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었던 1863년 2월 25일 국립은행법(National Bank Act)이 통과됐다. 국립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권리를 가졌고, 화폐를 찍어낼 때마다 정부 채무는 커졌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자 24~36%를 조건으로 전쟁 비용을 빌려주겠다던 은행가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링컨 대통령은 1862년 국가 신용으로 발행하는 불태환지폐 그린백(greenback) 3억 달러를 찍어 전쟁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린백이 은행 재벌에게서 떼돈을 벌 기회를 뺏은 셈이다.

돈 냄새를 맡은 은행가들이 돈벌이 기회를 놓치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정부가 1863년 그린백 1억 5,000만 달러를 추가로 발행하려고 하자 의회가 반대했다. 은행으로부터 후원을 받던 의원들은 은행에 화폐를 발행할 권리를 주자고 주장했다. 결국 링컨은 그린백 추가 발행안을 의회가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국립은행법을 받아들였다.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국립은행법에 대해서 "남북전쟁이 끝난 후 해마다 연방정부 재정은 흑자였다. 그러나 채무를 완전히 상환하거나 정부 채권을 회수할 수 없었다. 국가 화폐를 담보로 할 채권이 없기 때문이다. 채무를 상환한다는 건 화폐 유통 질서를 무너트리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립은행법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링컨 대통령은 1865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폐지할 생각을 가졌던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임에 성공한 지 불과 41일 만에 링컨은 암살됐다. 국립은행법에 의한 화폐 발행은 1935년 폐지됐으나 지금도 미국 달러는 미국 정부가 아닌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이 발행한다. 이름에 연방이란 단어가 사용됐지만 연방준비은행은 민영 은행이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14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사람 1인당 5만 달러에 가까운 빚을 지는 셈이다.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약 20만 달러다. 국채가 1초에 2만 달러 이상 늘어난다니 미국 정부로선 끔찍할 수밖에 없다. 미국 국민이 납부할 세금으로 달러를 발행하는 은행 재벌은 국채 이자로 자손까지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