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에 무게 실어 20~40세대 민심 반영지방순회 등 행보 빨라져 조기 전면등판엔 신중내년 4월 총선이 변수 당내 위상 흔들림 없을듯대북관계 변화 시도해 타 주자들과 차별화

●10·26 민심… 지지율 하락…

"'박근혜 대세론'이 꺽였다", "더 이상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 "이제 '박근혜 대체론'도 생각해봐야 할 때다."

10‧26 재보선 후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한마디로 내년 대선을 앞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위기'라는 얘기다. 실제 선거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29일 YTN-한국리서치의 대선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45.7%, 박 전 대표는 42.6%의 지지도를 보였다. 같은 날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전화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이 48.0%, 박 전 대표는 45.9%의 지지를 얻었다. 대선 후보 다자구도를 전제한 3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안 원장이 26.3%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박 전 대표는 26.1%의 지지율을 보였다.

재보선 이후 위기 의식

1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주최로 열린 '국민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모형 구축 관련 정책 세미나'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년여간 지속돼온 '박근혜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진 지표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실 박 전 대표는 작년 12월 말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하고 '복지'를 화두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공청회를 열면서 대권 주자의 면모를 가시화한 바 있다.

이후 수면 아래서 천천히 조용하게 진행되던 대선 프로세스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면서 급격히 꼬였다. '대세론'이 위협받으면서 박 전 대표는 대권 행보의 폭과 속도에 변화를 모색중이다. 크게 대선 정책과 비전 제시, 조직 체계화, 이명박 정부 및 타 주자들과의 차별화, 당 쇄신 및 입지 강화 등에 역점을 둔 것이다.

우선 정책 및 비전과 관련, 지난 1일 박근혜 전 대표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 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 세미나는 상징적 행사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개최한 데다 세미나 내용도 복지, 그 중에서도 '고용'에 초점을 맞췄다.

20~40대 위한 정책 전환

박 전 대표는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고령화 및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등을 거론하며 "복지가 지속가능하려면 고용과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 복지시스템은 그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대가 한나라당을 철저히 외면한 만큼, 이 세대에게 절실한 청년실업 등의 고용복지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이달부터 보궐선거로 미뤄진 정책 세미나를 차례로 여는 한편, 지방 방문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등 조직 체계화

다음은 싱크탱크를 강화하는 등 조직을 체계화하는 행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작년 말 78명(본인 포함)으로 구성된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하면서 대선 선제효과를 노렸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최근 회원 수를 250여명으로 늘리고, 30여개 주제별로 각 학문을 통합해 단일 현안에 접근하고 분석하는 통섭 작업을 통해 결과물을 순차적으로 내고 있다.

현재 연구원은 19개 분과별로 1차 연구를 마치고 그에 따른 태스크포스(TF) 37개를 구성해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토론·연구하는 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일 고용복지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될 내용도 복지재정 TF가 마련한 것이다. 연구원은 1차 통섭 과정을 마치는 대로 공약 완성품을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또 '2040' 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공약을 위해 사회학 교수를 영입하고 여론조사 분석 작업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에 방점을 두어 '성장'에 무게를 둔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와 구별된다. 박 전 대표는 1일 세미나에서 MB747 ( 7%, 4, 7).

박 전 대표는 "이제는 거시지표보다 한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하고 각자 타고난 소질과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뒷받침해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 고용률을 우리 경제정책의 중심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성장' 보다 '복지'를 앞세우는 정책은 그 수혜자를 장차 북한 주민까지 넓혀갈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된다. 연구원 소속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남북한이 협력하고 통일을 고려할 때 '복지' 대상을 북한 주민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종래 박 전 대표가 남북한 가교의 '통일대통령'을 구상하고 있는 것과도 맞물려 실현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북관계도 변화 모색

박 전 대표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해 국군포로 송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댐 사업 등의 의제를 논의한 바 있고, 김정일 위원장도 박 전 대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장손인 김한솔이 즐겨 찾는 목록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나의 조국'이라는 노래가 들어 있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 로열 패밀리의 긍정적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박 전대통령의 딸인 박 전 대표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복지' 수혜 대상을 북한 주민까지 고려하고 '통일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은 북한과 경색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와 대비되고, 타 대선주자들과도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는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이나 박 전 대표에 필적할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원장과도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여론 역풍 맞을까 우려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따른 한나라당 쇄신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는 당 변화를 이끌며 대선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0‧26 재보선 민심이 '反한나라당, 非민주당' 성향을 보임에 따라 한나라당 안팎에서 내부 쇄신과 함께 홍준표 대표체제 교체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박 전 대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현 지도체제로는 한나라당의 위기 극복이 어렵다" 며 "박 전 대표가 나서서 당의 위기를 극복하면 리더십을 다시 검증받을 것이고, 이것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이계 의원들도 "박 전 대표가 당 운영의 책임을 맡아야 한다"며 전면에 나서 줄 것을 주장했다. 각 계파의 속내는 다르지만 박 전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게 유리한 만큼 당 간판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선 레이스에 조기 등판할 경우 자칫 뭇매를 맞을 수 있고 더욱이 여권에 대해 여론이 불리한 상황에서 4월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권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준표 체제 당분간 유지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예산문제 등을 홍준표 대표 체제로 끝낸 뒤 외부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맡으면, 박 전 대표가 4월 총선을 간접 지원하는 방안이 향후 박 전대표의 행보와 관련,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타격을 받았지만 한나라당에서 박 전 대표의 파워가 여전하고, 비대위 구성이나 4월 총선 공천 과정에 박 전 대표나 친박계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내년 4월 총선이 분수령이지만 최악의 패배가 아니라면 박 전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대선후보 1순위' 라는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대로 4월 총선에서 '박풍'으로 한나라당이 선전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래저래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박근혜 대세론'과 대권 가능성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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