉘 위 댄스>의 한 장면, 서로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커플 댄스는 불가능하다.
댄스스포츠 선수와 여러 분야의 셀러브리티가 커플을 이뤄 각종 댄스에 도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는 금요일 밤 동 시간대에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영국 BBC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트릭틀리 컴 댄싱(Strictly Come Dancing)>의 한국판으로, 무대 위에서 춤추는 그들을 통해 즐거움과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결과에 앞선 과정이다. 매주 그들이 파트너와 부단한 연습을 통해 호흡을 맞추고 그 호흡이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각자 안무를 완벽하게 익혔다고 해서 두 명의 움직임이 조화로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손을 잡는 방식, 파트너를 바라보는 눈빛, 밀고 당기는 포즈는 테크닉 이상의 정서를 전달한다. 댄스스포츠 선수 이채원과 탤런트 김영철이, 결혼하는 딸과 아버지가 되어 왈츠를 추었을 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춤을 통한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댄스 소재 영화 중엔 <셀 위 댄스>(2000, 일본)가 대표적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시계추처럼 집-회사-집만을 오가는 중년의 샐러리맨이 주인공이다. 그는 투명 유리 안에서 세상을 보는 것처럼 모든 감각이 무뎌지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이혼 위기 부부들에게 댄스를 처방한 SBS E!TV의 <미워도 다시 한 번>
하지만 호기심에 찾은 댄스학원에서 춤을 통해 다시금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다. 생기를 찾은 그의 모습은 무뎌진 부부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그의 춤을 향한 순수한 열정은 슬럼프에 빠진 댄스학원 원장의 마음에 다시금 열정의 불꽃을 지핀다.

이 같은 정서적 측면은 춤이 치료의 도구로 자리 잡은 중요한 이유가 된다. 춤 테라피는 자신의 몸을 에너지가 이끄는 흐름과 리듬에 자연스럽게 맡기는 것이다. 시작부터 자유롭게 몸을 맡기기 어렵다면 평소 자신의 움직임을 의식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발을 땅에 딛고, 걷고, 팔을 휘젓는 모든 순간을 느낀다.

그다음에는 조용한 공간에 음악을 틀어놓고, 음악을 향해 청각과 촉각을 모두 열어놓는다. 자연스럽게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까딱이고 어깨를 들썩이고 엉덩이와 팔다리를 흔들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텝을 밟아간다.

춤 치료 연구가인 가브리엘 로스는 저서 <춤 테라피>에서 "리듬에 따라 춤추는 것은, 신체적, 정서적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정신의 잊혀진 부분으로 인도하는 무형식의 형식이다. 몸과 영이 대화하는 것처럼 해야 하며 자기만의 것이자 친근하고 신성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몸짱이 아니기에, 리듬 치에 박치이기 때문에, 부끄럽거나 소질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가브리엘 로스는 지적한다. 사실 우리의 삶은 끝없는 움직임의 연속이며, 이 움직임이 모여 우리 자신의 모습이 되니까. 춤 치료는 의식하지 못했던 움직임의 확장된 탐구이자 숨겨졌던 무의식의 발현이다.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부부, 춤으로 통하다

상대방이 춤을 잘 추지 못할 경우, 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지만 커플 댄스는 부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부의 댄스스포츠 참여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해의 폭을 넓혀주어 결혼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다수의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에 사는 이정식(72)·장미자(66) 부부 역시 요즘 춤을 통해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이제 6개월 된 초보댄스커플은 치매 예방 효과에 끌려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 건강을 위한 투자였지만 생각지 않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처음 스텝을 배우면서 티격태격하는 날도 많았어요. 수십 년간 각각 직장인과 전업주부로 살아오면 알게 모르게 벽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퇴직 후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자꾸 부딪히더라구요. 춤을 처음 배울 때도 이 생활의 연장인 거죠.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온전한 춤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거에요. 그러면서 한 발짝 씩 물러선 거죠. 그러면서 건강도 챙기고 사랑도 챙기는 일석이조랄까? (웃음)"

이 같은 면에 주목해 케이블채널 E!TV의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는 아예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댄스스포츠'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상대를 힘껏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서로의 몸을 받쳐주는 커플 댄스는 두 획이 서로 지탱하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한자 사람인 '人'을 닮았다.

춤 테라피를 받는 모습
커플 댄스 중에서도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왈츠는 초기에 많은 힘이 필요한 템포였다고 한다. 그 어원이 독일어의 'waltzen'(구르다, 돌다)이었다는 것은 초기 왈츠가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회전하는 동안 넘어지지 않도록 파트너의 몸을 힘껏 끌어당겨야 했다. 훗날 우아하게 상대를 보듬어 안는 듯한 형태로 변화했지만, 이처럼 수많은 커플 댄스는 상대를 포용하고, 보듬고, 지지하는 동작이 많다.

춤 테라피스트 정옥광씨는 "춤은 자기 내면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커플이 함께 출 때는 상대를 얼마나 수용하는지 아닌지의 관계적 측면이 훨씬 잘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춤의 동작뿐 아니라 스킨십도 춤이 주는 정서적인 면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스킨십은 생각보다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사람 간에 혹은 사람과 동물 간에 서로의 피부를 부드럽게 맞대면 양쪽 모두의 뇌에서 웃거나 행복할 때 나오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솟아난다. 엔도르핀은 신체적 통증과 정신적 아픔을 잊게 하여 우울증과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아기의 영향은 성인으로 성장하여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 결정짓는다. 유아기의 친밀하고 안정적인 스킨십의 경험은 성인이 된 후 헌신과 사랑할 줄 아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몸을 만지기도 하고, 누군가와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몸에 새겨졌던 과거의 기억 위에 새로운 접촉의 경험을 더한다.

안무가 키머러 라모스는 <몸, 욕망을 말하다>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발달하는 몸은 우리가 접촉을 주고받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관계는 우리가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신체의 움직임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춤을 출 때 우리는 동물과 사람과 장소와 물건과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를 현실로 만든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움직임을 끌어내는 자신의 잠재력을 탐험하고 발견한다"며 춤이 관계의 변화를 이끌고 나아가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