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집 '수양' 둘러싼 의혹 수두룩이대통령 시장 재직시 이따금씩 들러… 시정개발원 박모씨 인근 땅 증여도 의문유씨 매각후 미국행 왜 그랬을까… 이웃 주민들도 "수수께끼 같은 여성"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후 거줄할 곳으로 논란이 된 서초구 내곡동 한정식집 '수양'의 정문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입주 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 후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정치권의 공방과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민주당이 아들 이시형씨 등을 고소한 것도 그렇지만, 시형씨와 경호실의 집터 공동 매입, 경호실 예산의 과다 투입, 형질변경 특혜 의혹 등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근본적인 의혹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한 의혹과 정치권의 날선 대립의 중심에 '수양(琇楊)'이 있다. '수양'은 내곡동에 위치한 한적하고 분위기 있는 한정식집. 지난 5~6월 이시형씨와 청와대가 '수양'과 인근 부지를 매입해 공사를 하면서 지금은 사라졌지만 많은 의혹의 화수분처럼 존재한다.

'수양'은 소유자 유모(55‧여)씨가 1985년 건축한 개인 집을 1990년대 말 개조해 연 퓨전 한정식집으로, 서초 일대에선 꽤 알려졌다. 도심과는 떨어져 있어 조용한 데다 주위 풍광이 수려하고 음식도 격이 있어 '단골'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인근에 있는 현대기아차, 코트라(KOTRA), 농협 하나로마트, 그리고 국정원 등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주 찾았다.

화술도 능란한 여주인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은 "회사에서 가깝고 조용한 곳이어서 비즈니스 모임을 자주 했다"며 "음식이 정갈하고 분위기도 좋아 주변에 '수양'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코트라의 한 직원은 "음식 가격도 적당하고, 얘기하기도 좋은 곳이어서 단골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한정식집 '수양'의 내부 모습.
이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직시 '수양'을 찾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수양'이 '2004년 Hi-Seoul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 50개소에 선정된 게 방문 계기였다고 하는데, 시정(市政)상 서초 쪽에 들릴 때 이따금씩 방문했다는 것이다.

'수양'소유자인 유씨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주변에서는 '재일동포 사업가 부인', '자수성가한 전문직 여성', 심지어 '술집을 운영해 성공했다'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수양을 단골로 찾았던 한 기업체 임원은 '유씨가 미모에다 화술도 능했다'고 기억했다.

서초구서 유씨와 이웃한 아파트 주민은 "좀처럼 보기 힘들고 대화도 드물다"며 "남편 보기도 어렵고, 수수깨끼 같은 여성"이라고 했다.

헐값에 매각도 의문

유씨는 지난 2~3월에 '서울의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 인증 신청을 할 만큼 강한 영업 의지를 보였다가 불과 2~3개월 뒤인 5월 13일 건물과 부지를 이시형씨와 청와대에 모두 넘겨 의혹을 남겼다. 더구나 부동산 거래사이트에 80억 원을 호가하는 매물로 나온 '수양'을 54억 원(실제 거래 금액은 40억 원으로 알려짐)이라는 싼 값에 넘긴 것도 의문이다.

유씨가 갑자기 '수양'을 헐값에 매각한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저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어떤 특혜는 없었는지 의문이 따른다. 이는 유씨가 '수양'을 매도하자마자 특별한 사유없이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연락이 두절되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씨 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모(55) 팀장이 그녀에게 인근 땅을 증여했고, 이 모두가 내곡동 사전 부지로 포함된 것이다. 유씨는 왜 박모팀장으로부터 땅을 증여받은 뒤 한꺼번에 넘겼을까?

박 팀장은 서초구 내곡동 20-30번지(62㎡)를 청와대 경호처가 매입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유씨에게 증여했다. 그는 2004년 12월과 이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내곡동 20-30번지의 지분을 사들인 뒤 6년여만에 유씨에게 모두 넘겼다.

박팀장은 민주당이 유씨와의 '특수관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유씨와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다. 중개인을 통해 만난 일반적 (거래)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매매가 아닌 증여를 한 이유에 대해 박 팀장은 "말하지 않겠다. 토지 증여는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팀장과 유씨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팀장이 근무하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유씨가 운영하는 '수양'은 차로 10여 분 거리여서 박 팀장을 비롯한 연구원 관계자들이 가끔씩 들러 유씨와도 알고 지냈다는 것이다.

또한 '수양' 일대 부지 위치상 20-30번지를 유씨가 매입하지 않고는 '수양'(20-17번지)은 출입로가 없는 맹지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알고 지낼 수 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박 팀장은 유씨와의 관련성에 대해 부인하거나 함구로 일관했다. 최근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출근도 불투명한 채 연락이 닿질 않고 있다.

박 팀장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다. 두 사람 모두 교회 장로인데다 직급 차는 크지만 서울시청과 산하기관에서 함께 지냈다.

교계 사정에 밝은 박모(53) 집사는 "이 대통령은 소망교회 장로이고, 박 팀장은 관악구 ㄴ교회 장로"라면서 "박 장로는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서울시 크리스찬 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 모임 활동을 하면서 이 대통령과도 인연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팀장이 지난해 1월, 내곡동 20-30의 땅을 유씨에게 증여하고, 올 5월 유씨가 이 땅을 포함해 '수양' 일대 부지를 모두 이시형씨와 청와대에 매도한 것을 두고 '불가피한', 또는 사전에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체지 선정 우연인가

이처럼 '수양'을 둘러싼 유씨와 유씨 및 박 팀장의 관계, 그리고 매매 과정의 여러 의혹은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으로 향한다.

우선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대체 사저가 왜 하필이면 '수양' 일대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논현동 집이 경호시설 부지를 마련하는데 예산 40억 원으로는 부족하고 인근에 2~3층 규모의 집이 들어서 있어 보안측면에서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대체부지를 찾았다고 해명했다.

대체부지를 찾는다손 하더라도 그 넓은 서울에서, 사저 대상지 중에 하필 '수양' 일대가 대체지로 선정됐을까? 그러한 데는 이 대통령 부부의 입장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경호처는 사저 부지와 이에 부속된 경호시설 부지 매입 문제를 경호처의 고유 업무로 보고, 또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관련 수석 비서관들과 상세한 논의를 하지 않고 이 대통령 부부와 직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거진 'MB사저 논란'은 경호처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어리숙하게 일을 처리해 발생한 '사건'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수양' 부지는 이 대통령 부부도 현지를 답사했고, 일각에서는 내곡동의 집터가 좋은지를 풍수지리 전문가한테 자문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풍수'와 관련해선 실제 3명의 풍수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양' 일대의 주민 김모(67‧여)씨는 "3일 동안 주민들 통행을 막으면서 풍수를 봐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사저란 퇴임후 이대통령 부부가 살 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수양' 일대를 대체 사저로 최종 선정한 것은 이 대통령의 결정으로 보인다. 즉 이 대통령이 여러 안 중 '수양' 터를 최종 낙점했거나 처음부터 '수양' 일대를 대체 사저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추론이다. 청와대 입장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수양' 일대는 이 대통령 퇴임 후 '생활'과 '경호'에 최적지라는 평이다.

일부는 정주영회장 선물

반면 1970~90년대 대기업들이 강남 땅을 송두리째 매입한 예들에 비춰 '수양' 일대 역시 대기업 땅의 범주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의 사저였던 서초와 양재 땅 상당 부분은 고 정주영 회장이 사두었던 땅의 일부 '선물'이기도 했다.

때문에 만일 '수양' 일대가 모 대기업의 땅일 경우 논란이 된 내곡동 땅은 싼 값으로, 혹은 거의 무상으로 제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선 극히 일부 땅을 잃더라도 보유한 일대 광범위한 땅의 지가가 상승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양'의 소유주인 유씨가 영업을 쉽게 포기하고, 헐값에 매물을 내놓은 데는 유씨가 '수양'의 실제 주인이 아닐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즉 기업이 유씨와 '이면계약'을 했을 경우 '진짜 주인'이 따로 있는 셈이다.

청와대가 경호실 부지를 공시지가의 몇 배 비싸게 매입한 것도 상대적으로 싸게 매입한 이시형씨의 비용을 대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무상으로 땅을 소유하게 된 당사자에겐 오히려 그만큼 수익을 높여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따른다.

결국 돈의 흐름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증명해 줄 수 있다. 이시형씨가 농협에서 대출받은 돈과 국고에서 나온 42억8,000만원이 실제 유씨에게 건네졌는지, 아니면 장부상에만 기록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건의 핵심인 유씨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은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 MB 최측근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