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널방의 아찔한 해안 절벽
돌산도 남쪽으로 쭉 뻗어 있는 30여 개의 섬을 금오열도라고 일컫는다. 화태도, 횡간도, 나발도, 두라도, 수항도, 금오도, 삼도, 안도, 대부도, 소부도, 소리도(연도) 등을 비롯하여 유인도 11개, 무인도 21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및 여수시 남면에 속해 있다.

금오열도의 총면적은 42.22㎢로 그 중심부에 어미섬인 금오도가 떠 있다. 금오도는 금오열도의 총면적 중에 60%가 넘는 26.9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는 2천여 명에 이른다. 섬의 지형이 자라를 닮았다 하여 큰 자라라는 뜻으로 금오도(金鰲島)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금오도에는 대부산(382m), 망산(344m), 옥녀봉(261m) 등이 솟구쳐 있고 기암절벽과 갯바위로 장식된 해안선도 그림 같다. 금오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라고 하는데 유송리 여천마을 동쪽 바닷가에 있는 조개더미 유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시대 금오도는 궁궐을 짓거나 판옥선 등의 배를 만들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다. 또한 사슴들이 떼 지어 살아 고종 때 명성황후는 이 섬을 사슴목장으로 지정하여 출입 및 벌채를 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무인도가 되었던 금오도는 1885년 봉산에서 해제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90m 아찔한 낭떠러지 미역널방

두포는 나로도를 배경으로 지는 해넘이가 황홀한 곳이다.
금오도는 매력적인 풍광을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지만 관광지로서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 12월 서쪽 해안을 따라 길이 8.5㎞의 비렁길이 드리워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비렁이란 벼랑의 이 지방 사투리다.

금오도 비렁길은 북서쪽 해안의 아담한 포구인 함구미에서 시작된다. 월호도와 개도 등 화정면에 속한 섬들을 굽어보며 아늑한 숲길을 25분 남짓 더듬으면 전망이 빼어난 미역널방에 다다른다.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지게로 운반해 널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미역널방은 높이가 해안에서 90미터나 되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미역널방 전망대에는 ‘금오도의 바람, 햇살, 바다’라는 이름의 조형물 20개가 설치되어 색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미역널방에서 수달피비렁 전망대까지의 8분 남짓한 구간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있다. 암벽 타기에 익숙한 이가 아니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험한 곳이어서 데크를 놓은 것이다. 수달피비렁은 수달이 즐겨 모여 놀았던 벼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수달피비렁 전망대에서 2분쯤 가면 송광사 터에 닿는다. 보조국사 지눌이 1195년(고려 명종 25년) 이곳에 송광사를 세웠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다만 앞으로는 망망대해가, 뒤로는 멋들어진 암봉이 솟아 있어, 바다를 굽어보는 절터로 명당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로도를 배경으로 지는 두포 해넘이

비렁길에서 바라본 금오도의 해안.
송광사 터에서 13분쯤 가면 비렁길을 시작했던 함구미 위쪽의 갈림길 입구에 다다른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면 15분만에 오른쪽으로 초분이 보인다. 초분은 평평하게 고른 바닥에 돌이나 통나무를 깔고 관을 얹은 뒤 초가지붕 모양으로 짚단을 덮은 임시 무덤이다.

예로부터 초분은 섬에 많았다. 자식들이 뱃일 나간 사이에 부모가 죽으면 초분으로 임시 무덤을 만들었다가 자식들이 돌아오면 비로소 장사를 지낸 것이 그 효시다. 상주 없이 매장할 수는 없는데다가 고기 잡으러 나간 상주가 부모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더라도, 돌아온 후에 얼굴이나마 보게 하려는 배려가 숨어 있는 것이다.

초분을 지나 25분쯤 더 가면 신선대에 다다른다. 경치가 좋아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북쪽으로 눈을 돌려도 남쪽을 둘러보아도 갯바위와 해안 기암절벽, 짙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와 과연 신선이 머무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선대를 지나면 주변 경치는 평범해지며 약 50분 후에 갯돌밭과 모래밭이 어우러진 아늑한 포구인 두포에 닿는다.

운 좋게 두포 해넘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두포에서 굴등 전망대와 촛대바위를 지나 직포에 이르는 1시간 10분 남짓한 비렁길에서는 달빛에 의존해 걸었을 뿐, 어두운 밤인 탓에 풍경을 볼 수 없어 마냥 아쉬웠다.

금오도는 한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을 만큼 온화하고 따뜻한 곳이다. 학생들의 겨울방학 여행지로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권할 만한 겨울 탐방지로 금오도 비렁길이 제격이다.

여천항과 마을이 아늑하다
# 찾아가는 길

동순천 나들목에서 순천완주(27번)고속도로를 벗어나거나 순천 나들목에서 호남(25번)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에 여수-돌산 방면 17번 국도로 달리다 보면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입구를 지난다. 돌산도 신기항은 돌산대교를 건너 17번 국도를 계속 따르다가 신기 버스정류장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전라선 열차나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타고 여수로 온 다음,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이나 돌산도 신기항으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금오도 함구미로 가는 카페리가 하루 3회 운항하며 여천항과 우학항으로 가는 카페리는 하루 2회 운항한다. 문의(061-663-0116, 0117).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으로 가는 카페리는 하루 7회 운항. 문의(061-666-8092).

금오도에는 마을버스와 택시가 다닌다.

# 맛있는 집

금오도 우학리의 상록수식당(061-665-9506)은 푸짐하고 맛난 요리가 줄줄이 나오는 생선회로 유명하다. 여러 가지 활어회를 비롯하여 꽃게찜, 전복회, 해삼, 멍게, 생선구이 등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이 상다리가 휠 정도로 차려진다. 얼큰하고 시원한 우럭매운탕도 일품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백반 등 간단한 식사도 내며 민박도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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