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베어서 말린 다음, 탈곡하지 않은 상태로 볏단을 원뿔형으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더미를 볏가리라고 일컫는다. 가을철 수확기에 노동력이 부족하면 볏가리를 만들어놓았다가 농한기인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탈곡을 했던 것이다. 탈곡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볏가리를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다양한 탈곡기가 널리 보급됨에 따라 볏가리를 보기 어려워졌다.

이 추억의 볏가리를 이름으로 내건 마을이 있다.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관1리에 있는 볏가리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이 마을은 음력 정월 보름 전날 저녁이면 풍요를 비는 전통 풍속인 볏가릿대놀이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짚이나 헝겊 등에 오곡을 싸서 장대(볏가릿대)에 매달아 마을 중앙의 논에 높다랗게 세워놓았다가, 하늘에서 영등할머니가 내려온다는 음력 2월 초하루에는 볏가릿대 앞에 제상을 차려놓고 영등신에게 농사가 잘되고 마을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농촌과 어촌의 풍경이 공존하는 태안 볏가리마을은 주민들 대부분이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마을의 특산물로는 바닷바람 맞은 육쪽마늘과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을 비롯하여 낙지, 서리태, 고사리, 쌀, 녹용 등이 꼽힌다.

볏가리마을에서는 철따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데 겨울철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굴 따기 체험이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볏가리마을 해변은 온통 굴밭으로 변한다. 작은 바위들과 돌멩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을 따노라면 한겨울 추위쯤은 저 멀리 달아난다. 볏가리 마을의 굴은 크기는 작지만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기로 유명하다. 마을 어촌계에서는 무분별한 대량 채취를 금하고 있지만 가족 단위로 조금씩 따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구멍바위

썰물 때면 볏가리마을 해변은 굴밭으로 변한다.
볏가리마을에서 으뜸가는 절경은 구멍바위다.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작용으로 해안 기암절벽에 터널처럼 구멍이 뚫려 구멍바위라고 부른다. 구멍바위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사진을 찍고 갈 만큼 볏가리마을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해질 녘의 낙조 풍광도 아름답다.

구멍바위는 밀물이 들면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면 모래밭과 갯벌로 이어져 다가갈 수 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구멍바위를 드나들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아들을 갖기 원하는 아낙네의 발길이 잦았다고 한다. 지금도 방문객들 중에 상당수는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데 특히 서로 손을 꼭 잡고 구멍바위를 지나면서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연인들이 많다.

볏가리마을 북쪽으로는 태안반도의 일부분을 이루는 이원반도가 길게 뻗어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숨은 비경도 여럿이다. 우선 사목(삼억)해변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사랑받지만 겨울 바다의 정취도 그윽하다. 예로부터 바다에서 모래가 많이 밀려와 사목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백사장 길이 1km에 너비 200미터에 이르며 모래층이 두텁고 고운 것이 특징이다. 해변 바로 뒤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앞바다에는 작은 무인도들이 떠서 운치를 돋운다.

만대포구 옛 갯마을 모습 간직

사목해변 북쪽의 꾸지나무골은 이원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생소하고 낯선 이름을 갖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백사장 길이는 약 800미터, 너비는 200미터로 자연 그대로의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늑하고 정겨운 해변이다. 모래밭이 둥글게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 덕분에 파도가 잔잔한 것이 특징이다.

사목해변 모래밭 뒤로 펼쳐진 송림.
꾸지나무골도 사목해변처럼 푸른 소나무 숲이 해변과 바로 이어져 있고 앞으로는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서 손짓한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백사장 좌우 측면의 바위들에 자연산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굴 따는 재미도 맛볼 수 있고 갯바위를 건너뛰듯 산책하는 정취도 남다르다.

이원반도의 북쪽 끝에 있는 만대포구는 서해안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갯마을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석화가 다닥다닥 붙은 갯바위, 오염되지 않은 깔끔한 해변, 아담한 염전에서 소일삼아 가래질하는 촌로의 모습, 어릴 적 시골 외갓집을 찾아온 것 같은 푸근한 풍경 등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만대포구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까닭에 조용하고 호젓하다. 그러나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제법 널리 알려진 바다낚시터로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방파제에서는 그다지 재미 보기가 힘들지만 고깃배를 빌려 바다로 조금만 나가면 물 좋은 포인트들이 숱하게 널려 있다고 한다.

# 찾아가는 길

서산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만리포 방면 32번 국도를 따르다가 태안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면 원북-이원을 지나 볏가리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만대포구 앞바다에 낚싯배가 떠있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태안으로 온다. 태안에서 볏가리마을로 가는 버스는 하루 11회 운행.

# 맛있는 집

태안군 이원반도 일대의 별미로는 독특한 낙지 요리인 이 꼽힌다. 은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밀과 보리를 갈아 칼국수와 수제비를 뜨고 낙지 몇 마리를 넣어 먹었던 밀국낙지탕을 시대에 맞게 변형하여 상품화한 것이다. 박속과 대파, 양파, 마늘, 감자, 조개 등을 넣고 끓이다가 갯벌에서 잡은 산낙지를 통째로 넣는다. 낙지를 오래 넣어두면 낙지 특유의 쫄깃함이 사라지므로 살짝 데치듯이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해물을 다 건져 먹은 다음에는 밀국을 넣어 칼국수나 수제비를 끓인다. 박속의 깔끔한 맛과 낙지의 쫄깃함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원북면과 이원면 일대에 전문점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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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밀국낙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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