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씨받이' 알선 브로커 첫 덜미난자 제공 은폐위해 숙소 빌려 합숙·관리'대리모 카페' 불임자 절박한 사정 이용무료 기증 약속했다 말 바꿔 돈 요구 악용

난자∙정자를 사고파는 이들이 지난 6월 경찰에 적발된 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판 씨받이'를 알선하는 브로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인터넷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대리모를 모집해 불임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 출산을 알선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브로커 A씨(50)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난자를 제공한 대리모 B(30)씨와 범행에 가담한 간호조무사 D(27)씨를 각각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실 A씨 같은 '씨받이 브로커'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활동해 왔지만 경찰에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명을 사고파는 이들의 행각과 더불어 고객관리 수법도 놀랍다. A씨 등은 대리모의 안전한 착상과 건강한 임신상태를 유지하고 난자제공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강북구에 24평짜리 숙소를 임차해 대리모를 합숙ㆍ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망과 절망의 두 얼굴

대리모 실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한 대리모 카페를 찾아 회원으로 가입했다. 카페에는 난자∙정자를 사고파는 이들뿐 아니라 씨받이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렇게 은밀히 활동하는 카페가 생각보다 많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사정은 이렇지만 이들을 무조건 단속할 수만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정자∙난자를 사고파는 것을 단속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정자나 난자를 돈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불임으로 아이가 간절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대리모를 찾는 이들의 사정은 절박하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대리모 경험이 있으셨어도 좋습니다. 처음이신 분들도 좋고 좋은 조건의 대리모를 소개해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조건만 맞으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제 메일 주소는 ○○○입니다. 메일로 먼저 연락하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회원은 이어 "부디 장난만 치지 말아주세요. 더 이상 힘들지 않고 싶어 결정한 것이니 제발 상처주지 마셨으면 합니다. 너무 힘드네요"라고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대리모 거래가 은밀하게 점증하고 있지만 법적 처벌기준은 모호하다. 이번에 적발된 씨받이 브로커 사건이 그 예다. 이 사건에서 불임부부와 A씨에게 대리출산을 의뢰 받아 임신ㆍ출산을 시도한 대리모는 총 29명이고 이중 11명이 임신에 성공했지만 불법으로 난자를 제공한 2명만이 사법처리 대상이다.

최근에는 대리모에 이어 대리부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올린 글을 보면 하나같이 학벌과 건강한 신체를 내세우고 있다. 대리부 희망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해외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나 뜻하지 않은 일로 급전이 필요해 대리부로 나서게 됐다는 이도 눈에 띄었다.

대리모 카페의 함정

회원들 중에는 조건 없이 정자를 기증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아이디가 P△△인 회원은 카페 게시판에 "아무 조건 없이 정자 기증하고 싶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분 꼭 드리고 싶네요. 정자은행에 기증하려 했더니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관계로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기증자들 중에는 기증 후 말을 바꿔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리모 카페는 불임자들이 최후의 희망을 찾는 곳이지만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체가 불분명한 브로커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로 불임부부를 유혹하는 글도 보였다.

브로커들 중에는 돈만 챙기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볼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아이디 DXXX를 사용하는 회원은 "대리모를 하기로 한 여성이 갑자기 계약금만 받고 계약을 파기했다"면서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고 있었다. 계약금을 되찾고 싶다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현행법상 불법한 원인에 의한 계약은 무효하다.

돈을 주고 대리모 계약을 했다면 이는 불법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계약은 불법 계약이기 때문에 유효하게 성립되지 않아 계약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항목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또 대리모 대리부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보고 연락하면 성매매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 아내의 불임으로 고민하다 대리모카페에서 대리모를 찾으려 한 적 있다는 K씨는 "대리모를 지원하는 이들을 여러 명 만나봤는데 정작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를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대리모나 대리부를 찾는 것은 아이를 원하는 부부입장에서 위험부담이 큰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브로커들의 행각은 말 그대로 '현대판 씨받이'다. 기존 대리모는 불임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한 후 체외 수정하여 대리모에게 착상한 후 출산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리모의 배란기에 맞춰 불임부부 남편에게 채취한 정자를 주사기로 대리모 몸 속에 직접 주입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 대리모가 임신∙출산하면 아이를 넘겨줬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당사자들이 직접 인공수정을 받게 하여 난자제공 사실을 은폐하려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대리모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다시 대리모를 지원하는 등 전문 대리모 경향화를 보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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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