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의 단풍나무 숲은 문수산 입구에서부터 문수사 부도밭으로 이어지는 100미터 가량의 진입로 양쪽에 펼쳐진다.
고창 문수사로 들어가는 길은 참으로 호젓하면서 운치가 넘쳐난다. 계곡물은 투명할 만큼 맑고 수백 년 묵은 고목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짙은 숲 그늘을 드리운다. 평상시에도 정겹고 아름다운 이 길은 늦가을로 접어들면 한결 매력적이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붉게 물든 단풍 터널이 현란한 색채로 나그네를 반기는 까닭이다.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문수사 단풍은 대략 11월 10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룬다.

20필지 120,065㎡ 면적에 단풍나무 5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소중한 숲이다. 그래서 2005년 9월 9일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되었다. 단풍나무 숲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다.

문수사 진입로의 단풍나무들은 인공적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들이다. 수령은 100~400년으로 추정되며 가슴높이의 줄기둘레는 평균 30~80㎝, 높이는 10~15미터에 이른다. 개중에는 가슴높이의 줄기둘레가 무려 2~3미터에 이르는 노거수들도 제법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연미가 빼어난 단풍나무 숲을 거니노라면 절로 깊은 사색에 빠져들 것만 같다.

다양한 초목, 건강한 숲

이곳에는 단풍나무 외에 고로쇠나무, 개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누리장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팥배나무, 물푸레나무, 사람주나무, 산딸나무, 쪽동백나무, 쇠물푸레나무, 박쥐나무, 고추나무, 작살나무, 초피나무, 쥐똥나무 등도 함께 자란다. 또한 이 숲에는 애기괭이눈, 꿩의바람꽃, 둥근털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루귀, 현호색, 개구리발톱, 개다래, 으름덩굴, 노루오줌, 천남성, 뻐꾹나리, 꽃무릇, 원추리, 물봉선, 하늘말나리 등 다양한 종류의 초본류도 있어 건강하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보여준다.

불이문 주변에도 가을이 깊어간다.
문수사는 인근 선운사의 명성에 가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발 621미터의 문수산(또는 청량산) 중턱에 아늑하게 파묻혀 있어 산사다운 고즈넉함을 느끼게 한다. 창건 설화에 따르면 문수사는 신라의 자장율사가 백제 의자왕 3년(643년)에 지었다고 전해진다.

당나라에서 귀국하는 길에 이곳 석굴에서 7일 동안 정성스레 기도를 드리던 자장율사가 땅 속에서 문수보살이 나오는 꿈을 꾸고는 그곳을 파보니 커다란 문수보살입상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절을 세우고 문수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곳은 백제의 영토였고 백제와 신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으므로 신빙성이 희박하다.

그 후 1653년(효종 4)에 성오와 상유가 중창하고 1764년(영조 40)에 신화와 쾌영이 중수했으며 1835년(헌종 1) 우홍이 다시 중건했다. 1989년에는 칠성각을 지었으며 1997년 고창군의 지원을 받아 한산전을 해체 복원하고 범종각과 범종을 조성하여 오늘에 이른다.

대웅전… 부도… 문화재 품어

현재의 문수사는 대웅전과 문수전 등의 지방유형문화재를 비롯해 만세루, 명부전, 한산전, 나한전, 누각, 산신각, 요사, 산문 등의 당우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다.

문수사 단풍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974년 9월 27일 전북유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된 문수사 대웅전은 건립 연대가 확실하지 않지만 1823년(순조 23년)과 1876년(고종 13년)에 중수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다포계 건물로 주불인 목조석가여래좌상의 왼쪽에는 대세지보살좌상, 오른쪽에는 관세음보살좌상을 안치했다.

1974년 9월 27일 전북유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된 문수전은 대웅전 바로 뒤에 있으며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 다포계 건물이다. 1764년(영조 40) 신화화상이 문수사를 중창할 때 이곳에서 석불 1구가 발견되자 건물을 세워 안치하고 문수전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현재의 문수전은 근대에 새로 지은 것으로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여서 소중하다. 법당 안에는 조선 말기에 돌로 만든 문수보살입상을 안치하고 있는데 이 입상이 남쪽으로 향해 있어 정문이 서쪽 가운데와 남쪽 측면 양쪽으로 나 있는 것이 특이하다.

1997년 7월 18일 전북유형문화재 제154호로 지정된 문수사 부도밭은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묵암대선사 공적비가 있는 절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40∼50미터 지점에 4기의 부도가 있고, 거기서 남쪽으로 40미터 떨어진 곳에 6기의 부도가 있다. 이 6기의 부도 가운데 동쪽에서 두 번째의 문수사 부도와 세 번째의 문수사회적당 부도는 신라와 고려시대 부도의 전형적인 형태인 팔각원당형으로 세워졌다.

# 찾아가는 길
고창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고창읍내 교차로-23번 국도-황산-와촌내동길-고수로-문수로를 거쳐 문수사로 온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고창행 버스를 이용한 다음 고수면 방면 군내버스로 갈아탄다. 이후로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택시 이용.

# 맛있는 집
30가지 토속찬 겁나게 맛있당게~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다포계 건물인 문수사 대웅전
고창읍내의 조양관(063-564-2026)은 1935년에 일본식 시멘트 기와를 얹어 지은 2층 목조건물인 국일여관을 한정식 전문점으로 리모델링한 건물로 근대건축물 등록문화재 325호로 지정되었다. 상차림은 계절에 따라 바뀌지만 생선회, 돼지불고기, 된장뚝배기와 생선뚝배기, 조기구이, 토하젓, 토속음식인 집장,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에 박아 충분히 삭힌 맛깔스런 장아찌 등 30여 가지 찬들이 곁들여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진다. 따로 마련된 장광에는 해마다 담아 해를 묵히며 쓰는 수십 개의 장독들과 직접 갈무리한 장아찌와 젓갈, 김칫독 등이 놓여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