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말리부는 정체가 심한 시내주행보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달려야 제 맛이 아닌가 싶다. 핸들을 잡고 달리고서야 '말리부'가 왜 '말리부'인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한국GM에서 생산되어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말리부는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현재 8세대까지 진화해 왔다.

시승차는 2.4리터 DOHC 에코텍(Ecotec) 심장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루어 부드럽고 정숙한 중형세단이다.

외관디자인을 비롯해 실내디자인까지 흠 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며 고급스럽고, 실내는 일찍이 쉐보레 크루저부터 소개되었던 '듀얼 콕핏 레이아웃'. 감싸는 듯한 디자인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다.

이차의 얼굴은 날렵한 두 개의 눈(전조등)사이에 큼지막하게 아래위로 나뉘어진 듀얼 포트 그릴(Dual Port Grille). 중앙에 십자형으로 노랗게 광채를 발하는 쉐보레 엠블럼이 말리부의 강인한 인상을 대변한다. 둥실한 사각 테일램프(브레이크등)와 계기판은 자사의 스포츠카 카마로(Camaro)를 연상케 한다.

말리부의 기어봉 봉우리에는 +,- 버튼으로 기어를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토글 시프트버튼이 있다.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위치가 아닌가 싶다.

말리부 2.4는 5,800rpm에서 170마력의 최고출력과 4,600rpm에서 23.0㎏∙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590㎏(2.0리터=1,530㎏)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당한 힘이 아닌가 싶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1.8㎞.

시승기간 중(주말) 서울에서 충남 태안까지 왕복해봤다. 태안군청까지 고속주행 위주로 약간의 정체도 있었지만 총 193.6㎞를 거의 시속 100㎞로 크루즈시스템을 켜고 달렸다. 트립컴퓨터 상에 찍힌 평균연비는 14.9㎞/L, 평균속도 71.3㎞/h, 주행가능거리 585㎞. 정속 장거리 주행이긴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연비라는 생각이다.

말리부는 출시 전부터 '오스카(OSCAR, 엔지니어링과 실내 디자인을 위한 3차원 인체모형과 같은 시뮬레이션 도구로 GM의 특허기술) 시트가 적용된 차'라며 기대감을 유발하게 했는데, 실제 딱딱하지만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마치 유럽차를 타고 있는 듯하다. 현재까지 국내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착좌감이다. 높낮이 조절 폭이 크다. 아마 국내 판매(수입차 포함)되는 세단 중 가장 낮은 시트 포지션까지 조절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엔진 시동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의 모든 바늘이 일제히 끝을 튕기며 위치를 잡아가고 계기판을 비롯한 대시보드의 모든 버튼이 은은한 오션 블루 색상으로 빛을 발한다.

초반가속부터 시속 140㎞까지는 기어변속을 비롯해 가속성능까지 매끄럽게 이어간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는 노면과 밀착이 되듯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는 듯하다. 직진성이 좋아 불안감보다는 안정감을 보여준다.

정숙성은 동급차종 최고수준이 아닌가 싶다. 실내로 유입되는 타이어 및 노면소음을 차단하는 흡음재와 차음재, 차음 유리창, 흡음패드 등의 적용으로 장시간 주행 시 소음으로 인한 피로도가 줄었다. 차량의 품격까지 높아지는 느낌이랄까.

하체가 단단한 만큼 급 코너도 타이트하다. 국내산 중형차들 중에 제일 안정적이고 묵직하지만 날까로운 핸들링(전자식 조향장치)이 아닌가 싶다. 시속 80㎞로 달리며 급차선 변경을 시도하자 하체가 중심을 잃는 듯하더니 전자식 주행 안전 제어장치인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의 개입(전륜 한쪽 타이어의 제어)이 느껴지며 좌우 롤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느낌이다.

이밖에 말리부에는 급제동시 제동거리를 단축하고 조향성을 향상시키는 EBD-ABS,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최적의 가속력을 낼 수 있도록 차량의 속도에 따라 엔진의 구동력을 조절하는 TCS, 긴급 상황에서 브레이크 작동시 제동거리를 단축시키는 BAS(Brake Assist System) 등 차량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장치들이 적용되어 있다. 또한 차선이탈 경고장치, 총 6개 에어백, 차량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듀얼 프리텐셔너(Dual Pretensioners)와 운전자의 무릎과 발목의 상해를 방지하는 페달 분리 시스템 등이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말리부는 미국 해변가 지명을 이용한 듯 폭발적인 가속력보다 예리한 핸들링에 안정적이고 편안한 드라이빙에 초점이 맞춰진 차다.

말리부 2.4 판매가격은 3,172만원(LTZ), 2.0리터는 LS, LT, LTZ 세가지 모델로 2,185~2,821만원이다. 현재 가솔린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