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글을 잘 쓴다. 그렇다고 모두 정확한 우리 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도가니' 열풍을 몰고 온 작가 공지영, '엄마를 부탁해'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작가 신경숙, '남한산성'으로 정갈한 언어의 맛을 일깨워준 작가 김훈, 얼마 전 작고한 우리 소설의 대가 박완서의 작품 속에도 옥에 티는 있다. 잘못된 언어 습관과 국어사전에도 없는 희한한 말들,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은 엉뚱한 단어가 발견된다.

30여년 동안 잡지 취재와 편집 등 우리 말과 밀접한 직업에 종사한 권오운(69)씨는 새 책 '우리말 소담다듬이'(문학수첩)에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문장과 단어의 다양한 사례를 집어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에는 '쓰레기 봉투를 찢어 먹이를 찾던 길고양이가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 경계의 태세를 취했다'는 대목이 있다. '길고양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만든 말이다. '주인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는 '도둑고양이', 즉 '도둑괭이'인데 김인숙, 김서령, 백영옥, 신경숙, 은희경 등도 한결같이 '길고양이'로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햇빛을 받아 정갈하기도 하고, 고드름의 대열처럼 영롱하기도 하고, 재처럼 적막하기도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는 작가 김훈의 '남한산성'에서도 허방을 찾아냈다.

'매틀에 묶여 있을 때 말이 비벼지면서 매는 더욱 가중되었다. (…) 김류의 수하들이 이시백을 곤장틀에 묶었다. 이시백은 형틀 위에 엎드렸다.'

'매를 때리는 틀'이란 의미로 조어를 한 듯 하지만 '매틀'은 '맷돌이 흔들리지 않도록 밑에 괴어 받치는 세 가닥으로 뻗은 나뭇가지'다. 엉터리로 조어한 것이다. 또 '곤장틀'이란 말은 아예 없고, '형틀'은 '죄인을 앉히는 의자같이 생긴 형구'로 주릿대로 주리를 틀 때 사용하는 것인데 '엎드렸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고(故) 박완서 작가는 '장난이 아니다'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지만 명백하게 틀린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대로 해피엔드'란 작품 속에 '택시 요금이 장난이 아니었다. 만 천 이백원이나 나왔다'고 썼는데 택시 요금에 빗대 '장난'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 뿐 아니다. '오달지게도 살갑고 정겨운 우리 말을 잘 찾아 쓰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고 추켜세운 문순태의 작품에서는 '오목가슴(앙가슴이 맞는 표현)'과 '묵은지(묵은 김치가 맞는 표현)' 등의 잘못 사용된 어휘들을 꼬집어냈다.

권오운은 바른 문장에서 우러나는 감칠 맛나는 글을 좋은 소설의 조건으로 꼽았다. 요즘 나오는 우리 소설에서는 입맛 다셔지는 바른 문장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어휘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작가들이 있고, 아무 단어나 주어 섬긴다고 말한다.

그래서 욕가마리(욕을 먹어 마땅한 사람)가 되기로 결심하고, 근간에 나온 소설들을 중심으로 잘못 쓰이고 있는 단어와 문장을 소반다듬이했다.

▶ '도가니' 성폭행 실제는 얼마나 더 충격적이길래…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