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사육신공원 의절사
사육신(死六臣)의 충절을 기리고자 건립한 역사관이 오히려 사육신이 누구인 지를 놓고 논란이 재현되는 탓에 국민 혈세 24억원(시비 17억원, 구비 7억원)만 축내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청은 동작구 노량진동 사육신 공원에 2008년부터 짓기 시작한 역사관을 올해 7월 14일에 개관했다. 그러나 개관 20일 만인 8월 3일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는 사육신수호회가 8월 1일 동작구청에 "역사관 이름을 본래 이름인 '사육신역사관'으로 바꾸고 기존 사육신만 모셔라"고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에 김문기 후손도 구청을 항의 방문해 "사육신공원 묘역에 모셔있는 대로 사육신에는 반드시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의 육신인 김문기가 포함되어야한다"는 내용이 담긴 진정을 하였다.

당초 '사육신역사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려다 단종을 위해 절개를 지킨 32명의 충신을 기리기 위한다는 명분 아래 '단종충신역사관'으로 명칭을 바꿔 갈등의 소지를 없애보려고 했던 동작구청의 얄팍한 생각이 일을 키웠다.

사육신현창회가 10월 9일 사육신 순의 555주년을 맞아 일곱분의 영전에 추모제향을 올리는 모습.
이렇게 되기까지 사육신공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육신이라 함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고 남효온(1454~1492년)의 '육신전' 이후에 비롯됐고, 성삼문, 하위지, 이개, 박팽년, 유성원, 유응부를 일컫는다.

그러나 1970년대 김문기 후손인 김녕김씨 측에서 "정사인 실록에는 유응부가 아닌 김문기가 사육신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김녕김씨 측의 주장에 대해 1977년 9월 22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는 위원회를 열어 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김문기 등 6명이 세조 조에 가려진 六臣이라고 판정된다며, 김문기를 현창하여야 한다고 결의하기에 이른다.

국편의 결의에 따라 서울시는 1978년 사육신 묘역에 유성원, 하위지와 함께 김문기 선생의 허묘를 봉안하게 된다. 현재 사육신 묘역에는 종래의 4묘(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응부)와 함께 7개의 묘가 있다.

국편의 결의에 대해 유응부 후손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조상 김문기를 위해 역사를 바꿨다. 어정배식록, 백촌유사 기록 등을 살펴보건대 김문기는 사육신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에 김문기 후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가당치도 않는 이야기이며 권력이 실록을 바꿀 수도 없고 국편에서 결의한 석학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하면서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 충신의 제사를 올리기 위하여 정한 명단인 어정배식록에서 사육신을 가린다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온 데는 사육신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편의 모호한 표현과 어설픈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실록의 기록을 검토하건대 특히 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 김문기 순으로 六臣만을 들고 있으며, 김문기가 도진무로서 군 동원 책임을 맡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으므로 위에 든 六臣이 세조 조에 가려진 六臣이라고 판정한다"고 결의하였다.

하지만 1982년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는 1977년 결의사항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종래의 사육신 구성을 변경한 바 없음을 확인한다"고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갈팡질팡한 행위에 대해 1961년 이후 지금까지 사육신 추모제를 주관하고 있는 (사)사육신현창회의 1982년 11월 26일 담화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담화문에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일곱 분을 현창하여 온지 벌써 오래인데 1982년 11월 11일 국사편찬위원회가 "종래 사육신 구성을 변경한 바 없음을 확인함"이라고 발표한 것은 국론의 통일, 민족의 화합이란 현실에 바람직스러운 논쟁이 되지 못하므로 조선왕조실록상의 六臣 김문기선생과 남효온 추강집의 六臣 유응부장군을 앞으로도 엄숙히 모시고 그 충절을 현창할 것을 천명하였다. 현창회는 지금도 매년 10월 9일에 (사)사육신현창회 주관아래 전국 유림이 참석하여 사육신공원 의절사에서 일곱 분의 제향을 모셔 오고 있다.

현창회 관계자는 "사육신공원 관리규정에 따라 사육신만이 들어갈 수 있는 사육신 묘역에 김문기 묘가 봉안되어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인 바 그 자체만으로도 사육신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작금의 소모적인 논쟁은 사육신에 대한 높고 곧은 충절에 누가 되니 이쯤에서 자제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동작구청은 사육신에 대한 그 어떤 논란에도 휘말리지 말고 국사편찬위원회와 관계기관에서 이미 결정한 대로 본래의 취지를 살려 하루빨리 역사관 문을 열어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육신이 누구인지는 기념관을 관람한 시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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