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부터)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10‧26 재보선 결과의 후폭풍이 정치권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대선구도 또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덩달아 대선 무대에 오를 ‘잠룡’들의 명암도 크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차기 대선의 상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시장선거 패배로 ‘대세론’이 타격을 받으며 조정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 틈을 타고 친이계를 중심으로 ‘대안론’을 앞세워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지만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가 비록 서울시장 선거에선 패했지만 전국 선거에서 압승,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준데다 김문수, 정몽준 카드가 박 전 대표를 대체할 만큼 파괴력을 지녔는가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높다. 김 지사의 경우 지지율이 여전히 답보상태이고, 10‧26 재보선에서 ‘조연’ 역할도 하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까닭이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내년 2월께 친이계 간판으로 지사직을 내놓고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정치적 상황은 오히려 불리한 국면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10‧26 재보선에서 현장을 누볐지만 대선 주자로서 얻은 반사이익은 거의 없다. 일각에선 그의 ‘탈당론’이 나오고 있지만 무게감이 적어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권의 잠룡들은 10‧26 재보선에 따른 후폭풍의 명암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유력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가장 피해를 본 잠룡이다. 박원순 후보의 승리에 일정 기여를 했지만 전국 선거에서 패배하고 민주당의 위세가 추락하면서 손 대표의 차기 주자 가능성도 그만큼 떨어졌다. 향후 야권 정계 개편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상승과 하강의 갈림길에 서겠지만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이 여전한 가운데 민주당도, 손 대표도 비상의 여지는 크지 않다. 단, 당내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또 다른 잠룡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 그나마 당을 대표하는 잠룡의 위상을 유지하는 형세다. 그러나 이마저도 11월에 있을 야권통합논의와 12월 전당대회가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내년 총선 결과는 손 대표의 잠룡 급수를 분명하게 매길 것이다.

야권 잠룡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10‧26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집중, 정치인 문재인의 행보를 분명히 했지만 선거 패배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전국적 잠룡으론 부족하다는 비판도 따랐다.

반면 문 이사장은 ‘안풍’에 따른 정계개편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박원순-안철수’로 상징되는 시민세력의 확대, 강화로 제1당인 민주당의 설자리가 좁아진 가운데 문 이사장이 범야권 통합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혁신과 통합’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고 시민세력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을 아우를 수 있는 역할론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잠룡’으로의 비상 가능성이 다른 주자들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안철수 원장에 이어 손학규 대표를 제치고 2위를 고수하는 것은 그러한 정치역학적 배경과 국민 정서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

반면 젊은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한 때 친노진영을 대표했지만 문재인 이사장이 급부상하면서 존재감이 약화되는 양상이다. 또 다른 친노그룹의 김두관 경남지사도 잠룡으로 분류되나 지역이나 성향에서 문재인 이사장에 가려진 모습이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손학규 대표, 문재인 이사장, 안철수 원장을 꼽는다. 김 교수는 “10‧26 재보선을 전후해 정치 프레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세 인물이 지지그룹과 상징성,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야권 대선주자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를 한다면 경쟁력이 가장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이사장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안철수 교수의 정서와 권력의지를 볼 때 출마 가능성이 낮고 문재인 이사장, 손학규 대표가 야권 후보로 가장 근접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치환경의 변화에 근거, 야권 잠룡들 중 안철수 원장의 경쟁력을 가장 높게 평가하면서 문재인 이사장, 손학규 대표를 선두 주자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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