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일반인에 진실성과 동질감 얻어제작자는 출연료 절감 효과 및 출연진의 다양성에 끌려

SBS '짝'
지난달 21일 방송된 19기 여자 4호 김지나씨가 방송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남성 출연진의 시선이 집중됐을 만큼 볼륨감 있는 몸매를 자랑했기 때문. 몸매로 얻은 유명세 때문에 그는 일반인임에도 홍역을 치렀다. 여성 연예인들에게나 있을 것 같은 가슴 성형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미니홈피에 "연예인도 아닌 내게 과거사진이라며 떠도는 사진들로 가슴 성형에 대한 오해까지 받고 있다"며 성형 논란에 관한 우려를 표했다.

네티즌들의 지나친 관심은 김씨와 같은 일반인이 갖기엔 부담스럽다. 하지만 요즘 들어 김 씨와 비슷한 고민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 케이블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 등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 중심으로 꾸려지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엔 SNS 블로그 등 인터넷 매체의 활성화로 일부 출연자들이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증거다. 일반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시청자와 제작진의 입장에서 들여다봤다.

# 시청자, 가식없는 말투에 '친근감'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이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면에서 '짝'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 '화성인 바이러스' 등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진실성이다. 시청자들에게 연예인은 상업적인 존재다. 대중은 연예인이 방송에서 하는 말들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반대로 방송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은 연예 활동으로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닌 만큼 연예인처럼 이해타산적일 필요가 없다. 시청자들은 비록 방송일지라도 일반인이 하는 말과 행동이 연예인보다 진실하다고 믿는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
'짝'을 2003년 종방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현재 시즌3가 방송되고 있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과 놓고 봐도 그렇다. 연예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이었던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하지만 커플로 맺어진 연예인들이 실제로 사귀는 경우는 없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과 가상 결혼했던 방송인 정형돈은 프로그램 출연 도중 방송작가 한유라씨와의 열애 사실이 공개됐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내세웠던 '우리 결혼했어요'의 진실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반대로 '짝'은 각종 조작 논란에도 커플로 맺어진 사람들이 방송 출연 이후에 실제 연애하느 모습이 공개되곤 한다. 취업준비생인 20대 유모씨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홍보용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짝'을 보면 연예인들보단 솔직하단 생각이 든다"며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볼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진실성은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과 연결된다. 방송은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대중이 TV를 보며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큰 무기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예인들도 새로운 모습과 작품으로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일반인들은 완전한 미지의 존재다. '안녕하세요'와 '화성인 바이러스'는 일반인들을 출연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이런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예고편이나 관련된 기사를 읽으면 궁금하고 신기해 자연스레 TV 앞에 앉게 된다. 이는 일종의 관음증으로 볼 수 있다. 전혀 몰랐던 사람의 특이한 성격과 습관을 보는 것은 대단한 흥미거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0년 1월 26일 방송된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한 '십덕후' 이진규씨. 그는 방송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십덕후'는 일본에서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오타쿠'란 말이 한국에서 변형던 '오덕후'를 강조한 표현이다. 이 씨는 방송에서 일본 게임 및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페이트에 푹 빠져 캐릭터와 결혼까지 선언했다. 인형이 그려진 쿠션을 들고 다니며 함께 놀이공원에 가고 밥을 먹는 이씨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외신에 보도될 정도로 그는 한 순간에 유명해졌다.

# 제작진도 경제성·공익성 '이중 효과'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도 일반인의 기용은 여러 모로 이점을 가진다. 우선 제작비가 적게 든다. 시청률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연예인 출연자들의 출연료는 개인당 적게는 수백 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짝'의 경우엔 출연료가 개인당 100만원선으로 알려져있다. 상대적으로 출연진이 적은 돈을 들이고도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다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장 큰 미덕인 '저비용 고효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이점으로는 프로그램의 포맷이 단조롭더라도 다양한 개인이 등장하며 매회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이다.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코너 '1박2일'은 높은 시청률에도 매번 비슷한 구성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쓴 소리를 들었다. MBC '무한도전'은 매회 포맷을 바꾸는 방식으로 호평 받고 있지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제작진의 수고로움은 두말할 필요 없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구성 자체는 변화 무쌍하지 않다. '짝'은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항상 진행 방식이 동일하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성격과 조건에 따라 나비효과처럼 다양한 장면들이 포착된다. '안녕하세요'와 '화성인 바이러스' 역시 매회 비슷한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출연진이 계속 바뀌면서 시청자들이 고정된 진행 방식에 지루해할 틈이 없다. '무한도전'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방송의 공익성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안녕하세요'는 '사람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소통 부재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자는 것이 기획의도다. '짝'도 커플의 탄생을 지켜보며 짝에 대한 희생과 배려, 사랑을 돌아보자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다. '20여 명의 연예인이 함께 하는 토크 배틀'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SBS '강심장'과는 사뭇 다르다. 연예인들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는데 주력한다면 일반인 출연 예능은 나름의 방식으로 공익성을 표방하고 있는 것.

물론 시청률을 무시할 순 없다. '짝'과 '화성인 바이러스'는 종종 자극적인 소재로 대중에게 비판 받는다. 프로그램이 표방한 공리적인 기획의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적하고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대중의 비판은 일반인 출연 예능 프로그램들이 공익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갖춘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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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