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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非朴진영 반격 시작됐다

●"앉아서 당할수만 없다" 맞불작전, 17일 의총서 운명 건 '최후의 결전'
수세적 자세 벗어나 박근혜 약점 공략, 2007년 대선 경선때 돈선거 의혹 제기
"정수장학회·영남대 등 의혹 털고 가라" 맹공… 4인방 등 수시 회동, 탈당도 불사 움직임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2 자유진영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 참석, 악수하고 있다.
거칠 것이 없어 보이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행보가 숨을 고르는 듯한 모양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물론, 정강과 당명까지 바꿔 쾌도난마 식으로 완전한 '박근혜 당'으로 탈바꿈하려던 계획이 친이계 등 구주류의 반격 움직임에 잠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전을 앞두고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 비대위와 친박계는 최근 고승덕 의원의 폭로에 따라 제기된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을 내심 당내 인적 쇄신에 최대한 이용하려 한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사건이 불거지자 권영세 사무총장은 신속히 검찰 수사를 의뢰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9일 "당헌 당규를 칼같이 지켰으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자칫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 닥칠지 모를 휘발성 강한 사안을 두고서도 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엔 이번 사건의 연루 의혹을 받는 측이 거의가 친이계 등 구주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계산돼 있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한나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문수 경기지사와 건배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사건이 확대돼도 별반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차제에 비대위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친이계 등 구주류 물갈이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절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상돈 비대위원은 최근 정권 실패의 책임이 큰 사람을 언급하면서 이재오,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을 실명으로 거명했다. 또 비례대표 공천 때 약사회 등 이익단체장 출신, 전직 법무장관 등 법조계와 군(軍) 수장 출신 등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장 출신으로는 친이계 원희목 의원이 있고, 법무장관 출신으로는 박희태 국회의장 등이 있다. 다분히 친이계를 겨냥한 것이란 의구심이 들만한 언급이다.

당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친이계 등 구주류가 고개를 들고 나섰다. 그간 숨죽이고 있던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반격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평소 입심이 셌던 홍준표 정두언 전여옥 의원 등이 나서 친박계의 민감한 부분까지 과감히 거론하고,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박 위원장에 맞서 단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침묵을 유지하던 이재오 의원도 박 위원장의 공격 대열에 끼어들 분위기이다.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비대위의 쇄신 작업을 놓고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개진될 수 있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쇄신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쇄신을 가로막고 비대위를 흔드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이계와 소장파가 조만간 집단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외곽에는 박세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란 둥지가 있는 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희미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또 이들이 당 지도부와 결별에 앞서 박 위원장의 '아킬레스 건'을 집단으로 건드려 적대적 관계를 명확히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박 위원장이 스스로 휘두르는 칼에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박근혜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서 박 위원장의 선택은 한가지다. 주저앉거나 타협한다는 것은 그의 사전에 없다. 정면돌파다. 양측의 마지막 승부를 앞둔 전운이 당내에 짙게 깔려 있다.

"대통령 돼선 안된다"

친이계와 쇄신파 등 비박(非朴) 진영에서는 2007년 7월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도 돈봉투가 살포됐을 것이란 추측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은 '양 후보 측 모두 돈 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정황 설명을 거듭하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11일 "당시 대의원이 500명인 제주도에서 양쪽(이명박·박근혜 후보)으로부터 2,000명씩 전당대회장에 왔다"며 "버스가 수백 대 왔고 버스 한 대당 최소 100만원이면 그 돈이 어디서 왔겠느냐"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기자들에게 "박 위원장이 '당헌·당규를 칼같이 지켰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했는데 그 당헌·당규가 2007년에도 지켜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직접 박 위원장을 겨냥했다.

당연히 친박계가 발끈했다. 경선 때 박 후보 캠프를 책임졌던 김무성 의원은 "당시 박 위원장은 개인 돈 1원도 안 냈다"며 "박 위원장이 돈 선거에 개입됐다는 주장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당 인권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2008년 4월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선정 과정의 돈 거래 의혹도 언급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서둘러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여옥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박근혜 의원은 대통령이 돼서도 안되고 될 수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두언 의원 등 쇄신파들은 재창당 주장을 거듭했다. 수명이 다한 한나라당을 해체한 뒤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탈당한 정태근 의원도 계속 당내 쇄신파 의원들을 접촉하면서 재창당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놓고 친박 진영에서 물갈이의 호기로 삼을 것으로 보이자, 비박 진영에서 전선을 최대한 확대해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숨 고르는 박근혜

박 위원장은 '가지 치기'를 통해 친이계 등 비박진영과의 마지막 승부에 앞서 주변을 단속하는 모습이다. 박 위원장은 논란이 일었던 '정강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자'는 주장에 대해 "없던 일로 한다"고 종지부를 찍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앞장서 주장했던 사안이지만 보수진영의 큰 반발을 불렀고,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용갑 전 의원마저 "보수의 부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이나 다름없다"는 말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논란이 확대되자 박 위원장이 나서 이렇게 판을 정리했다. 이에 김종인 비대위원이 불만을 품고 '계속 이런 식이면 탈퇴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당내 혈투를 앞둔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보수 논쟁으로 당내 중립지대에 있던 잠재적 우군들마저 적으로 돌게 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다.

박 위원장은 또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비대위원들의 총선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비대위원들의 출마는 없다"고 공언했다. 상대가 공격해올 만한 소지를 사전에 없앤 것이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16일까지 공천 기준을 비대위가 내달라. 설 전까지 당 의견 수렴을 마치려 한다"고 주문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쇄신을 가로막거나 비대위를 흔드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고 비박진영의 흔들기를 경고했다.

친박진영은 쇄신파 사이에서 주로 거론된 재창당 주장도 일축하고 있다. 권 사무총장은 "당명만 바꾸는 재창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비대위'를 중심으로 당을 개혁하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박 위원장은 21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기간의 민심이 당의 생존여부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박 위원장이 당내 분란을 교통 정리하면서 단호하고 확고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겨냥한 비박 진영의 공격에 대한 박 위원장의 정면 돌파 방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의총 시선집중

이런 점에서 17일 열릴 예정인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정가의 시선이 집중된다.

박 위원장은 여기서 당내 가장 '뜨거운 감자'인 공천 기준을 발표하면서 돈봉투 의혹사건에서 총선 모드로 분위기를 전환시킬 방침이다.

퇴출 위기에 몰린 친이계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집단 반발이 불가피하다. '비대위 흔들기'를 통해 박 위원장을 과녁화 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돈봉투 의혹 사건과는 별개로 친이계는 박 위원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을 이슈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준석 비대위원도 "박 위원장에 대한 국민 의혹은 털고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위원장과 관련된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영남대, 육영재단 등의 문제다.

친이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새로운 문제를 새삼 들고 나오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쪽(친박)에서 먼저 제기했듯이 박 위원장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우선이지 않느냐 하는 점을 부각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친이계 의원들의 최근 모임에서도 "나갈 때 나가더라도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한 참석자가 말했듯이 친박계에 의해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쇄신파는 재창당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탈당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2,3명은 탈당 의지를 굳혔다는 말도 있고 경우에 따라 집단으로 한나라당 문을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이른바 반박(反朴) '4인방'은 아직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을 위시한 친박계와 비대위의 공격포인트가 자신들에게 모아지면 함께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집단 탈당과 신당 창당 또는 '박세일 신당'과의 합류를 그리는 친이계 등 비박 진영과,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란 명분을 앞세워 '박근혜 당'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비대위측의 혈투가 17일 의원 및 비대위원 연석회의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쟁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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