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복성루 짬뽕
한국 사람들은 밤에 '짬뽕'을 마시고 다음날 점심 또 '짬뽕'을 먹는다. '짬뽕'은 '짬뽕'으로 풀어야 한다. 밤에 짬뽕을 마시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피곤하고 낮의 짬뽕을 먹지 않으면 내 몸이 피곤하다. 우리는 점심의 짬뽕을 믿고 저녁의 짬뽕에 도전한다.

비빔밥은 밥의 짬뽕이다. '면의 짬뽕'은 짬뽕이고 술을 짬뽕하면 '폭탄'이 된다. 밥과 면麵과 폭탄(?)을 짬뽕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짬뽕은 한중일 3개국의 '짬뽕 삼국지'다.

짬뽕의 현재와 과거를 보면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세 나라가 짬뽕처럼 뒤섞여 있다.

짬뽕은 19세기 말 일본 나가사키에서 시작되었다. 중국 복건성 출신 화교들이 짬뽕을 만들었다. 뿌리는 중국 '초마면炒碼麵'이다. 짬뽕의 출발인 '초마면'부터 정확한 레시피가 없이 '짬뽕스럽다'. "집에서 먹다 남은 재료, 해산물, 고기, 야채 등을 넣고 볶은 다음 적당히 국물을 붓고 면을 넣은 다음 먹는 서민음식"이 바로 '초마면'이니 결국 짬뽕이다. 복건성의 "밥 먹었습니까?"라는 말 '샷폰吃飯'이 '챠폰'으로 그리고 일본어 '챤폰'이 되었다는 참 짬뽕처럼 복잡한 '설'도 있다. 어쨌든 나가사키 항구의 중국인 조리사 진평순陳平順이 가난한 중국 유학생을 위하여 "해물, 채소 등 있는 재료를 모두 넣고 적당히 볶아 만든 영양가 만점의 음식"이 바로 샷폰, 챤폰이요 짬뽕이라는 이야기다.

경기도 평택 영빈루
짬뽕은 나가사키 항구에서 한반도 인천항으로 건너오며 또 '짬뽕'이 된다. 즉, 인천과 나가사키 항구의 동향 화교들이 교류하면서 일본의 '챤폰'이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천 짬뽕 나가사키 유래설'이다.

이름만 딴 '인천 원조설'도

그러나 '인천항 독자 발생설'도 있다. 청일전쟁을 계기로 한반도 인천 항구 일대에는 조선인과 중국인들이 뒤섞인다. 중국인들은 "모든 식재료는 현지의 것을 사용하되 원래 중국음식과 가장 비슷하게 만들어 먹는다"는 오랜 전통에 따라 이 무렵 '한반도식 중국 짬뽕'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후 원주인 조선인과 전승국 일본인, 패전국 중국인이 뒤섞이면서 짬뽕이라는 이름만 일본에서 차용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짬뽕만큼이나 복잡하게 뒤섞이며 '짬뽕 같은 인천부두'에서 한국형 짬뽕이 시작되었다. 모두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일이다.

인천은 '한국식 짬뽕'을 뒤섞어 볶아내는 '웍wok'이었다. '웍'은 무쇠로 만든 중화요리 볶음용 주방도구다. 웍을 제대로 써야 짬뽕 면에 국물 맛이 잘 배이고, 고명과 육수에서 불 맛이 난다. 인천은 제대로 된 짬뽕을 만들어낸 웍이었던 셈이다.

연희동 '이화원' 굴짬뽕 으뜸

강남 서초동 천지궁
10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짬뽕은 한국형 중식당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드디어 '짬뽕전문체인점'이 나타나고 '전국 짬뽕 명가 리스트'까지 인터넷에 떠돈다.

짬뽕은 면, 육수, 고명을 잘 '짬뽕해야' 한다. 면은 당연 수타면이 최고다. 고명은 낙지, 홍합, 해삼 등 해물이나 잘게 썬 돼지고기, 버섯, 청경채 등 야채를 사용한다. 육수 재료로는 해물, 고기, 채소, 돼지 뼈, 닭 뼈, 닭 발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 모든 것을 섞어 짬뽕을 만들 때 웍을 잘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주문이 있을 때마다 웍을 사용하여 짬뽕을 만드는 것은 인건비 때문에라도 불가능하다. 결국 편법을 쓴다. 미리 짬뽕 국물을 끓여두고 손님이 오면 바로 국수를 말아서 짬뽕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화공약품 수준의 불 맛 소스, 캡사이신, 화학조미료 등을 무더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상당수의 극강 매운 맛을 내는 짬뽕집들이 캡사이신을 사용한다.

어쨌든 짬뽕은 한국 고추의 매운 맛과 '짬뽕'이 되면서 비로소 '진정한 한국 짬뽕'이 된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짬뽕은 한국형 탕반음식의 일종인 셈이다.

전북 군산의 '복성루'는 짬뽕 마니아들이 '성지'로 생각하는 곳이다. 돼지고기와 해물 고명이 좋고 불 맛이 난다. 경기도 평택의 '영빈루'도 한때는 가격 대비 짬뽕의 맛과 질, 양이 보장된 곳이었다. 가격인상으로 원성을 듣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짬뽕의 강자다. 서울 강남 서초동의 '천지궁'도 짬뽕 명가다. '천지궁'은 35년 경력의 수타면 조리사가 조미료 없이 불 맛을 내는 짬뽕을 선보인다.

서울 한성대입구역 부근의 '송림원', 이태원의 '송화원', 영등포의 '송죽장', 1호선 회기역 부근 '경발원', 방배동의 '주', 압구정동 '대가방', 종로구 평동의 '목란'도 좋은 짬뽕을 낸다. 연희동 리틀 차이나타운의 '이화원' '매화' 을지로 4가의 '안동장' 등도 흰 짬뽕, 매운 짬뽕의 명가라 할 만하다. 명동 '금락원'에서 시작한 '매화'의 70년 역사에는 '화교의 슬픔'이 고스란히 숨어 있다. 11월이 되면 '굴 짬뽕 마니아'들은 반드시 연희동의 짬뽕집들을 찾는다.

회기역 경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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