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아내 김영명씨를 만난 것은 1978년 여름이다. 1977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다니던 중 여름방학으로 잠시 귀국했을 때 넷째 형수의 주선으로 선을 본 것. 김영명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로 당시 보스톤에 있는 웰슬리대학 정치학과 졸업반이었다. 두 사람은 1년간의 열애 끝에 정동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닮아 사교성이 뛰어나고,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세련된 매너가 트레이드마크로 가사는 물론 대외적 활동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운동 때는 정주영 명예회장을 현장에서 보좌했고, 같은 해 정 전 대표가 울산 동구에서 무소속으로 첫 출마할 때는 적극 지원해 당선을 이끌었다. 92년 대선 때는 변중석 여사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파트너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잘하는데다 소박하고 편안한 성격으로 정 전 대표의 국제적 활동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정 전 대표와 세계 각국을 방문할 때는 외국인들과 친목을 쌓아 국제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후에도 정 전 대표가 정치나 사업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 김씨는 최대 원군이 되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펴낸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이란 책에서 네 아이를 키우며 혼신을 다해 자신을 뒷바라지한 아내의 면면을 전하며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MIT 경영대학원 졸업식 때 아내와 함께.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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