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 등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매년 평균 83개씩 증가… 대부분 M&A로 몸집 불려
보완·부활 온도차 있지만 한나라·민주통합 등 "제동" 한목소리
"표심 위한 최악의 공약" 재계 거센 반발
적용그룹 4~5곳 불과 "확장 막기 힘들 것" 의견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정치권이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라는 날 선 칼을 다시 한 번 빼들었다. 이미 여러 번 실패했던 제도인 탓에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4.11 총선을 앞둔 터라 그 날이 여간 날카롭지 않다.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치권의 재벌개혁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도 더해진 출총제의 실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 계열사 5년간 35개씩↑

크레듀, 이노션, 리얼베스트, 파나블루, 지오바인…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이들 기업은 모두 4대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의 계열사다. 그것도 교육, 광고, 부동산, 주류 등 각 그룹이 그동안 주력으로 해왔던 사업과는 거리가 먼 다소 생뚱맞은 분야의 사업들이다.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에게 어울릴만한 종목들이기도 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국내 30대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1,150개였다. 30대그룹의 계열사 수는 2006년 731개, 2007년 791개, 2008년 955개, 2009년 977개, 2010년 1,060개로 점차 늘어났다. 매년 평균 83.8개씩 증가한 셈이다.

이중 SK와 롯데는 지난 5년 동안 35개씩 늘어나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이 불어났다. 특히 SK는 2006년 말 55개였던 계열사가 작년 말 90개를 기록하면서 30대 재벌그룹 중 최다 계열사 보유 재벌이었다. 같은 기간 재계 1, 2위인 삼성, 현대차는 각각 21, 15개의 계열사 증가폭을 보였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가 상당 부분 기업사냥에 근거했다는 점이다. 30대그룹이 M&A를 통해 인수한 회사는 2009년 이후 211개로 같은 기간 신규 편입된 전체 계열사 442개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30대그룹의 M&A 계열사는 2009년 40개에서 2010년 77개로, 지난해에는 94개로 크게 늘어났다.

30대그룹 중 M&A를 통한 계열사 편입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CJ로 76.9%를 기록했다. 이어 LS(76.2%), 현대백화점(75.0%), 신세계(66.7%), GS(61.5%), 롯데(60.0%) 등 순이었다. 삼성(51.9%), 현대차(56.0%), LG(52.4%), 현대중공업(54.5%), 효성(55.6%) 등도 50%를 넘었다.

특히 M&A로 인수한 계열사 중에는 기술력과 인지도가 높은 자산규모 1,000억원대 미만의 중소 알짜회사들이 많아 재벌들이 재력을 앞세워 '손 안 대고 코 풀기'식 사업확장에 나섰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신규편입된 계열사의 영위업종이 대부분 금융업, 부동산임대업, 유통업 등 투자 위험성이 비교적 낮은 '손쉬운 장사'였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표적으로 지적된 대기업들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나섰다고 스스로를 방어했다. M&A 비중이 가장 높았던 CJ의 경우, 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에 적합한 회사들에 한정해 M&A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자영·중소기업 영역까지 진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기업 설립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우량 중소기업을 막강한 자본력으로 인수하거나 심지어 주력산업에서 벗어난 업종까지 집어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CJ는 지난해 3월 주거용 부동산관리업체인 명성기업을, SK는 2010년 9월 골프장경영업체인 핀크스골프장을 인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벌들의 무차별 사업확장이 더욱 거세진 시점에 대해 이명박 정부 들어 출자총액제한제가 완전히 사라지면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남아 있던 마지막 빗장이 열리며 자신들의 주력업종과 무관한 부분까지 무차별적으로 손을 뻗쳤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사익남용 막겠다"

계속되는 재벌 대기업들의 몸집 불리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치권이 나섰다. 포문은 민주통합당에서 열었지만 이를 본격화시킨 것은 한나라당의 수장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19일 국회 의원총회장 앞에서 벌어진 기자들의 취재에 "출자총액제한제를 보완,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대기업의) 미래성장동력 강화 부분은 인정하겠지만, 공정거래법은 강화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국내기업이 외국기업과 경쟁할 때 역차별을 가하는 규제라서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출총제 폐지를 옹호했던 박 비대위원장이기에 이번 발언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민주통합당은 아예 출총제 부활을 당론으로 정했다. 10대그룹에 한해 부활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민주통합당의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위'(이하 특위)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10대 핵심정책'의 하나로 출총제 부활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특위는 상위 10대 재벌에 출총제를 적용하되 출자 총액을 순자산의 40%까지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또한 과거 적용 예외로 인정되던 출자가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 예외 규정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통합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재벌개혁의 의지가 큰 새 지도부 출범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새로 당 대표가 된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새 지도부는 경선 과정에서 검찰개혁과 함께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출총제 부활 또한 함께 언급됐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 라디오 연설을 통해 "민주통합당은 99% 보통 사람 다수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이뤄내고 시장의 탐욕을 견제할 브레이크를 만들겠다"라며 "재벌개혁은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경우 재벌 자체의 개혁을 주장하는 민주통합당과는 약간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박 비대위원당 또한 '부활'이 아닌 '보완'임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대주주가 사익을 남용하는 부분'에만 집중돼 있어 출총제 폐지로 인해 발생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책들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20일 정책쇄신분과회의를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즈 불공정 근절 ▲덤핑입찰 방지 등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키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대통령까지 '대기업때리기'

이명박 대통령 또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흉년이 들 때면 부자 만석꾼들은 소작농들의 땅을 사서 넓혔지만 경주 최씨는 흉년 기간에 어떤 경우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켜 존경을 받았다"라고 언급하며 재벌들의 자영업•중소기업 영역 진출을 비판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민주통합당에 이어 한나라당, 그리고 대통령까지 '대기업 때리기'에 나섬으로 인해 대기업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차치하고서라도 4.11총선을 앞둔 시점인지라 여야 모두 표를 의식해 재벌개혁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출총제 논의가 그 핵심이자 시발이 될 가능성이 큰 탓에 부담은 더욱 크다.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재벌개혁의 칼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출총제 부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아직 없다"라며 "정치권의 요구가 있으면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하겠다"라고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총선 전후로 여야의 요구가 커지면 자연스레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까닭에 출총제 부활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다소 날카롭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출총제가 폐지된 이유가 경제력 집중억제나 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실효성이 없기 때문인데 지금 되살린다고 상황이 달라지겠냐"라며 "표심을 위해 대기업들의 투자만 위축시키는 최악의 공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마 사회적 책임과 동반성장을 위해 많은 부분을 내놓고 있는데 더이상 어느 선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출총제 논란이 확대된 지난 19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 마음은 일편단심'이라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본 성명서에서 전경련은 "경제여건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동반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라며 "CEO가 직접 챙기는 등 동반성장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출총제 부활 움직임에 대한 다급한 반응으로 읽힌다.

'지주회사 전환' 그룹은 제외

일각에서는 출총제가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출총제에 적용되는 그룹이 몇 개 되지 않는 데다가 이들마저 적용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출총제가 폐지될 2009년 당시 본 제도에 제한을 받던 대기업은 삼성, 현대차 등 10개 기업집단 소속 31개 회사였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 그룹은 대상에서 제외돼 출총제가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적용 대상은 4~5곳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한 이들의 출자총액 규모도 순자산의 20%가 안 되는 터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계열사를 늘릴 수 있는 형편이다. 폐지 직전 출총제의 기준은 40%선이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출자 총액의 한도, 대상을 재조정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막상 출총제가 시작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해왔던 '이익공유제'를 포함, 그간 여러번 시도됐으나 재계의 거센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던 각종 정책들이 봇물처럼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재벌개혁에 대한 상징성을 지닌 출총제의 부활 여부에 재계 및 정치권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이명박 정권'뿌리째 흔들

'보수' 박근혜까지 언급
■ '출총제' 부활 의미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란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본 제도는 정권의 부침에 따라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다.

출총제는 전두환 정권기인 1987년 4월 처음 시행됐다. 1985년 열린 12대 총선에서 김대중•김영삼 등 양김이 이끄는 야당이 돌풍을 일으켰고 이는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출총제를 주축으로 재벌에 문어발 확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986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자산총액 4,000억원 이상인 32개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이 제한됐다. 1993년에는 자산총액 30대 기업집단으로 기준이 변경됐다.

출총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인수합병(M&A)제도 개선을 계기로 폐지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M&A를 허용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출총제 족쇄를 풀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게 했다. 김 대통령은 위기에서 한 발 벗어났다고 판단된 2001년 4월 다시 출총제를 부활시켰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이 대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초반에는 출총제를 지켰다. 그러나 소버린, 아이칸 등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적대적 M&A가 심해지고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다가오던 2007년 4월, 출총제 적용대상 그룹은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올라갔고 계열사 출자 한도 또한 25%에서 40%로 늘었다.

명맥만 남아 있던 출총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2009년 3월, 완전히 폐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한 국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이 조치로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 10대 기업집단의 투자규제가 풀렸다.

이처럼 진보-보수 정권의 진퇴와 그 맥을 같이 했던 출총제였던 탓에 최근 본 제도의 부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부자감세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 출총제 부활은 현 대통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까닭이다. 심지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마저 출총제를 언급했다는 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롯데 신격호 회장 '외손녀 부부' 빵·와인·물티슈까지 판매 눈총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의 부활이 탄력을 받으면서 재계의 시선은 롯데그룹으로 쏠렸다. 때마침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의 남편, 양성욱 씨가 유통회사를 차려 물티슈를 국내 판매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며 비난 여론이 확산됐던 탓이다.

지난해 9월 생활문화전문기업을 표방하는 '브이앤라이프'라는 회사를 설립한 양 씨는 독일 알바드사의 베이비 물티슈 '보이달'을 올 2월부터 국내 판매할 계획이다. 알바드는 유럽 27개국에서 활동하며 물티슈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대형회사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한킴벌리 등 국내 중소 물티슈 제조업체들은 울상을 지었다. 유통업의 강자인 롯데의 지원을 받는 양 씨를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양 씨의 부인인 장선윤씨 또한 그간 롯데를 등에 업고 유통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장씨는 지난해 빵 제조와 유통, 와인수입 등의 사업을 하는 '블리스'를 설립하고 '포숑' 매장을 전국 롯데백화점 점포로 확대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롯데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90%에 달한다. 부부가 모두 그룹에 의지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통업에 진출한 셈이다.

장씨의 어머니이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또한 지난해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의 최대 주주에 등극하며 입방아에 올랐다. 음료수와 팝콘 등을 파는 시네마푸드는 신 사장의 고모, 숙부,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이 100%인 사실상 가족회사다.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점은 통상적으로 관객 한 명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알짜배기 회사다.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의 재벌이 친인척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롯데의 경우는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며 "신영자 사장 일가가 운영하는 십수 개 회사의 매출이 거의 전부 그룹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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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