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미국 상^하원에서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18일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안(SOPA)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AP=연합뉴스
"며칠 전에 위키피디아가 폐쇄된 이유가 뭐야?"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SOPA와 PIPA에 반대한다는 시위라던데…."

소파와 피파는 한ㆍ미 행정협정(SOFA)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니다. 미국 텍사스주 라마 스미스 하원위원이 지난해 10월 상정한 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안(SOPA)과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9일 세계 최대 파일 공유 사이트 메가업로드(MegaUpload)를 폐쇄하고 설립자 킴 닷컴(38)을 뉴질랜드에서 체포했다. 미국 법무부는 "메가업로드가 불법 복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이를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에서도 SOPA와 PIPA가 없어도 규제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있는 웹하드와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고,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조차 폐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지적재산권을 다룬 한ㆍ미 FTA 18장 부속서한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 조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저작물 무단 복제ㆍ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을 공동으로 행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선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 집행상 우선 순위까지 갖는다. 또 한국에만 적용되는 의무조항이란 이유로 불평등 조항이란 지적이 많다.

사법부에서도 한ㆍ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란 여론이 있다.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가 지난달 1일 '한ㆍ미 FTA는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다'는 요지로 글을 쓰자, 이튿날 외교통상부는 '2007년 6월 협정문에 서명할 때부터 충분히 논의를 거쳤던 사안이다'고 해명했다.

성문법을 채택한 우리나라는 대외조약을 특별법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한ㆍ미 FTA가 가장 우선 적용되는 법률이 된다. 그러나 불문법을 채택한 미국은 한ㆍ미 FTA를 연방법이나 주법보다 아래인 행정협정으로 간주한다. 미 의회는 실제로 지난해 11월 자국 법령과 충돌하는 FTA 조항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FTA 조항이 국내법보다 우선하도록 규정한 협정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우리 국회와는 달랐다.

통상교섭본부 최석영 FTA 교섭대표는 인터넷 사이트 폐쇄 조항에 대해 "사이트 폐쇄가 정부의 법적 의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적재산권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인터넷 사이트 폐쇄 조항은 의무라기보다 선언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가업로드 폐쇄를 결정한 미국이 FTA 조항을 들먹이며 국내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통과된 한ㆍ미 FTA 비준안에 따라 한국은 FTA가 발효되면 6개월 이내에 합동조사팀을 만들어 온라인 불법복제를 조사하고 형사조처를 해야만 한다.

게다가 윈도우, 포토샵 등 미국 기업이 판매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불법 복제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국내 저작권법에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피해자 신고에 따라 공소ㆍ수사ㆍ처벌하는 친고죄. 하지만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비친고죄가 된다.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시관으로부터 기소를 당할 수 있다.

미국에선 SOPA와 PIPA가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거세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은 지난해 반대 성명을 의회에 제출했고,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항의의 표시로 상ㆍ하원에서 SOPA 청문회가 열렸던 18일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온라인 해적과 싸우는 것이 합법적인 온라인 감시가 되거나 새로운 혁신을 막아선 안 된다"면서 "SOPA를 통해 인터넷 구성을 방해하거나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걸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도 지난해 '연말 SOPA가 적법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인터넷 보안을 약화하고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 넬리 크뢰스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자유로운 인터넷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쁜 법(SOPA)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자동차)과속은 불법이지만 그렇다고 고속도로에 과속 방지턱을 놓지는 않는다"는 말로 SOPA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에선 미국과 달리 SOPA와 PIPA에 대한 비난여론이 적다. 한ㆍ미 FTA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선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내용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MB와 측근들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 폭력에 멍든 학교, 이정도라니… 참혹한 실상들
▶ 또다른 남자와도… '방송인 A양 동영상'의 모든 것
▶ 앗! 정말?… 몰랐던 '선수'남녀의 연애비법 엿보기
▶ 불륜·헐뜯기 행각도… 스타들의 이혼결별 속사정
▶ 아니! 이런 짓도… 아나운서·MC 비화 엿보기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