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35 라이트닝 2 도입' 어디로 가나송영선의원 도입 주장에 정부 "경쟁입찰 통할것" F-35 F-15SE 등 물망미국 현지보도도 엇갈려 방사청 결정에 국민들 주목

국회 국방위 소속 송영선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10월13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F-35 라이트닝 2를 도입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송 의원은 이날 "양국 간 구두 약속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송 의원은 "기종을 분석하고 시험평가를 하고 계약을 맺고 하는 데 보통 2~3년 이상 걸리는데, 지금 정부는 6개월 내에 다 결정해 돈 주는 것에 안달이 나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사실이 공개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것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한테 확인하면 '그런 일없다'라고 하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는 답을 안 할 것이다. 충분히 고려를 하고 그런 이야기는 오갔을 수 있다, 이렇게 답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어느 정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 경쟁 입찰을 통해 기종을 선택할 예정이므로 각 기종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록히드마틴의 F-35와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놓고 차기전투기 기종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계속 바뀌는 美 현지 보도

이처럼 정치권과 방사청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한 언론은 "이스라엘 일본과 더불어 한국 정부도 F-35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언론은 지난 4일 "F-35개발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받지 않았음에도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그리고 한국이 F-35를 구입하는데 동의했다고 오브라이언이 말했다.(Although they have not helped fund the development of the F-35, Israel, Singapore, Japan and South Korea have agreed to purchase Joint Strike Fighters, O'Bryan said.)"고 보도했다.

오브라이언은 F-35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의 부사장이다. 미국 현지 언론보도가 나가자 방위사업청이 진위 파악에 나서고,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결국 이후 이 언론은 다시 "F-35개발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받지 않았음에도 이스라엘, 일본이 F-35를 구입하는데 동의했다고 오브라이언이 말했다.(Although they have not helped fund the development of the F-35, Israel and Japan have agreed to purchase Joint Strike Fighters, O'Bryan said.)고 보도를 정정했다.

이어 다음 문단에 "한국과 싱가포르는 5세대 전투기 기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입찰 경쟁을 통해 이 기종 구입을 결정할 계획(Additionally, South Korea and Singapore are also interested in the jets and will hold open competitions to determine which fifth generation fighter jet they will purchase.)"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 언론보도가 수정되기는 했지만 이미 오브라이언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나간 뒤여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이미 사전 구매약속을 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방사청은 곧장 사실 확인 및 경위 파악에 나섰고 록히드 마틴 측에 즉각 해명을 요구했다. 록히드 마틴의 한국 에이전트가 방사청을 방문해 해당 기사에 대해 '오보'라고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록히드마틴 본사는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당시 인터뷰 녹음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없으며 해당 언론사에 정정요청을 했다"고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문제는 당시 인터뷰 내용 녹음의 시기가 확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1월에 사전 계약소문이 나돈 이후 오브라이언 부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록히드마틴사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일부에서는 "문제의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에서 회사차원의 정정보도를 내지 않고 기사 본문을 수정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도 석연치 않다"고 말한다.

말 많은 방위사업

언론 등에서 계속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방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차세대전투기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성능, 품질, 가격, 기술이전, 국산부품 탑재율 등을 엄격하게 평가해 대상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경쟁질서를 훼손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F-X 사업은 정부가 2016~2021년 8조3,000억 원을 투입해 차기전투기 60대를 구매하는 사업으로 지난달 사업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차기 전투기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와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타이푼)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150개 항목을 평가해 10월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중 F-35는 일본 등이 구입을 결정했다는 이유로 가장 유력한 기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F-35를 유력 경쟁기종으로 끼워 넣은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미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F-35 구매를 늦추기로 결정했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전력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미국은 28억달러(3조1300억원)를 들여 노후된 F-16 전투기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밝힌 바 있다.

마이클 돈리 미 공군장관은 공군협회에서 "F-35의 도입시기를 늦추기로 했다"면서 "올해 350대의 F-16전투기를 앞으로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현대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재정균형을 위해 향후 10년간 국방비를 4790억 달러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F-35 전투기 도입대수를 179대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이 기간 동안 423대의 예정 도입 전투기가 244대로 줄어들게 됐다.

앞서 호주도 지난달 30일 경 F-35구입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구매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며 이번 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기종 2개 중 하나가 F-35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구매를 미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록히드마틴사의 로비가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록히드마틴사는 개발비용 투자국의 잇따른 구매보류 결정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에는 F-35를 판매하기 위해 전방위적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적지 않다.

미국 정부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F-35 전투기 생산을 결정한 것을 두고 미 국방차관 내정자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전투기 개발에 참여한 이탈리아와 호주가 발주량 축소와 사업 연기를 고려하는 등 F-35 개발 지연으로 인한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항공전문지 에비에이션에 따르면 지난 2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프랭크 켄달 국방차관 내정자는 "시제기가 첫 시험비행도 하기 전에 생산을 결정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개발 지연으로 인한 문제는 F-35 개발 참여국들에도 파문이 미치고 있다.

영국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F-35 전투기 도입 규모를 당초의 131대에서 20∼30대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재정난을 겪는 이탈리아 정부는 국방예산을 14억5000만유로(약 2조1000억원) 삭감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그 1순위는 전투기 도입사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는 미국의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JSF)에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가량 투자했다.

지난달 30일, 스티븐 스미스 호주 국방장관은 F-35 구매 시기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계약상 2대의 전투기는 인수의무가 있지만 나머지 12대는 2015∼2017년으로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록히드마틴이 최신 전투기 60대 도입을 추진 중인 한국 시장을 향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10월 향후 30년간 한반도 영공을 지킬 차기 전투기 기종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대로라면 10월에 서둘러 기종을 선택하는 것은 자칫 국가적으로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방사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