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1318알자알자' 캠페인 청소년 리더로 선정된 청소년들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청소년 알바 10계명을 홍보하는 장면. 주간한국 자료사진
"강남역 11번 출구 쪽에 있는 ○○○룸카페 사장 놈아! 내 딸이 12월 동안 일한 알바비 6만 3,000원을 내놓지 않으면 널 구워 먹어버리겠다.(1월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한 학부모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한 딸이 아르바이트 비용을 떼였다는 하소연과 함께 울분을 토했다.

"밀린 알바비 6만 3,000원을 지급하겠다는 사장님의 말을 노동부 담당자가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제 딸은 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좋은 경험이 됐을 것입니다.(중략) 사회 약자의 입장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살겠습니다.(1월 30일)"

이 학생은 다행히 밀린 아르바이트 급여를 손에 쥐게 됐다. 언론의 조명을 받은 터라 부담을 느낀 사업주가 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급여를 떼이고 속만 끓이는 청소년이 꽤 많다. 아르바이트 급여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한 청소년은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인 걸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가 1월 31일 발표한 2011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에 응한 아르바이트 청소년 가운데 22.2%가 "늦게 받았으며 금액도 적었다(4.4%)" "늦게 받았다(4.4%)" "제때 받았으나 금액이 적었다(13.3%)"고 대답했다. 이 조사는 고용노동부 의뢰를 받아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청소년 2,85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제때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한 청소년 가운데 44.6%는 사업주에게 급여를 달라고 요구하지도 못했다. 사업주에게 직접 요구한 청소년(41.3%)과 주변의 도움으로 요구한 청소년(12.7%)도 있었지만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른 경우가 많았다. 노동부 등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시간당 4,110원이었던 2010년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받은 청소년은 37.9%나 됐다. 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이 진학한 학생보다 일하는 시간이 길면서도 급여는 낮았다. 아르바이트 급여조차 학력에 따른 격차가 있다는 뜻이다. 비진학 청소년은 진학한 학생보다 아르바이트하는 비율도 두 배 이상 높았다.

비진학 청소년은 하루 평균 7.82시간을 근무하면서 시간당 약 4,325원을 받았고, 학생은 평균 근로시간 6.86시간에 시간당 급여는 약 4,639원이었다. 사업주 요구에 따라 연장 근무한 경험도 비진학 청소년(39.6%)이 학생(29.1%)보다 많았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은 비율도 비진학 청소년(61.1%)이 학생(44.9%)보다 높았다.

인문계 고교생은 시간당 평균 4,709.49원을 받았지만 특성화 고교생은 4,459.31원을 받는데 그쳤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급여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한 것보다 심각한 불이익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A 군은 "직원이 아르바이트 고교생을 때린 적이 있는데 고막이 터졌었다"고 귀띔했다. 주유소에서 일했던 B 양은 "주유소 (사장)아들이 욕할 때 때려치우고 싶었다. 나도 욕하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그냥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냥 (일)하는 건 돈을 벌고 싶어서다"고 말했다.

A 군과 B 양처럼 폭행과 폭언을 경험한 아르바이트 청소년은 23.3%나 됐다. 이들이 당한 불이익을 종류별로 나눠 보면 폭언 등 인격 모독이 40.2%로 가장 많았고, 부상 및 질병(27.7%), 부당해고(11.6%)이 뒤를 이었다. 성추행과 성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6.0%나 돼 충격을 줬다.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어디에 사용할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어디에 가장 많이 쓰는가'라는 질문에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 55.8%가 사고 싶은 물건을 구입한다고 대답했고, 생활비로 사용한다는 응답자도 15.7%나 됐다. 오락비에 쓴다는 응답은 11.9%였고, 부모에게 드린다는 응답도 7.5%였다.

고 3인 C 군은 "형편상 부모님께 드리거나 과외비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D 양은 "중국어를 배우는데 드는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릴수록 옷을 사거나 노래방과 PC방에 가는 데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 3인 E양과 F군은 "친구들과 놀 때 쓴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 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은 흔하다. 그러나 한국은 입시 위주로 교육이 진행돼 아르바이트 학생이 드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상대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폭언과 폭언을 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 아르바이트 보호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주 완산갑에 출마할 예정인 민주통합당 유창희 예비후보는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종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달서갑 민주통합당 김준곤 예비후보도 "아르바이트를 직업으로 인정하고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