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이재오
한나라당의 '박근혜판 신장개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한나라당의 총선용 쇄신책이 속속 제시되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 축으로 한 정당으로 면모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자기 변신이다.

정두언 의원 등 당내 쇄신파는 여전히 재창당을 주장하고 있으나 박 위원장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돈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재창당하자고 하고, (만일) 더 큰 문제가 생기면 또 해산하고 재창당하자고 한다면 선거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제가 정치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사람은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재창당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직 쇄신파들은 이에 대한 조직적 반발 등의 대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비대위의 당 쇄신 움직임을 지켜본 뒤 미흡할 경우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방향을 정하는 선으로 총의를 모았다.

고뇌의 안상수
박 위원장은 대신 당 쇄신책의 하나로 당명 변경을 적극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당을 해체하지는 않고 면모일신으로 총선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적쇄신 부분에서는 친이계 핵심 인사들의 배제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반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고, 전직 대표 등을 포함한 핵심 실세들에 대한 공천 탈락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쇄신을 위한 친 서민적 정책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명을 바꾸고 내부 전열도 친박 중심으로 다진 뒤 지금보다 왼쪽으로 한 클릭 이동하는 정책을 앞세워 현정부 및 여당과 완전히 차별화한 모습으로 총선을 치러보겠다는 게 '박근혜판 신장개업'의 요체다.

물론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복안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청와대 및 친이계의 반발을 넘어서면

서 소장ㆍ쇄신파의 동의 등을 구해야 한다. 총선은 코앞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땐 웃었는데…
"현정부와 차별화"

김종인 비대위원은 18일 "현정부와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차별화를 못하면 유권자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면서 "이를 인식해야 하는데 일부 계파는 맹목적으로 현정부를 옹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친이계와의 단절을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 없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최고 통치자가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면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탈당 거부 시 문제가 복잡하다'는 말로 당에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한 것이다. 1997년 말 신한국당 이회창 대선 후보 측은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하기 위해 김 대통령의 모형 인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도 "신의를 중시하는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당명을 바꿀 때쯤 스스로 당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장파인 권영진 의원도 19일 "당이 제대로 태어나려면 대통령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고 국민이 보고 있다"며 "당이 새로운 길을 가는데 어떻게 하는 게 돕는 길인가를 생각하면 대통령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MB 탈당론'에 가세했다.

그는 또 현정부 실세 용퇴론에 대해서는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현 정권에서 2인자, 3인자하며 실세로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주면 '땡큐'인데 결단을 못 내리면 국민이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과 이재오 안상수 의원 등 친이계를 겨냥해 자진해서 물러가란 얘기다.

당연히 친이계가 발끈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 의견인 만큼 지켜보겠다"고 말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탈당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대통령이 당적을 유지한다고 해서 실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정치 구현이란 임기 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탈당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계가 당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이해가 달려 있다.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탈당이라… 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인지, 눈 감고 생각하는 것과 눈 뜨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고 김종인 비대위원의 탈당 주장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친이계 용퇴와 관련된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사람은 당장 눈에 보이는 사람부터 바꾸려 한다"면서 "풍토가 제대로 된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오염된 물을 먼저 갈아야 한다"는 말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비대위 등 친박계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시사했다가 공식적으로는 부정하는 최근 행태에 대해서도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고, 갈수록 가관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MB 탈당론'이 당내에서 논란이 일자 19일 "비대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차별을 위한 차별화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명 바꿔 승부수

비대위는 개정된 공천 기준으로 지역구 의원 25% 배제 원칙을 확정했다.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한 뒤 하위 25%의 현역 의원을 전국적으로 물갈이한다는 내용이다. 평가기준으로는 대체로 당 지지율보다 의원 개인의 지지율이 낮은 인사들을 걸러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친이계는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영남보다 의원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포진된 수도권 물갈이 폭이 커지는 대신 친박들이 많은 영남권은 안정적으로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비대위는 이어 2030세대 등 젊은층 영입은 물론 과학기술 교육 예술 노동 여성 시민사회단체 등 15개 분야의 인재를 모아 공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아직 구성 전이지만 사실상 공천 과정은 박 위원장의 입맛에 의해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친이계 등이 대거 배제된 자리에 박 위원장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박 비대위원장은 당명변경 문제에 대해 "당명은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도 다 시켜 놓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바 있다. 또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인사들이 모여 만든 당은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이다. 두 당의 이름에는 '미래'가 공통 분모다.

박 위원장의 부정적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지어 생각되는 '과거형'분위기이다.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새 당명에도 '미래'가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기에 '당(黨)'자를 쓰는 것이 젊은층에게는 그다지 호소력이 없다고 보는 의견이 많고 신당으로서의 인상을 강하기 심기 위한 '신(新)' '새' 등의 용어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미래국민연합' '신미래연합' '새국민연대' 등의 당명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다.

반재벌 친서민 정책 펴

박 위원장의 비대위는 한나라당의 새 방향으로 반(反) 재벌, 친(親) 서민 위주로 정한 것 같다. 박 위원장은 19일 "출자총액제한제를 보완해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겠다"면서 "(대기업의) 미래성장동력 강화 부분은 인정하겠지만 공정거래법은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의 주요 화두가 재벌 등 대기업 문제가 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박 위원장이 이에 대해 선수(先手)를 치고 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는 또 100만 가구의 전월세 대출이자 경감을 추진하면서 모든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1.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전세자금 이자부담 경감과 관련해서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의 고금리 대출금 사용자가 100만명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에서 평균 14% 정도의 고금리 대출 이자를 7%수준의 이자를 내는 대출로 전환하게끔 한다는 방안이다. 비대위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부분도 영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와 함께 지난해 사회적으로 이슈화한 대학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도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면서 최대한 학생층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 '무노동 무임금' 추진을 위해 19대 국회가 개원될 때까지 한나라당 의원들은 세비를 받지 않기로 하는 방침을 정했다.

현정부보다 한 클릭 좌(左)로 이동하는 정책을 통해 소득 대비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겠다는 목표다.

박 위원장 개인으로서는 4월 총선에서 대구 달성군 출마를 접은 것 같다. 대신 비례대표로 진출하던가 대선을 겨냥한 불출마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서울 등 수도권에 출마해 전국적인 붐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낙선 우려가 적지 않은 수도권 출마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이 정도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당'으로서의 '신장개업' 청사진이다. 이 같은 자기 변신한 결과물로 총선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지만 과정도 험난하고 총선에서의 심판 전망 또한 만만치 않다. 곡절 끝에 친박 중심의 새로운 당명을 앞세운 정당으로 총선에 나선다 해도 현재의 바닥정서를 감안하면 지금처럼 '의석수 과반 정당'은 요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에게 제1당 자리를 내줬으나 나름대로 선전했던 천막당사 시절과 비교해서 국회 전체 의석수(299석) 중 130석 이상이면 박 위원장의 선방이고, 120석 이하의 경우 체면을 구기는 정도의 평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제1당의 의석을 유지할 수 있는 140석 이상이면 '선거의 여왕'이자 여권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110석 이하면 박 위원장의 실패작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차기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물론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 경쟁자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만일 100석 이하가 돼 여당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리 수로 의석 수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면 박 위원장의 대선 꿈은 총선 참패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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