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안내리면 ‘안쓰고 안받기’ 소비자 운동 전개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소속 중소 자영업자들이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업종 구분없이 1.5%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지곤기자
롯데카드 등 콧대 높은 일부 신용카드사를 겨냥한 중소 가맹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학원, 안경점 등 중소 자영업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 모여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장은 이날 하룻동안 점포의 문을 닫고 모인 2만여 자영업자들의 분노로 가득찼다. 이들은 업종별로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를 향해 업종 구분 없이 카드 수수료율을 1.5%까지 즉각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롯데카드를 비롯한 7개 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을 예로 들며 '강자(현대차)에 약하고 약자(중소자영업자)에 강한' 카드사들을 향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카드사들은 지난달 29일 현대자동차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수용해 신용카드의 경우 1.75%에서 1.7%로, 체크카드는 1.5%에서 1.0%까지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모든 업종에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내린 만큼 추가 인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가맹점들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이 낮은 특정 카드 결제를 유도할 작정이다. 결제 카드 선택은 고객의 고유 권한이어서 자영업자들이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현실적으로 가맹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수수료율이 가장 낮은 카드의 결제를 유도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바게뜨와 같은 제과점의 수수료율은 롯데카드가 3.30%로, 현대카드(2.50%)보다 0.8% 포인트 높다. 제과점 주인이 현대카드로 빵 값을 결제하면 쿠폰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롯데카드 대신 현대카드 결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래방에서 롯데카드(3.30%)가 아닌 비씨카드(2.70%)로 결제할 경우 추가시간을 제공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각 점포 계산대 앞에 카드사별로 수수료율을 예시해 고객의 협조를 요청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수수료율이 높은 카드는 아예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게시할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 안경점을 운영한다는 김모(45)씨는 규탄 대회장에서 "롯데카드 등 수수료율이 높은 카드는 안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뜻을 같이 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 음식점, 노래방, 주유소 등에 '○○카드 안 받습니다'는 문구가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는 현재 한국주유소협회 등 연합회 산하단체와 함께 가맹점 수수료가 가장 높은 카드사 1~2곳을 지목해 일시적으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카드사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13일 설문조사 결과를 취합해 공개하는 한편, 15일부터는 해당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캠페인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운동 돌입시 롯데카드 가장 큰 타격

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론에다 가맹점들의 일부 카드 불매운동이 현실화하면 서민형 업종에서 수수료율이 높은 롯데카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신용금융협회가 지난 10월말 공시한 수수료 자료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 45개 업종 중 절반이 넘는 23개 업종에서 수수료 상위 1ㆍ2위를 기록했다. 롯데카드는 특히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이ㆍ미용실(3.5%)과 노래방(3.5%), 학원(3.5) 등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평균 수수료를 책정해 가맹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게시판에는 '롯데카드 학원에 이러면 안되지요'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또 홈쇼핑 및 인터넷판매에서 롯데카드는 3.1%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반면 현대카드는 2.29%로 0.81%나 차이를 보였다.

자영업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카드사들은 아직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규제하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내리라는 것은 장사를 그만두라는 소리"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휴면카드, 일명 '노는 카드'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태여서 가맹점들의 카드 차별 대우 전략은 앞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여지는 충분히 있다. 특히 휴면 카드가 도난이나 분실 등으로 이어지면서 피해보상에 대한 일부 카드사의 고압적인 자세는 'XX카드 안쓰기' 소비자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한 경제 방송 S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발급 카드 6,700만개 가운데 휴면카드가 1,800만개에 달했다. 그 중 롯데카드는 휴면카드 비중이 29%로 신용카드 업계 중 가장 높았다. 롯데카드가 휴면카드 분실 고객에 대해 신용카드 회원약관 규정을 악용해 그 피해를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가할 경우, 가장 먼저 'XX카드'로 지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노형기자 nhkim@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