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이 시끄럽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38)가 내년에 한국에서 뛸 수 있을까?

야구팬과 한화는 박찬호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박찬호 특별법'을 마뜩잖게 생각한다. 아시아인 최다승(124승)을 거둔 거물이지만 야구규약에 없는 특혜를 주자니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한화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았던 박찬호는 94년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야구규약상 박찬호가 한화에서 뛰려면 반드시 신인선수 지명회의(draft)를 거쳐야 한다. 즉, 박찬호가 내년 8월에 드래프트에 나가면 2013년부터 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당장 내년부터 한화에서 뛰길 원한다.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에게 부탁도 했다. 한화 노재덕 단장은 8일 KBO 실행위원회에 참석해 '박찬호가 조건 없이 내년부터 한화에서 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6개 구단 단장은 원칙적으로 박찬호의 한국 복귀에 동의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론을 등에 업은 박찬호와 한화를 위해 특별법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한화가 박찬호를 특별지명하면서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야구규약 제105조 4항에 따르면 한화가 박찬호를 데려가면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잃게 된다.

이런 까닭에 롯데 등은 박찬호 복귀를 반대하진 않지만 박찬호만을 위한 특별법에는 반대했다. 한화는 박찬호가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행사하지 못한 지명권을 지금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화가 요청한 '박찬호 특별법'에 다른 구단은 난색을 표명했다.

최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방출된 박찬호는 그동안 "IMF 외환위기 때 국민을 위해 뛰었다"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땄다" "대한민국 사람인데 왜 한국에서 뛸 수 없나"라고 말해왔다.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토로한 셈이다. 한화도 국위 선양에 앞장선 박찬호를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주자고 강조해왔다.

대다수 야구팬은 박찬호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화 편이다. 그러나 박찬호를 위한 특별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찬호라면 오히려 야구규약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외환위기 시절 활약은 대단했지만 국가가 아닌 자신을 위해 뛰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누렸는데 서운하다는 식으로 말하면 되나?' 등이다.

만약 박찬호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행을 바랐다면 KBO가 앞장서서라도 특별법을 만들었을 텐데,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퇴출당한 시점에서 규정을 고쳐서 당장 한국에서 뛰고 싶다니 모양새가 나쁠 수밖에 없다. LG가 200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뛰었던 봉중근을 영입할 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한화의 주장도 옹색하기만 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한때 '국민 영웅'이었던 박찬호를 내년에 복귀하는데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지키겠다는 한화의 주장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실행위원회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박찬호의 국내 복귀에 원칙적인 동의가 나왔지만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봉중근 사례까지 있는데 한화가 끝까지 1순위 지명권을 고집하면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구계에서도 박찬호 한국행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몇몇은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어린 선수에게 미국 야구의 장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겼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가 박찬호를 모시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꽤 많았다. 일본에서 방출된 박찬호를 위해 한국 프로야구가 규정까지 바꿔서야 되겠느냐는 푸념도 있었다.

과연 박찬호는 내년에 한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KBO는 8일 사장단 간담회를 통해 '박찬호 특별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화가 신인 1순위 지명권을 포기하면 박찬호가 내년에 한화에서 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되란 보장은 없다. 박찬호가 드래프트 없이 한화에 입단할 수 있도록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되면 박찬호는 내년 1월부터 한화의 애리조나 스프링 캠프에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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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