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은 어떤 경영수업을 받을까"잘 되는 회사보다 어려운 회사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장남 김동관 경영수업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신성장동력 태양광 사업 본격적으로 이끌 준비를

한화 김승연(왼쪽) 회장이 지난해 5월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그룹 행사에서 장남 김동관 실장(가운데)과 함께 한화그룹 핵심 가치를 선포하고 있다.
한화그룹 후계자는 어떤 경영수업을 받을까?

김승연(60) 회장의 장남 김동관(29) 실장은 해외 유학보다 현장 책임을 선택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입학보다 한화그룹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춘코리아는 1월호에 한화그룹 후계자 수업을 집중 분석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월 1일자로 장남 동관씨를 비서실 차장으로 임명했다. 그룹 경영 현안을 두루 살피다 해외 유학을 다녀오란 의미였다.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 사장도 1992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을 거쳐 회사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화그룹 황태자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들이 난관에 빠진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는 지난달 15일 아들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임명했다. 김 회장이 나이 스물아홉에 한화그룹을 떠맡은 것처럼 아들 김 실장도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찾고자 고난을 자처했다.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발 재정 위기로 세계 각국이 태양광 사업을 포기했고, 태양전지 제품값마저 급락한 탓에 매출이 줄고 손실이 늘었다. 한화 관계자는 "완벽에 가까운 태양전지 생산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도 주변 상황 악화로 난항을 겪었다"면서도 "여건만 좋아지면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라원이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 피터 시에 한화솔라원 CEO, 김동관(오른쪽에서 두번째) 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타워에서 클로징 벨 세리머니를 통해 새로운 사명 출범을 알렸다.
그러나 올해 한화솔라원의 전망은 어둡다. 업황이 회복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거라는 게 업계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를 불모지로 보내는 아버지는 어떤 심정일까? 한 한화그룹 임원은 "잘 되는 회사보다 어려운 회사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김 회장이)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재벌가 큰아들로 태어나면 어릴 때부터 후계자로 육성된다. 대체로 국내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실무감각을 익히고 나서 해외 유명대학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따고 돌아오는 과정을 밟는다.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 사장과 현대자동차그룹 후계자 정의선 사장 등이 이런 길을 밟아왔다.

한화그룹 후계자도 이런 길을 계획했지만 결국 유학보다 실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재계에선 김 실장이 한화솔라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게 되자 김승연식 경영수업이라고 해석했다.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했다는 뜻이다.

포춘코리아와 인터뷰한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제대로 된 경영수업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29세)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외환위기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물론 외환위기를 이겨냈지만 제대로 된 경영수업을 받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거다. 김동관 실장을 어려운 상황에 투입한 것도 아마 그런 점을 채워주기 위한 배려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선친이 59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한국으로 돌아와 그룹 총수가 됐다.

한화그룹은 현재 제조업(44%)과 보험업(50%)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제조업과 보험이 내수 산업이라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태양광 사업을 통해 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번 결정하면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김승연식 경영대로 한화솔라원은 빠른 속도로 수직계열화를 이뤄왔다. 2010년 태양전지 생산ㆍ판매를 시작한 한화그룹은 중국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중국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당시 한화솔라원은 태양광 모듈 생산 기준으로 세계 4위. 4,300억원을 들여 솔라펀파워홀딩스 지분 49.9%를 확보한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 2013년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이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산 저가 제품이란 악재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포춘코리아는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말을 인용해 김 실장이 한화솔라원에 투입된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0년 초 김동관 실장이 한화에 입사한 이후 김 회장과 김 실장이 함께해 온 행보를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화는 2010년 초부터 태양광 신사업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꾀했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인 1월부터 후계 양성의 움직임을 보였다. 단순히 시기가 맞아떨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태양광 사업은 신성장 동력이자 동시에 3세 경영 수업이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경영수업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다. 김 회장 부자는 당시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고, 김 회장은 "주요 이슈에 대해선 아들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응웬 떤중 총리가 "기업과 사회 지도층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실장은 유창한 영어로 "기업의 개별 구성원들이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과 그러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이익보단 기업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비즈니스에선 부친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5월 도전ㆍ헌신ㆍ정도를 핵심가치로 정하고 선포할 때 김 실장은 김 회장 곁에 섰다. 한화그룹 후계자임을 선포한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실장이)여러 경로로 경영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이끌어갈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다"면서 "훤칠하고 친근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 예의 바른 성품을 갖추고 있어 그룹 내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보스턴에 있는 명문 사립고 세인트폴 고교를 거쳐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수준급 영어 실력을 갖춰 공군사관후보생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의 회담에 통역을 보좌한 경험도 있다.

아버지가 위풍당당한 성격이라면 아들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훤칠한 외모에 패션 감각도 남달라 한화그룹 여직원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힌다. 김 실장을 겪어본 사람은 겸손한 성품을 칭찬하곤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말은 많지 않지만 늘 센스가 넘치는 이야기를 잘한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재벌가 출신답지 않게 소탈한 면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한화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 한화S&C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 한화 S&C는 광고대행사 한컴과 군자 열병합발전, 여수 열병합발전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2010년 매출이 8,000억원에 육박했다. 한화 지분율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4.44%를 보유해 김 회장(22.65%)에 이어 2대주주다. 김 실장의 동생 동원ㆍ동선씨는 각각 한화 지분 1.67%와 한화S&C 지분 25%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평소 그룹을 쪼개지 않는 게 선친의 유지였다고 강조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큰 책임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고도 말해왔다. 그러나 한화그룹을 살펴보면 장자인 김 실장 위주로 경영권 상속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든다. 한화그룹 총수는 그룹 창설 60주년을 맞아 자신의 장남을 경영실적이 가장 나쁜 축에 속하는 태양광 사업장에 보냈다.

하버드대보다 현장에서 경영의 길을 찾으란 의미다.


▶ MB와 측근들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 폭력에 멍든 학교, 이정도라니… 참혹한 실상들
▶ 또다른 남자와도… '방송인 A양 동영상'의 모든 것
▶ 앗! 정말?… 몰랐던 '선수'남녀의 연애비법 엿보기
▶ 불륜·헐뜯기 행각도… 스타들의 이혼결별 속사정
▶ 아니! 이런 짓도… 아나운서·MC 비화 엿보기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