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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물밑접촉설 '솔솔'… MB 중국 방문때 뭔가 있었다(?)

중국정부서 중간 다리, MB동행 모씨가 접촉
북측, 남 비난하면서도 실제론 "대화하자" 메시지, 차후 물꼬 트일지 관심
  •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사열을 받고 있다.
척후병(斥候兵). 적의 형편이나 지형 따위를 정찰하고 탐색하는 임무를 맡은 병사를 말한다.

북한은 11일, 느닷없이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척후병'에 빗대 신랄하게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선임자의 전철을 밟고 있는 대결척후병'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괴뢰통일부 장관 류우익이 공화국의 현실을 왜곡비하하면서 저들의 대결적 흉심을 드러내는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류 장관을 처음으로 실명비난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통일부의 수장으로 취임한 류 장관에 대해 4개월간 실명 비난을 한 적이 없고, 새해 들어 거친 대남 비난을 이어가면서도 류 장관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을해온 터라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류 장관이 지난 9일 남북경협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의 대남비난과 관련해 "북한이 지도자를 잃고 당황하는 가운데 나오는 어려움의 토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 북한을 자극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갑자기 류 장관을 비난한 것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대북접촉과 관련 있다는 것.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성사된 대북접촉과 관련해 류 장관이 너무 앞서간 행보를 취했기 때문에 북한이 반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측이 10일 제시한 대북 카드에 대해 북한이 충분한 고려도 하기 전에 류 장관이 곧바로 "남북대화의 길이 열린다"는 식으로 행동해 물밑 남북대화에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류 장관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일종의 '경고'라는 설명이다.

  •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남북 교역^경협 기업 간담회에 참석하며 기업 대표들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류 장관은 작년 11월 초 미국을 다녀온 뒤 17일 베이징으로 와 주중대사 시절 구축한 대북라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북한이 외면했다"면서 "이번엔 중국 정부가 나서 북측을 불러내 남북 접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애초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이 하루 더 체류한 것도 대북 접촉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관련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일정이 하루 길어진 것은 원자바오 총리가 오찬 대신 만찬을 대접했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이)북한과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식통은 "북측 관계자와 접촉한 것은 이 대통령이 아니고 동행한 사람"이라며 "'경제지원'과 관련된 것이 접촉의 핵심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지원'에 대해 2000년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남북공동선언의 구체적 이행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이징의 남북 접촉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듯하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날인 12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이명박 역적패당은 남북관계를 더는 수습할 수 없는 완전파국으로 몰아넣었다"며 이명박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렇게 북한이 틀어진 것과 관련, 베이징의 소식통은 "북한에선 남측이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아 뿔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이라는 '민족' 차원에서 사심없이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는 게 북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도기간이 끝난 직후인 12월 30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이어 신년사설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고 대결을 격화시키는 역적패당의 반통일적인 동족적대정책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태도를 보면 향후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한랭전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남한을 대하는 북한의 '화법(話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종의 '역설법'으로 북한의 강도 높은 비난은 '강한 요구'로 풀이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 고위관계자들과 가까이 지낸 전직 외교관은 "2009년 9월 북한에서 댐을 방류해 임진강 수위가 늘어나 강가에서 야영하던 6명이 실종된 사건은 사실 북한이 홍수를 핑계삼아 남측과 대화하려고 방류한 것인데 큰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소식통도 "2005 년 서울에서 열린 8ㆍ15 민족대축전 때 북측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하는 상상도 못한 행동을 한 것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니 남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신호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한편으론 정치국회의 결정서와 신년사설 등에서 6.15 및 10.4 선언을 강조하고 남북대화를 언급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남한 정부 비난은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외형상 비난이 많지만 속뜻은 빨리 대화에 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에대한 북한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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