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소식당
겨울이 되면 술꾼들은 즐겁다. 사람들은 춥다고 난리를 피우지만 술꾼들은 뒤돌아서서 슬그머니 웃음을 흘린다. 겨울에는 모든 해장국들이 다 맛있다. 해장국에 널리 쓰이는 무도 맛이 들고 서리 맞은 모든 채소는 맛이 각별하다. 생선들도 깊은 맛이 난다. 물론 다른 계절이라고 해서 술꾼들이 해장국을 피하지는 않지만.

해장국은 반드시 술을 마신 후 먹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그저 이른 아침 속이 더부룩하거나 텁텁해도 우리는 해장국을 찾는다. 배배 꼬인 속은 해장국을 먹어야 풀린다. 맹물은 시원해야 하고 국물은 뜨거워야 한다. 뜨거운 국물은 시원하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지만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히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해장국은 스펙트럼이 넓다. 여러 종류를 재료로 사용할 수 있고, 끓이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고기가 귀한 지방에서는 생선을, 생선이 귀하면 하다못해 다슬기라도 재료로 삼아 기필코 해장국을 만든다.

술꾼들은 흔히 "우리나라의 봄은 강진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아직 바람이 쌀쌀한 2월, 강진에는 햇보리 싹이 돋는다. 술꾼들은 햇보리 싹을 넣고 끓인 홍어애국을 최고의 해장국으로 친다. 이 무렵, 충무(통영), 부산 등 남해안 일대와 동해안의 속초, 강릉 등에서는 한창 물메기탕을 먹는다. '물메기'는 '물곰'이라고도 하고 강원도 해안가에서는 '곰치'라고 부르는 심해어다. 생긴 것은 볼품이 없으나 무와 고춧가루만 넣어도 시원하다. 서울의 술꾼들 중에는 속초의 ''에서 곰치국을 먹으려고 겨울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남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통영 서호시장의 '' 메뉴판을 보면 '겨울-메기탕' '봄-도다리쑥국'이라고 적혀 있고 계절 구분 없는 해장국으로 복국이 있다. 물으나 마나 해장국이고 술국 메뉴들이다.

이른 아침 일을 나가는 어부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빈속을 채울 해장국을 찾는다. 속초-강릉 일대의 '섭장칼국수'는 이런 어부들을 위한 해장국이다. 섭, 담치는 홍합과 같은 것이거나 비슷한 것들의 이름이다. 홍합국물에 고추장을 칼칼하게 풀고 국수를 만 것이 섭장칼국수다. 강원도이니 국수재료는 당연히 메밀이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다. 강릉 하조대 언저리의 ''이 유명하다.

도원촌
서해안 사람들이라고 술과 해장국을 멀리할 리 없다. 세발낙지로 끓인 '연포탕'은 최고의 해장국이다. 무안, 신안 일대에서 건진 뻘 낙지와 무 정도만 넣고 청량 고추를 몇 점 썰어 넣어 칼칼한 맛을 낸 연포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영암 ''과 목포의 '호산회관'이 유명하다.

소고기로 끓인 개장국이 바로 대구 명물 육개장이고 한편으로는 '따로국밥'으로 부른다. 대파와 무의 시원함과 고추기름의 칼칼함을 동시에 갖춘 육개장 맛집으로는 대구의 '국일따로' '벙글벙글집' '대덕식당' 등이 유명하다.

해장국을 이야기하면 박정희 대통령에게 욕을 했다던 전주의 ''과 '왱이콩나물국밥'을 빼놓을 수 없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콩나물과 채 썬 파 조금 그리고 오징어 한두 조각으로 마무리한 깔끔한 음식이다. 원래는 텁텁한 맛을 피하려 계란도 넣지 않았지만 손님들이 강하게 원하는 바람에 수란형태로 혹은 날계란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수란에 김을 조금 넣고 국물을 떠 넣은 다음 먼저 먹는 것이 요령이다. 계란이 콩나물국에서 풀리면 역시 비리고 텁텁하다.

고기도 생선도 없는 내륙 지방 사람들은 맑은 개울물에서 사는 다슬기라도 끓여서 속을 풀었다. 충청도 내륙의 '올갱이국'은 다슬기로 국을 끓이고 부추를 넣은 것이다. 부추는 다슬기의 비린 맛을 잡는다. 충북 청주의 '상주집'과 제천의 '금왕식당' 정도가 올갱이국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른 아침 강원도 길을 나서는 사람들은 순두부와 황태국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백담사 입구 용대리의 '백담가든'이나 강릉 초당마을 '원조초당두부' 속초 학사평의 '원조김영애할머니집' 등이 시원한 순두부찌개로 유명하다.

독천식당
강릉 연곡소금강 부근에서 만나는 꾹저구탕도 얼큰한 해장국이다. 민물 잡어를 이용한 꾹저구탕은 뚜거리탕이라고도 부르는 이 지역의 특미다. '천선식당'에서 뚜거리탕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의 '토가'에서는 보기드문 '젓국찌개'를 만날 수 있다. 이집의 주 메뉴는 '순두부새우젓찌개'이다. 멀쩡한(?) 순두부에 새우젓갈을 넣었는데 간도 맞고 의외로 시원한 맛이 깊다.

재미있는 것은 경주 '팔우정해장국'의 '메밀묵해장국'이다. 엉뚱하게도 해장국 위에 메밀묵이 버젓이 올라있다. 두절(頭切) 콩나물을 넣고 제대로 토렴한 해장국이 퍽 시원하다. 팔우정로터리 부근에는 해장국집들이 20여 곳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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