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택시 기사 등 100여 명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해 범행을 저질러 오다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전∙현직 택시 기사들을 비롯해 불법게임장 종업원, 보도방 운영자, 화물기사, 퀵서비스, 대리운전사 등 109명을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짜고 치는 보험사기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교통사고를 위장하고 병원에 허위 입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 5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보험사기 브로커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범행에 가담시키고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챙긴 조직적 범죄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목돈 벌 수 있게 해드립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58회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일당 가운데 택시기사인 A씨(50)는 생활고를 겪어오다 우연히 보험사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를 보험사기에 눈뜨게 한 인물은 보험사기 브로커 B씨였다.

B씨는 자동차보험에 관한 한 '달인'이었다. 모든 사고의 유형에 따른 보상 방침과 관련 법규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B씨로부터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해 허위로 입원하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A씨는 고심 끝에 보험사기에 가담하기로 결심했다.

B씨로부터 교육을 받은 A씨는 오랜 기간 택시 운전을 해오면서 알게 된 택시기사, 오락실 관계자, 화물기사, 보도방 운영자, 택배기사 등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가짜 사고 피해자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A씨에 의해 모집된 이들 역시 A씨로부터 "교통사고 피해자로 위장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 브로커인 B씨는 보험사기 가담 희망자들이 보험금을 타면 그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로챘다.

이들의 수법은 간단했다. 앞 뒤 차량에 4∼5명씩 나눠 탑승하게 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지급받게 하는 방법이다. 사건을 잘 살펴보면 007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이들은 보험사와 수사기관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서로 다른 차량에 나누어 탑승시키면서 서로 누군지 모르게 했다. 또 탑승한 가담자들이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계산했다.

범행 횟수가 거듭되면서 브로커와 A씨는 점점 대담해졌다. 이들은 성인오락실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부 폭력배들까지 보험사기에 가담시키는 등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예리한 경찰 수사에 덜미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가 있는 법. 단 한 번의 실수로 이들의 교묘한 범죄 행각은 그 꼬리가 잡혔다.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경찰관이 피해 차량 탑승자와 가해 차량 운전자가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에 함께 연루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점차 배포가 커진 일당이 운전자와 피해자를 중복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긴 것.

담당 경찰관은 단 한 번의 중복 이력이었지만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 사기일 가능성 1%도 놓치지 않았고, 그 결과 2005년부터 시작된 조직적인 보험사기극의 전모를 파헤쳤다.

끈질긴 추적 수사 끝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보험사기단의 실체를 파악한 경찰은 브로커까지 낀 생계형 보험사기의 실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이라면서 "브로커는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챙겼다"고 말했다.

가담자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은 B씨는 느긋하게 도박을 즐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로챈 보험금을 다른 택시기사들과 함께 불법 오락실 도박판에서 탕진한 것.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택시 기사들이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병원에 드러눕는 행태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사실로 확인됐다.

피의자 가운데 택시기사 김모씨는 "택시기사들에게는 하루 사납금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에 경미한 접촉 사고에도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받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들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기극에 가담한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서울소재 택시회사 등에 근무하는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사고 이력을 추적 중이다. 또 사기극 가담자들이 자주 이용했던 서울 양천구, 강서구 소재 병원들에 대해서도 허위 교통사고 환자들을 입원시키는 등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들이 범행 후 주로 입원했던 C병원에 대해 공모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 수색해 자료를 분석 중이다.

■ A씨 등이 저지른 보험사기 수법

브로커 개입 →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담자 모집 → 차량 번호를 알려주면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에 4,5명이 나눠 탑승 → 브로커가 알려준 차량 뒤를 따르다가 신호대기로 정지하면 고의로 뒤에서 추돌하여 교통사고를 위장 → 가해차량 운전자가 보험접수하고, 탑승자들은 병원에 허위 입원 →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보험금의 50% 상당을 브로커에게 전달 → 브로커는 30% 정도의 수수료를 챙기고 나머지를 가해 운전자 몫으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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