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출산 자축 10월 한달 간 14승 몰아쳐93승으로 다승선두

'승리의함성'에 기승해 제5회 경기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세영 기수.
문세영 기수가 주간 3승을 몰아치며 절정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문세영은 지난 23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1,400m 9경주로 펼쳐진 제5회 경기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서 '승리의함성'에 기승해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다승경쟁 라이벌 조경호 기수가 기승한 '머스탱퀸'을 4분의3마신 차이로 따돌렸다. 앞서 열린 8경주, 전날 열린 토요경마 2경주에서도 우승했다.

문세영은 이로써 지난주까지 올해 통산 93승을 달성했다. 다승선두다. 2위인 조경호는 83승, '국민기수'로 불리는 박태종은 55승에 불과하다. 지난 2008년 자신이 세운 연간 최다승(128승) 기록을 깰 기세다.

최근 문세영의 상승세가 돋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에게는 지난해부터 악재가 많았다.

문세영은 지난해 조경호와 치열한 다승경쟁을 펼쳤다. 연말을 앞두고 기승정지를 당해 다승경쟁을 포기했다. 올해 들어서는 부상 때문에 고전했다. 그래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초반에 부진했다. 심리적 부담도 있었다. 기수는 유니폼을 벗고 경주로를 빠져 나와도 승부를 끝낸 것이 아니다. 잘 쉬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음 승부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의 성적은 이런 악재, 이로 인한 부담을 툭 털어낸 듯 보인다.

문세영 기수와 아내 김려진 아나운서.
어떤 이유일까? '복덩이' 딸 때문이다. 문세영은 지난 2009년 김려진 한국마사회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지난 3일 첫 딸을 얻었다. 딸이 큰 힘이 됐다. 그는 딸이 태어난 10월 한달간 무려 14승을 거뒀다. 안정된 가정, 아내의 내조가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그래서 그는 지난 '악몽'에서 벗어나 경주로에서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시즌 막판 아쉽게 연간 다승왕 타이틀을 놓쳤지만 올해 최고 성적으로 딸에게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딸을 얻은 후 그의 다짐이다. 특히, 문세영은 딸이 태어난 10월 한달간 14승을 몰아붙이며 딸이 태어난 만큼 더욱 좋은 성적으로 아버지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각오다.

성적이 잘 나오니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하니 성적이 잘 나오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시즌 마감까지는 아직 두 달의 여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부상 등 악재만 없다면 문세영 기수가 올해 다승왕을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전망한다. 나아가 연간 최다승 기록 수립도 넘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문세영은 '어린왕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데뷔 초 신인답지 않은 활약 때문에 붙은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후 이런 별명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최고의 기승술을 갖춘 데다 가장의 책임감과 성실한 태도까지 더해진 그에게선 왕자가 아닌 황제의 여유가 느껴진다.



김성환기자 spam001@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