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내 모습과….' 정신대 1000회 수요집회에 참석한 정신대 할머니들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맞은편 인도에 세워진 평화비를 껴안고 있다. 김지곤기자
"이 늙은이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나?"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에 일본 대사관 앞에 모인 이들은 숙연해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는 14일로 1,000회를 맞았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234명 가운데 171명이 세상을 떠났다. 1,000회 수요집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김요지(87) 할머니는 하루 전인 13일 영면했다. 성노예로서 청춘을 짓밟힌 할머니들은 지난 20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요일이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다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있다.

1,000회 집회에 참석한 길원옥(84)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모두 죽으면 끝날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고 말했다. "죽어서도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겠다"던 길 할머니는 열세 살에 만주로 끌려가 성노예로 살았다.

3,000여 인파가 1000회 수요집회 참가를 위해 일본대사관 앞에 모였다. 김지곤기자
곁에 있던 김복동(85) 할머니는 "이명박 대통령도 백발 늙은이의 아우성을 모르진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앞장서 일본 정부를 향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김 할머니는 "더 이상 수요집회를 할 필요가 없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의 함성을 외면했다.

오히려 일본 대사관 맞은편 인도에 세워진 평화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자세다. 정대협은 이날 한복을 입고 손을 무릎에 모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상(높이 130㎝)을 설치했다.

일본 정부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평화비 설치가 강행된 것은 정말 유감이다.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철거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이 일본에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1,000회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정부 태도를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남성은 "할머니들이 20년 동안 시위할 때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느냐"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정부가 앞장서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문창중 3학년 장승원양은 "날씨가 무척 추운데 할머니들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된다"며 "일본이 하루빨리 사죄해서 할머니들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도 시위에 참가해 피해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위안부 할머니 다섯 분과 함께 수요집회를 개최한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일본 정부가 우리 할머니들 앞에 무릎을 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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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