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재개된 수사, 향후 미칠 파장 촉각

대북송금ㆍ현대비자금 사건이 8년여 만에 수사 선상에 다시 오르면서 정치권과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사건 핵심 인물인 김영완(58)씨가 돌연 미국에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둘러 출국해 관련자들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씨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실무자인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대북송금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사건이 커지자 미국으로 출국, 우리 수사 기관의 소환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김씨가 지난달 26일 8년9개월만에 돌연 귀국해 곧바로 검찰 조사를 받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슨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김씨는 검찰의 재소환에 응한다는 조건으로 사흘 후인 29일 다시 출국했고, 국내에는 이전처럼 '김씨를 쳐다만 보는' 사건 당사자 몇 명만 남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6일 대북송금ㆍ현대비자금 사건 당시 현대증권 회장이던 이익치 전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익치 전 회장은 당시 현대상선이 김씨가 알려준 스위스 은행계좌로 3000만 달러를 송금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조사에서 "이 회장이 김씨를 통해 스위스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가지고 왔으며 해당 계좌에 현대상선 자금 3000만 달러를 보냈다"고 진술한 후 자살하고, 김영완씨는 해외로 도피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2000년 9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오른쪽)과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방북때 모습
김씨는 이번 검찰 조사에서 스위스 은행계좌로 입금된 3000만 달러의 행방은 물론, 현대그룹의 대북송금 전반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씨는 당시 현대그룹에서 여권으로 흘러 들어간 정치 비자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북송금ㆍ현대비자금과 관련한 김씨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권, 특히 구여권인 민주당과 이들이 참여한 통합신당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변수이기도 하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또 소위 '김영완 뇌관'은 국내 정치및 재계(주간한국 2402호 참고)뿐 만아니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몰고 올 후폭풍도 심상치 않다. 북한핵 관련 부분이다.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스스로 귀국한 것도 북한 핵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정부 내내 북한핵 문제를 풀지 못한 미국이 임기 말을 기해 북핵 해법의 한 수단으로 '김영완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즉 김씨가 김대중 정부와 현대그룹의 대북송금 창구 역할을 한 만큼, 그 규모와 루트를 잘 알고 있고, 북한에 유입된 자금이 북한핵 개발에 전용됐다고 판단한 미국이 김씨를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려 한다는 풀이다.

김씨가 국내 항공사가 아닌 미국 항공사를 통해 은밀히 들어온 것이나 검찰 조사 후 3일만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북한 핵에 대한 한ㆍ미간 공조, 미국의 입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2004년 12월 대북송금 관련 법원에 출두하는 박지원씨.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씨는 2000년 3월 9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예비접촉, 같은 달 17~18일 중국 상하이 1차 회담, 같은 달 23일 베이징 2차 회담, 4월 8일 베이징 3차 회담 등 4차례의 남북 접촉의 '현장'에 있었다.

김씨는 이에 앞서 스위스 은행계좌로 입금된 3,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43억 5,000만원)의 행방에 대해 현대그룹의 해외지사를 통해 북한으로 송금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미 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 담당 래리 닉시 연구원은 2005년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현대그룹이 북한에 제공한 현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사용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닉시 연구원은 작년 초 '한미관계, 의회 이슈'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도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현대가 북한에 제공한 돈은 11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돈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무기 프로그램의 가속화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노동당 39호실이 마카오, 싱가포르, 오스트리아에 개설해 운용하는 은행계좌로 현대그룹의 자금이 입금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정부 인사들은 "현대자금이 북한의 경제회복에 주로 사용됐으며, 그 액수도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다툴 무렵, 양측의 대북사업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대북송금액은 수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몽헌-이익치 측에서 북한에 제시한 '큰 떡'이 정몽구 회장의 그것보다 수십배에 달했고, 현대그룹에 유동성 위기를 가져올 정도의 규모였다는 배경에서다.

그리고 북한에 제공된 현대그룹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북핵 개발에 전용됐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지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이 꺼낸 '김영완 카드'의 용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답보상태에 있는 북미및 6자회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북한을 압박하는데 김영완의 증언은 매우 유용한 무기인 셈이다.

그래서 미국이 굳이 김영완을 한국에 보내 검찰 조사를 받게 한 것은 스스로 '악역'은 피하고 실리를 챙기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검찰이 김영완씨의 진술을 토대로 현대의 대북송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는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 화해 국면에서는 그만한 악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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