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강훈 사진전 갤러리 류가헌 9월 11일까지

쪽방이 맺어준 인연이다. 벽 너머 숨소리가 너무 가까웠던 때문이다. 한 지붕 아래 잇닿은 방들에서, 저쪽의 삶도 여기만큼 고단하겠거니 짐작하다가 그들은 만났다.

박씨는 거동이 불편한 옆방 김노인이 자꾸 눈에 밟혔고, 아버지가 기억났다. 밥은 제대로 챙겨 드시는가 싶었고, 효도를 못해본 것이 마음 아팠다. 그리고 어느 날 밥상이 합쳐지면서 이웃은 식구가 됐다.

7년째다. 아침 6시면 박씨가 밥상을 차린다. 식사를 마치면 둘이 함께 종묘공원으로 나간다. 세 끼니를 마주 먹고 좁은 쪽방의 시간을 나란히 견딘다. 가끔 박씨가 김노인의 휠체어를 밀고 병원이나 시장에 간다. 7가지 병을 앓고 있는 김노인의 약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박씨의 몫이다.

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사진작가 이강훈은 1년 반 넘게 박씨와 김노인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피도, 추억도, 상처도 섞이지 않았지만, 한결같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이들의 관계가 가족이 아닐 수는 없다고.

"내가 작년 12월에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졌었어. 그렇게 그냥 길거리에서 죽어도 상관은 없는데 그러면 어르신은 누가 돌보고 챙겨주나."

박씨는 김노인이 돌아가는 날까지 동행할 작정이다. 임대아파트가 당첨되어 함께 이사 가는 꿈을 꾸고, 외로움을 주고받으며, 행여 자신의 몸이 아프다거나 김노인의 치매가 심해진다고 해도.

이강훈 작가의 사진은 이런 이야기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사람이 만나고 기대고 정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이강훈 사진전 <눈에 밟히다>는 8월30일부터 9월1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02-720-201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