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김지선 개인전 '어떤 곳' 송은아트큐브 10월 19일까지

'a book', 2011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가느다란 선이 이어지고 얽히고 뻗어나간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왕궁, 펼쳐진 책장, 흘러가는 강물, 사이 사이로 이름 모를 꽃들이 활짝 피었다. 유기체 같은 풍경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색이라고는 없는데도 황홀하다. 넝쿨 같은 선을 헤집으며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만큼 보인다. 오래 들여다볼수록 자신만의 비밀이 생긴다.

김지선 작가는 펜 하나로 이 모든 마법을 부렸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의식의 흐름'에 가깝다. 하나의 점에서 출발해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접합하며 화면을 채워나간다. 사물들은 인과관계가 아닌 우연의 고리들로 연결되고, 그 느슨한 간격은 시가 된다.

정밀함은 경이로움을 더한다. 선들은 뜻 이전에 모양만으로도 아름답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 같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예술은 사람의 손에서 나온다.

김지선 개인전 <어떤 곳>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송은아트큐브에서 9월 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열린다. 02-3448-0100


'어떤 곳 11', 2011
'어떤 곳 07', 2010
'어떤 곳 06', 2009
'어떤 곳 03', 2008
'a tree', 2011
'a house', 2011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