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호프 성매매 충격대화 나누며 분위기 조성, 기회 엿보다 성매매 제안화대 하룻밤 20만원선 '업소'보다 수입도 짭짤일부 업주와는 공생관계

최근 한통의 충격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부킹호프'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제보자와 함께 서울 모처에 자리한 부킹호프를 찾아봤다.

지난 1일 오후 10시 서울의 한 유흥가.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과 수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한껏 들뜬 분위기가 연출됐다. 약속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인파들 사이로 제보자 이기현(28ㆍ가명)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안내에 따라 부킹호프에 도착했다. 부킹호프는 즉석만남을 뜻하는 이른바 '부킹'이 가능한 술집이다. 기본 술값은 2만원선. 나이트클럽에 비해 3~4만원정도 저렴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 문전성시

실제, 이날 부킹호프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은 부킹호프의 인기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줄의 끝자락에 서자 벌써부터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울려왔다. 20여분간의 기다림 끝에 호프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는 어두웠고 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화려한 조명이 요란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1시간 이상을 기다려봤지만 성매매 여성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김씨를 닦달해 봤자만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성매매 소문이 사실로

그렇게 20여분이 흐른 뒤 김씨는 돌연 입구를 향해 고개짓을 했다. 문제의 여성이 나타난 것.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제보자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기자의 테이블로 이끌었다. 김씨와 그녀는 앞서 한차례 '거래'를 한 사이였다. 간단한 인사와 농이 오간 후 김씨가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대화를 거부하리란 우려와 반대로 그녀는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해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반 회사에서 경리로 1년여간 일 해오다 화류계에 발을 들였다는 이나연(27ㆍ가명)씨는 이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녀가 부킹호프에 둥지를 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술값은 남자가 내는데다 '포주'한테 화대의 일부를 떼 주지 않아도 되요. 또 단란주점이나 윤락업소에서 일하다보면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안 그래요. 오히려 떠받들어 줘요. 대접도 받고 벌이도 쏠쏠하고, 일석이조죠."

그녀에 따르면 여성들이 본격적인 '고객유치'에 나서는 시간은 11시부터다. 적당히 취해 있어야 성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 합석을 하더라도 무턱대고 거래를 제안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친밀감을 형성한 뒤에 작업을 시작한다. 자칫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뜸 그런(성매매) 얘길 꺼내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욕 안 먹으면 다행이죠. 얼큰하게 취해있는 테이블에 가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10~15분 정도 나눈 다음에 작업에 들어가요."

화대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흥정을 통해 액수를 정한다. 30~40분 정도에 통상 5~10만원, 하룻밤에는 20만원선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인근 숙박업소로 향한다. 그렇다고 아무 곳으로나 가는 게 아니다. 사전에 협약이 돼 있는 곳으로 가서 숙박비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챙긴다. 일을 치르고 난 다음엔 다음 고객을 찾아 이곳으로 돌아온다.

그녀에 따르면 부킹호프에서 영업을 벌이는 이들은 대부분 전직 성매매 특별법에 갈 곳을 잃은 여성들이다. 그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단란주점 종업원 등으로 일하면서 알바식으로 이곳에 오는 여성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이곳에 출입하는 여성들의 수는 적지 않다. 그녀가 아는 여성만 10명 이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경쟁의 대상이기만 한 건 아니다. 합석할 테이블의 남성수에 맞춰 일시적으로 손을 잡는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녀는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도 '이쪽 사람'"이라며 건너편의 테이블을 지목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향한 곳에는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테이블의 남성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다면 해당 호프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업주 심대현(37․가명)씨와 대화를 나눠봤다.

"알고는 있죠. 근데 어쩌진 못해요. 일단은 고객이잖아요. 함부로 할 수가 없는 입장이에요. 그리고 이들이 오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남성들의 경우 부킹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실망할 거 아니에요. 당연히 발길도 끊기겠죠. 그런 손님들에게 이 여성들은 '최후의 보루'인 셈이죠. 또 여성들이 멋대로 영업을 벌이는 것이어서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도 없고요."

그러다보니 일부 부킹호프 업자 가운데는 일부러 직업여성들을 끌어들이는 이도 있다고 한다. 업주와 직업여성들 사이에 묘한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직업여성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단속·수사의 사각지대

수사당국의 손길이 사실상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부킹호프 성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증거를 잡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사 적발되더라도 마음이 맞아서 나온 것뿐이고 잡아떼면 경찰도 어쩔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점점 음지로 숨어들어가고 있는 성매매, 그에 발맞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홍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