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패러디 광고 눈길‘돼지바’ ‘왕뚜껑’ 패러디 광고 통해 매출 UP

NH생명화재
"여자 1호 건강이 걱정이다" "여자 2호 가족이 먼저다" "여자 3호 멋진 노후를 꿈꾼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광고에 등장하는 여자 3인에 대한 광고 속 설명이다. 이 광고를 보면 SBS '짝'이 떠오른다. 이름 대신 여자 1호, 여자 2호, 여자 3호로 부르는 '짝'의 방식을 차용했다. 해당 광고의 마지막 카피 문구는 "보험의 '내 짝'을 찾다". '짝'의 패러디 광고임을 보다 확실하게 보여준다. '짝'에서 여성들이 자신에 맞는 이성을 찾는 것처럼 가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시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패러디 광고는 TV와 인터넷 라디오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애정남' '감사합니다' '두분토론' 등도 자주 패러디 대상이 되고 있다. 패러디 광고가 광고 제작 방식의 하나로 뚜렷이 자리잡았다.

# 눈에 띄는 매출상승 효과

패러디 광고 제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출을 눈에 띄게 끌어올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삼강 '돼지바'
2006년 롯데 삼강의 제품인 '돼지바' 광고가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돼지바' 광고는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모레노 주심은 레드카드를 번쩍 들어 이탈리아 선수 프란체스코 토티에게 퇴장을 명했다. 롯데삼강 측은 중견배우 임채무를 모레노와 비슷하게 분장시켜 유사한 장면을 연출했다. 광고 속에서 임채무가 치켜 올린 것은 레드카드가 아닌 '돼지바'. 광고 속에서 이탈리아 선수들이 항의하자 임채무는 '돼지바'를 한입 베어 물고 레드카드를 내민다. 이 광고는 2006 독일월드컵 분위기와 맞물려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다. 광고 등장 당시 다른 아이스크림 제품들의 매출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돼지바'의 매출은 2005년 대비 10%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보다 앞서 한국야쿠르트의 컵라면 제품 '왕뚜껑'도 패러디 광고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본 상품으로 기억된다. 2004년 전파를 탄 '왕뚜껑' 광고는 SKY 휴대폰 광고를 패러디했다. 이 광고는 패러디 대상이 된 SKY 휴대폰 광고와 포맷이 같다. 광고 속 클럽을 연상시키는 장소에서 한 남성이 장소를 옮기며 춤을 춘다. 다른 것이 있다면 휴대폰을 목에 걸고 춤추는 대신 컵라면을 들고 다닌다는 것. 광고의 말미에 이 남성은 한 여성에게 다가가 "같이 먹을래?"라고 말을 건다. 마지막 광고 카피는 "잇츠 딜리셔스(It's Dedicious)". SKY 휴대폰 광고의 "같이 들을래?"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를 살짝 바꾼 것이다. 롯데삼강은 이 광고로 소위 '대박'을 쳤다. 광고 방송 전 대비 매출은 58% 가량 올랐다. 광고 인기도 조사 사이트 TV CF에 소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위를 기록했고, 베스트 CF 부문 1위에도 올랐다.

# 패러디 작품 이미지 공유

패러디 광고가 매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스마트3D TV 광고 모델로 배우 현빈을 기용했다.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열연했던 김주원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현빈은 해당 광고에서 드라마 속 유행어 "이게 최선이야?" "이게 너랑 내가 다른 점이야" 등 드라마 속 유행어를 선보였다. 김주원의 비서(김성오)와 호흡을 맞춘 덕에 시청자들은 '시크릿가든'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속 재벌인 김주원을 통해 '시크릿가든'의 인기를 이용하면서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효과도 거뒀다.

# 위트있는 표현 신선함 제공

대웅제약 '우루사'
또 다른 장점은 패러디의 대상이 된 작품을 위트 있게 표현해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시크릿가든'의 또 다른 패러디광고인 OB 카스 라이트 제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카스 라이트 광고는 '시크릿가든'의 한 장면인 김주원과 길라임(하지원)의 윗몸일으키기 모습을 차용했다. 이 광고의 첫 번째 반전은 길라임 역의 하지원이 등장하는 대신 상대역에 가수 싸이를 캐스팅한 것이다. 이어 싸이는 "길라임 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란 기존의 대사를 "길라임 씨는 몇 살 때부터 (카스)라이트를 마셨나?"로 바꿨다. 하지원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란 대답으로 응수했다. 싸이의 등장과 다소 엉뚱해 보이는 광고 속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기존의 김주원 길라임의 모습과 차이를 줘 색다른 '시크릿가든'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묘미였다.

광고 기획자의 입장에선 비교적 소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패러디 광고를 제작하게 되는 이유다. 히트를 친 가요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이 패러디 광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왕뚜껑' 광고를 만들었던 광고제작사 코마코의 은세종 이사는 "아예 새로운 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소재를 찾기 쉬운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제작 과정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며 "기존의 작품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고 비틀어 참신함을 줘야 하므로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고 강조했다.

# 소재, 광범위한 인식 필수

소재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대상이 제한적인 것은 패러디 광고 제작을 어렵게 만드는 점이다. 패러디의 대상이 광범위한 대중에게 인식돼 있어야 효과가 크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할만한 작품이 빈번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일부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패러디 되는 경우가 있다. '시크릿 가든' 종방 후 현빈의 삼성 스마트3D TV와 OB 카스라이트 광고는 시리즈물로 제작됐다. 통신업체 SK텔레콤은 현빈 대신 원빈을 내세워 '시크릿가든'의 윗몸일으키기 장면 패러디 CF를 내보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온라인에서 '시크릿가든' 패러디가 자주 이뤄진 가운데 광고계 또한 "울궈 먹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 네티즌표 패러디물 인기

최근엔 네티즌의 자발적 패러디도 눈길을 끈다. 회사가 잘 만든 광고를 내놓으면 대중이 이를 새롭게 패러디 해 매출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2010년 말부터 축구선수 차두리를 광고모델로 썼다. 차두리가 제품 '우루사' 광고에서 "간 때문이야" 노래를 불러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2011년 1분기 우루사 약국 판매 매출은 90억 3,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4억 6,300만원 보다 두 배나 껑충 뛰었다.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28.2%에서 42.1%로 높아졌다. 하지만 대웅제약 측이 밝힌 매출액 대비 광고비 비율은 제약업계 평균 70%를 밑도는 50% 미만이다. '우루사'가 가파른 매출 신당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건 네티즌들의 광고 패러디 덕분이란 분석이다. CM송인 '간 때문이야'는 트로트 버전, 거꾸로 버전, 그룹 애프터스쿨의 '아(AH)'와 합성 버전 등 많은 패러디물을 낳았다. 특히 곡을 거꾸로 돌린 '거꾸로 버전'에선 "아이유 맴매"로 들리는 부분이 있어 화제가 됐다. 가수 아이유의 인기까지 제품의 홍보에 한몫 한 셈이다.

비슷한 현상은 2008년에도 일어났다. 당시 롯데삼강의 '빠삐코'가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의 배경음악을 결합한 '빠삐놈'이 인기를 끌었다. 스페인그룹 산타 에스메랄다의 '돈 렛 미 비 미스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멜로디에 CM송 '삐삐리삐삐삐~삐삐리빠삐코~' 부분이 절묘하게 섞였다. '빠삐놈'은 한 네티즌이 2008년 7월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리자마자 삽시간에 퍼졌다. 이 UCC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빠삐코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7월 빠삐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나 증가한 것. 손에 들고 용기 안의 내용물을 빨아 먹는 일명 '쮸쮸바' 류의 '빠삐코'는 10대 이하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빠삐놈' 덕에 제품의 주 고객이 20~30대로 확산되는 효과도 얻었다.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