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박 후보 '도덕성 의혹' 결정타 준비중
좌익 전력·부인 회사 관련 사안일듯

● 박원순
나 후보에 네거티브 '연타 공세'
다양한 매체 활용해 젊은층 표심 공량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막판으로 갈수록 오히려 혼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거 초반만 해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제법 여유 있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따돌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달 중순 들어 한나라당에서 박 후보를 상대로 병역 특혜를 위한 양손 입양, 학력 허위 기재, 대기업 기부금 등의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나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박 후보의 지지율을 하락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선거 종반에 이르러 박 후보 측도 나 후보를 겨냥한 의혹 공세를 퍼부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신축 문제를 쟁점화하자 나 후보의 추격세가 주춤하면서 양측의 지지율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됐다.

실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시점인 선거일 6일 전(20일)까지 조사된 지지율 결과도 여론조사 기관마다 서로 다를 정도로 판세가 대 혼전 양상이다.

16~19일에 조사된 8개 기관의 조사에서 4곳은 나 후보, 4곳은 박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초박빙 구도란 말이 실감나는 결과다.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와 국민일보-GH 코리아, CBS-나이스알앤씨와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나 후보가 박 후보에 1.3~3.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BS MBC SBS 등 방송 3사-미디어리서치와 서울신문-엠브레인, 헤럴드 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와 YTN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나 후보에게 0.1~5.0%포인트 차이로 우세했다. 무소속 배일도 후보는 1% 안팎의 지지율을 가져갔다.

대부분 오차범위 내의 격차인 데다 무응답 층이 15~20%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추세로만 보면 박 후보가 멀찌감치 앞서다 선거 중반 들어 나 후보가 맹추격해 지지율이 엇비슷해지거나 역전에 성공했고, 선거 종반 다시 박 후보가 조금 더 힘을 내면서 초박빙 접전 속 아주 미세한 차이의 리드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당시 오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최대 15%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0.6%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지난번 선거 당시의 여론조사는 여당 지지를 쉽게 밝히기 어려웠던 사회적 분위기와 여당 후보의 압도적 우위 예상에 따라 보수층의 투표율 저조, 젊은 층의 표심을 알아보는데 유리한 휴대폰 조사가 제외돼 있었던 점 등이 어우러져 사전 조사와 실제 결과가 큰 차이를 나타냈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를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분위기인 데다 지난번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서의 사실상 오 전 시장의 패배로 인한 보수층의 결집, 휴대폰 조사도 병행 실시하는 여론조사라는 점 등이 지난해와는 다른 요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나경원, "박근혜만 믿는다"

나 후보 측은 일단 지원 사격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가 고맙기 그지 없다. 하지만 막판 2,3일은 완전히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면서 나 후보와 24시간 같이 있어주기를 희망한다. 지금처럼 별도의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 보다 함께 손잡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지금의 '나경원 선거'가 아닌 '박근혜 선거'로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나 후보 자신의 '개인기'로 지지율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박 전 대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보수층의 보다 견고한 결집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 후보 캠프에서는 박 전 대표를 향해 21,22일까지는 부산 등 지방에서 벌어지는 선거 유세에 나서는 것은 상관없으나, 적어도 주말부터 선거일까지는 서울에 머물며 '박풍'(朴風ㆍ박근혜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나 후보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서울시정도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 것으로 본다"는 격려 외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왜 나 후보가 돼야 하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나 후보 지지를 위한 대(對) 시민 발언은 자제해온 편이다. 나 후보 캠프에서는 최소한 마지막 지원 유세에서는 이 부분에 무게를 싣고 박 전 대표가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후보 측은 이와 함께 박원순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가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 또 다른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박 후보에 관련된 의혹만으로도 이미 후보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수준이나 다름없다"면서도 "박 후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된 또 다른 의혹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있는데 사실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느라 공개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조사결과 박 후보와의 관련성이 드러날 경우 이 문제도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박 후보와 관련된 또 다른 검증 의혹거리를 갖고, 폭로 시점에 대한 적절한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좌익 전력에 대한 것이나 박 후보의 부인 회사와 관련된 의혹일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박원순, "조국 등 멘토단이 있다"

나 후보에게 박 전 대표가 든든한 지원군이라면 박 후보에게는 멘토단이란 확실한 우군이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이외수, 공지영 작가, 신경민 전 MBC앵커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가수 이은미, 영화배우 김여진, 탤런트 권해효, 언론인 정연주씨 등이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 팔로워 수만 2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동시에 박 후보 지원에 나설 경우 사이버상의 위력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나 후보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4만여명에 불과하다. 액면만 놓고 보면 200만명 대 4만명의 싸움이다.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박 후보는 공지영 작가와 배우 김여진씨,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과 20일 오찬을 함께 한 뒤 이들을 모두 대동하고 인사동 길을 걸었다. 화제 인물들과 함께 유동인구가 많은 인사동 길에 나섰으니 행인들의 시선을 한번에 받은 것은 물론이다.

행인들은 이들과 사진을 찍거나 박 후보와 함께 걷는 모습을 촬영해 트위터 등을 통해 퍼 나르면서 자연스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여기에다 나 후보와 같이 논란이 될만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진력하고 있다. 이미 나 후보에 대한 재산 형성과정과 부친의 사학재단 관련 의혹을 제기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나 후보에다 부자 이미지를 각인시켜 서민층에게 괴리감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있는 듯하다.

선거 종반에 제기된 나 후보의 다이아 반지에 대한 가격 축소 신고 의혹과 피부관리를 위해 연 1억원을 지불하는 클리닉에 다녔다는 것을 잇따라 폭로하는 등 네거티브 공세에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나 후보의 '한방'전략과 박 후보의 '연타' 공격을 지켜보면 가히 "누가 더 나쁜가"의 싸움을 벌이는 네거티브 전쟁을 벌이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박 후보 측은 또 다른 무기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선거 막판 서울시내 지하철 역 등에 주로 배포되는 무가지 신문에 정치 광고를 게재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 때 야당에서는 대북관계가 경색될 대로 경색된 점을 부각시켜 한나라당을 공격하기 위해 '전쟁이냐 평화냐'란 이분법적 논리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직장인들의 표심이 상당부분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막판 전략을 박 후보 측은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야당에게 한번 당했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를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맞불 작전도 검토 중이다.

히든카드 위력 발휘가 승부 최대 관건

양측의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선거전도 더욱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서울시장 선거는 막판 양쪽이 아껴둔 '히든 카드'가 어떤 위력을 발휘하느냐가 승부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나 후보 쪽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에 따른 지지층 결집, 박 후보 측에서는 멘토단의 사이버상 선거운동이 이들이 보유한 히든카드이다. 여기에 양측의 막판 네거티브 전략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가 관심사다.

이런 히든카드가 40대와 정치 무관심층,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의 마지막 선택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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